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
고다마 사에 지음, 박소영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동물을 기른다. 옛날에는 집을 지키기 위해 개를 기르고,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길렀지만, 지금과 같은 핵가족화 시대나 독신자들이 많은 가정에서는 가족을 대신하는 존재로, 혹은 가족과 같은 존재로 여겨지며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더이상 가족의 일원이 아닌 짐같은 존재로 치부되며 버려지는 동물의 수가 너무나도 많다.

유기(遺棄).
 내다 버림 혹은 어떤 사람이 종래의 보호를 거부하여, 그를 보호받지 못하는 상태에 두는 일.

유기동물이란 사람들에게 길러지다가 버려진 동물들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해마다 늘어나는 유기동물의 수가 어림잡아 한해 8만여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한때는 반려인과 함께 반려동물로서 살아왔던 그들이 차갑고 냉혹한 길바닥으로 내쳐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렇게 버림받은 동물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사람에게 버림받은 동물들은 대부분 유기동물센터로 끌려가거나 길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는 로드킬을 당한다. 그중에서는 운이 좋아서 좋은 반려인을 다시 만나게 되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유기동물의 운명은 그렇지 못하다.

저자 고다마 사에가 한 유기동물센터에서 찍은 버려진 동물들의 사진을 보면 그들의 표정에서 두려움을 읽을 수 있다. 잔뜩 움츠러들고 겁먹은 녀석들의 눈동자. 누가 동물들에게는 감정이 없다고 했는가. 자신이 어디 있는지, 자신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채, 몸을 최대한 웅크리고 있는 녀석들의 눈동자는 슬픔과 두려움으로 젖어 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수가 늘어갈 수록 발생하는 유기동물의 수도 급증하고 있다. 한때 사람들의 사랑과 보호를 받아왔던 그 아이들을 집밖으로 내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사진 왼쪽 위의 포메라니언은 늙었다는 이유로 버림받았다. 늙은 개의 뒷치닥꺼리를 하기 싫다는 이유로 반려인이 직접 데려온 녀석으로, 이런 아이의 경우 당일 살처분을 당한다고 한다.
오른쪽 위에 있는 녀석은 새끼를 가졌다고 해서 버려진 경우다. 중성화수술을 미리 해줬더라면 자신의 반려동물의 원치않는 임신을 막을 수도 있으련만.. 하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임신 상태에서 버려졌다는 것이다.
왼쪽밑에 있는 시베리안 허스키는 한때 인기견종으로 각광받아 입양했지만, 감당이 안되 버려진 경우이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은 특히나 특정 반려견이나 반려묘가 각광받아 붐을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마지막 사진의 아기 고양이들은 키울수 없다는 이유로 버려졌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든 돈보다 치료비가 더 나온다는 이유로, 새끼때는 귀여웠는데 크니까 귀엽지 않다는 이유로도 버린다.

내가 일하던 동물 병원에서는 아내가 임신했다는 이유로 13살 된 말티즈를 안락사시켜 달라는 경우도 있었고, 병원에 치료를 받으려고 맡겼다가 수술비가 많이 나오니 잠적해 버린 반려인도 있었다. 또한 피부병이 심한 푸들 두마리를 데리고 와서 당당하게 안락사시켜 달라는 사람도 봤다. 사실 피부병이란 잘 돌봐주고 잘 먹이면 금방 낫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진 오른쪽 위에 있는 처분이란 글씨가 눈에 아프게 새겨진다.
 이 아이는 이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자신을 찾지도 않을 반려인을, 자신을 데리러 오지도 않을 반려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위에 있던 사진의 아기 고양이들은 마대 자루에 넣어져 가스실에서 살처분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10일, 일본은 3일이 보호 기간이다. 즉, 유기 동물 센터에 들어오면 입양이 되지 않는 이상 죽임을 당하게 된다. 일본의 경우 가스를 이용한 살처분, 우리나라의 경우 약물을 이용해 심장을 멈추게 만드는 방법을 이용한다.

저자는 책에서 안락사대신 살처분이란 단어를 쓰고 있다. 사실 안락사란 것은 반려인 곁에서 행복하게 살다가 반려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경우가 안락하고 편온하며 평안하게 맞는 것이 아니던가. 억지로 숨을 멈추게 하는 게 무슨 안락사란 말인가.

사람들은 자신이 버린 동물을 누군가가 데려가서 잘 살펴 주겠지, 혹은 원래 야생에서 살던 녀석들이니 알아서 잘 살거야 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내가 싫다고 버린 녀석이 다른 사람에게 이쁨을 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 것은 너무 안일한 생각이다. 또한 집에서 사람손에 길들여져 야생성을 잃어버린 반려동물이 집밖에서 어떻게 생활을 한단 말인가. 대부분 그들은 쓰레기로 연명하다 병에 걸려 병사하거나 차에 치여 목숨을 잃는 로드킬을 당하게 된다.

사람의 이기심으로 인해 버려지는 수많은 생명들.
버려진 동물들의 눈동자에는 원망의 눈빛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다만 반려인과 떨어지게 된 공포,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불안, 그리고 혹시나 반려인이 자신을 찾으러 오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만이 있을 뿐이다.

유기동물 문제는 구조와 재입양이란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일단 반려동물로 맞아들이면 그 녀석이 생을 마감할 때까지 돌봐주어야 한다는 결심, 어떠한 경우에도 유기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유기되는 동물의 수를 줄여야만 유기 동물 문제도 해결되는 것이다.

매년 유기동물 수가 급증하는 휴가철이 코앞이다.
돌봐줄 사람을 찾지 못해, 혹은 병원등의 반려동물 호텔비가 비싸다는 이유로 또 수많은 아이들이 버려지게 되는 때가 바로 휴가철이다.
제발 이제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버려지는 반려동물들이 더 많이 생겨나지 않기를 바라본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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