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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견의 사랑하는 법 - 러쉬노벨 로맨스 249
후유노 진코 지음, 오키 긴죠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 2010년 5월
평점 :
후유노 진코는 불야성의 댄디즘으로 처음 접한 작가이지만, 생각보다 너무 시시해서 원래 이런 작가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한번 읽고 어떻게 그 작가에 대해서 잘 알수 있겠는가, 게다가 꽤 많은 편수의 노벨을 꾸준히 써왔다는 걸 감안하면, 그리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결과는 대만족은 아니지만, 이정도면 재미있게 읽었다라고 할까.
가족을 위해 갑자기 목돈을 마련해야 할 처지가 된 신이치와 한때 신주쿠 일대를 공포로 몰아 넣었던 미친개 쿠즈미.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러 간 신이치는 오히려 사채업자에게 팔릴 운명에 처하게 된다. 까딱했으면 몹쓸 꼴이 되었겠지만, 쿠즈미 덕분에 그 위기를 모면하게 된 신이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다 하겠다면서 쿠즈미에게 매달린다. AV라도 찍겠냐는 말에 신이치는 한치의 흔들림없이 그것을 승낙하고, 그때부터 쿠즈미의 조교가 시작된다.
조교라..
그래, 뭐 이런 코드도 나쁘진 않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거 꽤 좋아한다. 그렇다고 수가 공에게 질질 끌려가는 성격은 아니다. 때로는 반항도 하는 모습이 꽤나 귀엽다. (물론 쿠즈미 입장에선 반항하는 신이치가 귀엽지만은 않겠지만) 게다가 쿠즈미의 캐릭터가 참 괜찮다. 쿨하면서도 열정적이랄까. 난 위험한 인간이야라는 포스를 풀풀 풍기면서도 다정하다. 또한 도대체 뭘하는 사람인지, 장사도 잘 안되는 AV 가게랑 바를 경영하면서도 재정적인 면에서는 여유로와 보이고, 가부키초 일대를 주름잡는 야쿠자 모치즈키 파의 두목과 만나도 눈썹하나 까닥하지 않는다.
게다가 쿠즈미가 1년전에 데리고 온 야마구치란 캐릭터도 무척 멋지다. 원래 넘버원 호스트의 자리에 있던 그가 쿠즈미가 경영하는 조그마한 바에서 일하면서도 만족하며 사는 이유를 알았을때, 야마구치가 더 괜찮아 보였다. 사이드 캐릭터이긴 하지만, 왠지 나올때마다 친근한 느낌이랄까. 거기에 모치즈키파의 두목도 참 괜찮은 인물. 일러스트에도 나오지만 근사하게 생긴데다가 성격도 나름 괜찮은 캐릭터였다고나 할까.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신이치와 그의 주변 인물과 관련된 이야기나, 신이치가 쿠즈미를 만나 겪는 이런저런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이 책을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건 역시 다양한 캐릭터들의 존재이다. 그렇다 보니, 쿠즈미를 사이에 둔 신이치의 라이벌 등장같은 재미없는 캐릭터는 없어서 좋달까. (사실 그런 삼각 관계.. 이런 거 별로 안좋아하는지라.) 라이벌이 굳이 등장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다양한 사건도 존재한다.
스토리와 캐릭터 면에서 만족.
게다가 일러스트를 담당한 오키 긴쥬의 캐릭터들도 꽤 멋지다. 뭐, 가끔 인체의 움직임을 생각해 봤을때 조금 이상한(?) 자세가 보이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불야성의 댄디즘은 나를 아주 실망시켰지만, 광견의 사랑하는 법은 앞으로 이 작가의 책을 조금 더 봐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게 했다. 하지만 다음에 고른 책이 실망스럽다면, 다시는 이 작가를 선택하지 않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