동물원 그림책은 내 친구 1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장미란 옮김 / 논장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어릴적 앨범을 보면 5살경에 동물원에서 찍은 사진이 하나 있다. 그곳은 지금은 창경궁으로 복원된 창경원이었다. 사촌 여동생과 함께 찍은 사진인데, 5살이라 해도 만 세살정도였기에 거기에서 어떤 동물을 봤는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하나도 없다. 아마도 지금과는 다른 사육환경이었을테고, 지금만큼 많은 동물은 있지 않았을 거라 생각된다.

그후 성장하면서 동물원에 가기를 즐기게 된 나는 여건이 될 때 늘 동물원에 갔다. 그러나 늘 그곳에 가서 느끼는 것은 동물들의 슬픔이었다. 좁은 우리, 시멘트 바닥, 와글와글 시끄러운 사람들. 동물들에게 있어서 그곳은 가장 살고 싶지 않은 곳중의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앤서니 브라운의 동물원은 가족과 함께 동물원 나들이를 가게 된 한 소년의 입장에서 씌어진 글이다. 화창한 어느날, 엄마, 아빠, 동생과 동물원 나들이를 가게 된 <나>. 하지만 길이 막히자 <나>와 동생은 티격태격하기 시작했고, 아빠는 <나>만 나무란다. 게다가 아빠의 농담에는..... 아빠만 웃는다.



이윽고 도착한 동물원. 그곳 매표소에서 아빠는 동생 나이를 속여 <나>는 무척 부끄러워진다. 게다가 벌써 배가 고파져 칭얼대지만 아빠는 화가 났다. 아빠의 화난 얼굴 뒤로 구름이 악마의 뿔처럼 솟은 걸 보고 한참을 웃었다. 절묘한 그림이구나 싶어서.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것과는 대조로 아빠의 얼굴은 무섭기만 하다. 기껏 쉬는 날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한 아빠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말을 잘 안듣는게 화가 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원래 아이들이란 까부는 존재들이 아닌가. 게다가 동물원같은 곳에서는 장난끼가 발동할 수 밖에 없으니까.



동물원에 왔으니 동물을 구경하지만 코끼리는 구석에 가만히 서 있고, 호랑이는 같은 코스를 왔다갔다거리기만 한다. 게다가 오랑우탄은 벽을 보고 꼼짝도 않는다.

사실 동물원에 가서 활발한 동물을 만난다는 것은 모래속에서 바늘찾기만큼 어렵다. 비좁은 사육공간, 시멘트로 만들어진 바닥, 그리고 대부분의 동물들은 야행성이기에 꼼짝도 않고 자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곰들의 경우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 부스러기를 하나라도 더 얻어 먹으려고 재롱을 피운다. 악어가 사는 곳에는 사람들이 던져 넣은 동전이 가득하기도 하다.



동물들은 자신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림을 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것이 보인다. 그중에는 고양이를 닮은 사람, 사자를 닮은 사람, 원숭이를 닮은 아이도 보인다. 하지만 동물들 눈에는 그저 시끄럽고 예의를 모르는 동물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동물원은 멸종 위기종을 보호한다거나, 멸종 동물의 복원을 비롯해 밀렵의 위협으로부터 동물을 지키고, 야생에서는 번식 · 생존율이 낮은 것에 비해 동물원에서는 비교적 안전하게 번식 및 생존을 할 수 있다. 또한 다른 먼 지역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은 우리가 사는 곳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해주며, 다양한 동물들이 우리와 함께 지구에서 공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긍정적 면을 가진다. 

하지만 반대로 관람시간이 대부분 낮에 국한된 만큼, 야행성의 습성을 가진 동물들이 편히 쉴 공간을 마련해줄 수 없으며, 때로는 사람들이 아무런 생각없이 주는 음식물때문에 병이 들기도 한다. 또한 우리와 함께 지구에서 공존하는 생명이라기 보다는 한낱 구경꺼리로 인식할 수도 있다는 것은 부정적인 면이라고 할 수 있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은 평생 동물원에서 살다 생을 마감한다. 요즘은 시설적인 면에서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그 동물들이 야생으로 서식하고 있는 지역의 환경과 똑같이 만들어줄 수는 없다. 또한 그만큼 자유도 제한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인간들에 의해 자유를 강탈당하고, 자신의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이국땅에서 살아야 하는 동물들. 그들은 단지 신기한 볼거리가 아니라 지구에서 같이 살아가는 귀중한 생명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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