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 고양이 우리 시대 우리 삶 2
황인숙 지음, 이정학 그림 / 이숲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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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 고양이라..
제목에서 우선 느껴지는 것은 서울 한구석 낙후된 지역에 사는 길고양이들의 힘겨운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한국전쟁이후 남한으로 내려온 실향민들이 많이 살았다는 용산의 해방촌은 내게 비교적 넉넉한 이미지보다는 삶에 쪼들리고 쫓기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안겨준다. 물론 이는 내가 지방에 사는 사람이란 이유로 서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이유가 있기도 하지만.... 또한 책 표지 역시 산중턱에 다닥다닥 붙은 집을 배경으로 담장을 타고 걸어가는 고양이가 보이기 때문이리라.

이 책은 총 네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첫번째 파트인 <고양이로 산다는 것>은 저자가 기르는 고양이 세마리와 길고양이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어린 시선으로 씌어 있다. 인터넷 고양이 카페의 회원으로 활동하는 이야기나 공동구매로 고양이 용품을 사는 이야기는 저자의 반려묘들과 관련한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람들에겐 정말 공감되는 이야기이다. 물론, 고양이를 비롯해 다른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은 뭐 저리 궁색맞게 구는지, 궁상스럽게 구는지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말이다.

또한 길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생명을 마감하는 가여운 존재들. 기껏해야 2~3년의 짧은 수명을 살다 가는 녀석들에 대한 인간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게다가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는 건 동네 사람들 눈치를 봐가면서 해야 하는 등 길고양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다. 사실 인간보다 여리고 작은 생명인데, 인간들은 길위의 생명들에 대해 참 냉담하다. 차라리 모른척이라도 해주면 좋을 것을 해코지를 한다던가, 심할 때는 약을 놓아 새끼 고양이를 죽이기도 한다. 지구에는 인간만이 사는 것은 아닌데... 고양이를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이런 상황이 안타까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미미하다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품고 있다.

두번째 파트인 <더듬더듬 나들이>는 그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필자의 소소한 나들이 경험담에 관한 것으로 서울 근교 나들이나 이미 한물 가버린 밴드의 공연, 지금은 시골에 정착한 선배에 대한 추억담등이 담겨 있다.
 
세번째 파트인 <사노라면>은 요즘 아이들을 보면서 느끼는 필자의 생각과 더불어 필자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담이다. 요즘처럼 학원이다 뭐다 해서 늘 시간에 쫓기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벗삼아 살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나 역시 어린 시절엔 시골에 자주 갔던지라 이런저런 추억이 많은데, 이 파트를 읽으니 왠지 그때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마지막 파트인 <더듬더듬 책읽기>는 필자가 읽은 여러가지 책들에 대한 소소한 감상이나 그 책에 관련된 추억담으로 꾸며져 있다. 내가 읽었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아,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 싶기도 하고, 내가 미처 읽지 못한 책들에 대해서는 이거 나중에 한 번 읽어 봐야겠다.. 란 생각도 했다.

총 네파트로 나뉘어져 저자의 고양이에 대한 애정과 저자의 소소한 일상과 추억담이 담긴 이 책은 수필집이다. 지금은 수필 대신 에세이란 말을 많이 쓰지만, 왠지 이것을 수필이라고 부르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빛바랜 듯한 표지와 내지도 그런 몫을 하겠지만, 소탈하고 소박한 삶의 단상들에 대한 내용이 주된 내용이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중고교 시절에 학교에서 공부했던 수필들은 이런 느낌이었다. 요즘 나오는 에세이들에 비해서는 소탈한 면이 많았다고나 할까. 그래서 굳이 이 책을 에세이가 아니라 수필로 부르고 싶어진다. 또한 저자 역시 내 형제 또래 보다는 엄마뻘에 가까운 연배이다 보니 그런 느낌이 더 강할지도 모르겠다.

잔뜩 미화시키고 가지런하게 정돈된 느낌이 아니라, 소박하고 소탈한 일상이 뚝뚝 묻어나는 해방촌 고양이는 딱히 꼬집어서 어떤어떤 부분이 좋다라고 말할 수 있다기 보다는 전체적인 느낌이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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