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무의 고양이방
달나무 지음 / 북키앙 / 200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고를 때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역시 고양이란 단어와 알콩달콩 귀여운 그림이었다. 행복한 고양이 나라라고 이름 붙이고 싶을 정도로 귀엽고 앙증맞은 그림은 이 책에 대한 기대를 한껏 끌어 올리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반려동물로 제일 많이 키우는 동물은 역시 개와 고양이이다. 요즘은 고양이파가 많이 늘어 행복한 고양이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길고양이로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는 고양이도 많다.

이 책은 저자 달마루와 그녀의 고양이 미유와 초코봉, 그리고 그녀를 스쳐지나갔던 길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미유와 초코봉역시 길고양이 출신으로, 저자에게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힘들고 고단한 길거리 생활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책을 펼치면 저자의 여는 글로 시작해, 저자의 반려묘인 미유와 초코봉, 그리고 저자 자신에 대한 소개 페이지가 나온다. 그 후에 나오는 것은 바로 '나는 길고양이야'(왼쪽 사진)이라는 짧은 만화이다. 미유와 초코봉 역시 길고양이 출신이었기에, 저자 역시 길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건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의 경우에 국한된다.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수명을 다하는 길고양이들의 힘겹고 고단한 삶, 그리고 한때는 반려묘로 사랑받다가 사람에게 버림받은 고양이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사연을 가진 길고양이들의 삶에 대해 나온다.

인간보다 작고 연약한 생명체인 고양이. 하지만 그들은 사랑받지도 보호받지도 못한채 힘겨운 삶을 살아간다. 때로는 로드킬을 당하고, 때로는 약을 놓은 음식을 먹고 생명을 다하기도 한다. 또한 추운 겨울 추위를 견디지 못해 얼어죽는 고양이들도 많다. 그런 힘든 상황에서도 음식물 쓰레기를 주워먹고 탈이 나면서도 제 새끼 돌보기에 여념이 없는 어미 고양이의 모정은 코끝이 찡하게 만든다.

인간은 얼마나 이기적이여야 성이 찰까. 자신보다 귀한 생명은 없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에게 있어 길고야이란 단지 더럽고 귀찮고 시끄러운 생명일 뿐이다. 혹가다가 좋은 사람들을 만나 길고양이에서 집고양이로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부의 길고양이는 허망한 죽음을 맞게 된다.

사실 이 책은 길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만을 담고 있지는 않다. 대부분은 저자의 고양이 미유와 초코봉과의 생활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나는 길고양이야'라고 하는 부분의 글이 너무나도 가슴 아프고 찡해서 이야기가 좀 길어졌다. 

또한 본문에 들어가기전의 고양이에 관한 여러가지 용어들 - 맛동산, 감자, 젤리, 궁디씰룩, 궁디팡팡, 식빵가게, 하악, 골골골 등 - 에 대한 설명이 있다. 귀여운 그림과 재치있는 설명이 시종일관 즐겁게 만든다.

미유와 초코봉과의 만남에서 시작해 두 고양이와 한 사람이 펼치는 다양한 이야기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아니,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이라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즐거울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보다 연약한 존재이지만 고양이들의 존재감은 때로 사람을 초월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물론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고양이가 치유해 주기만을 기다려서는 안되지만,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치유받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건 바로 동물들이다. 특히 고양이의 경우 부드러운 털, 말랑말랑한 뱃살, 그리고 기분좋을때 내는 골골골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한껏 풀어지게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언어란 것이 존재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 언어가 상처를 주고 받고 하는 경우를 만들기도 한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눈빛으로 마음을 전하고 몸짓으로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는 고양이들을 안고 있으면 아프고 서러운 마음이 싸악 가시는 경험을 해본 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 이상은 있으리라. 

귀엽고 앙증맞은 그림에 재치있는 입담, 그리고 때로는 가슴을 저리게 만드는 이야기까지, 이 책은 읽는 내내 웃다가 가슴 뭉클하다가 코끝 찡해지다가를 반복하게 한다. 특히 초코봉과 미유와의 인연은 깊어서 저자가 집에 데려오게 되었지만, 대부분의 인연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가슴이 저려 왔다. 나역시 지금 다섯마리의 개(그중 네마리가 유기견 출신이다)를 키우고 있지만, 유기견이 생길 때마다 데려올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또한 섣불리 곁을 줘서도 안된다는 것도 잘 안다. 그래서 유기견 혹은 유기묘처럼 보이는 녀석들이 있어도 눈을 질끈 감고, 반려인이 있을거야 라고 혼자 최면을 건다.

우리 부모님 댁에 있는 고양이인 티거와 보리. 녀석들도 벌써 8살이 되었다. 티거의 경우 초코봉처럼 치킨집앞에 붙어서 울고 있는 녀석을 납치해 왔고, 보리의 경우 지인이 사는 아파트 단지내에서 발견된 녀석으로 이미 사람손에 길들여져 있는 녀석이어서 내가 데리고 오게 되었다. 특히 티거를 데리고 온 다음날 폭우가 쏟아져 그전날 내가 티거를 데리고 오지 않았더라면 녀석의 운명이 어떻게 되었을지 지금 생각해도 오싹하다. 또한 보리 역시 이미 사람 손을 탔던 녀석이라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당할 수도 있었다. 내가 보리를 데려왔을때 보리의 월령은 4~5개월정도. 귀엽다고 키웠다가 몸집이 커지고 털이 많이 날리니까 유기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런 경우 대부분 해코지를 당하게 마련이다. 내가 동물병원에서 목격한 한 고양이는 사람이 키우다 유기된 경우로, 길거리에서 사람에게 친근감을 표하다가 폭행을 당해 한쪽 눈을 잃어버리게 된 녀석도 있었다. 한쪽눈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에게 애교가 많던 녀석. 그 녀석을 보는 순간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다. 더불어 우리 보리도 그런 일을 당할 수도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눈앞이 아찔하다.

우리는 흔히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사실 생명에 귀천이 없다고 하는 것이 맞다.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은 모두 똑같이 소중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장 소중한 존재라 생각하고, 그밖의 생명들은 마구 다뤄도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조금만 우리 곁을 내준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생명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은 고양이를 키우고 있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딱 맞는 책이지만,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고양이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꼭 읽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린 생명들의 강인한 의지를 인간의 편견만을 가지고 보지 말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럼 이 세상은 아마도 더 행복해지겠지?

사진 출처 : 책 본문 중(9P, 157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