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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카프카의 고백 - KAFKA's Dialogue
카프카 글, 이우일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난 책 제목에 '고양이'란 단어가 나오면 손이 먼저 나간다. 기본적인 책 소개도 읽지 않고 덥썩 사버리는 것이다. 고양이 카프카의 고백 역시 그런 이유로 사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난 고양이보다는 개들 더 좋아한다. 개를 먼저 키웠고, 또 지금도 다섯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으니까. 하지만 고양이도 무척이나 좋아한다. 고양이홀릭이나 고양이중독까지는 아닐지라도 길을 걷다 만나는 길고양이도 무척이나 반가울만큼 고양이를 좋아한다. 올해 8살이 된 티거와 보리도 내가 길에서 납치해온 녀석들인데, 지금은 부모님댁에서 지내고 있고, 시골집에 가면 나를 너무도 잘 따르는 나비 녀석의 재롱을 보면서 너무너무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고양이 카프카의 고백.
즉, 카프카란 이름을 가진 녀석이 무언가를 고백하는 모양인데, 도대체 어떤 고백을!?
고양이로서의 삶에 대한 고백일까, 아니면 하녀와 집사에 대한 고발일까.
책 띠지에 있는 "나보고 웃긴다고 하지마. 너희 인간들이 더 웃긴다고!"란 표현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를 상상하며 책을 펼쳤다.
흐음..
그런데 이거 좀....
이 책이 카프카의 입장에서 씌어진 내용이란 건 맞는데, 카프카가 고양이로서 살아가면서 겪는 일이나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고양이 카프카가 자신의 반려인과 함께 지내면서 겪고 느끼는 일에 대한 내용이 주된 내용이다. 고양이이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 아니었어!!! (그래서 약간 실망했다고나 할까)
뭐,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면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역시 고양이가 바라본 인간 세상에 대한 풍자가 아니던가. 그런 비슷한 맥락으로 보면 큰 무리는 없을 듯. (물론, 이 이야기는 작가 후기에도 잠시 언급이 되어 있다.)
고양이와 인간의 삶은 무척이나 다르다. 물론 고양이끼리도 다른 삶을 사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여기에서는 일단 인간과 고양이란 두 생물을 주제로 다루고 있으니 일단 그렇게 생각하자. 카프카가 보는 인간들 - 즉, 저자와 저자의 부인, 저자의 딸 -의 삶은 고양이가 보기에 이해불가, 모순투성이인 점이 너무나도 많다. 왜 굳이 저렇게 살까 싶을 정도로. 그렇다 보니, 카프카의 고백이 아니라 카프카의 고발이란 제목이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잠시 딴청~~)
본문은 카프카의 여러가지 고백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간중간 당시의 에피소드가 만화 형식으로 들어가 있다. 때로는 한쪽 만화, 때로는 한 컷 만화로. 그래서 그런지 최대한 단순하게 그려진 카프카의 모습과 비비의 모습이 너무 귀엽다. 이게 또하나의 재미. (근데, 읽으면서 든 생각인데, 토모의 시마시마 에브리데이에 나오는 고양이들과 참 많이 닮아 있다.)
또한 본문의 각 에피소드들은 카프카의 입장에서 씌어졌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작가의 자학적 자아비판이란 느낌도 지울수 없다. 때로는 너무도 사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싶은 이야기도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딱히 삐뚜름한 시각으로 볼 생각은 없다. 솔직하다는 것도 이 책의 하나의 장점이니까.
하지만 좀 아쉬웠던 건, 카프카의 입장에서 씌어진 글임에도 불구하고, 카프카가 저자에게 '주인'이란 호칭을 쓴다는 것이다. 보통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하녀나 집사로 불린다. 저자를 일컬을 때 주인대신 집사, 저자의 부인은 하녀란 호칭을 썼으면 더 재미있고 공감되지 않았을까. 또한 저자의 후기에서 애완동물이란 표현대신 반려동물이란 표현을 썼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