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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지 못하는 반딧불이
오자와 아키미 지음, 김동성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7년 2월
평점 :
여름이 시작될 무렵, 반딧불이들이 번데기에서 깨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여름 밤하늘을 반짝반짝 수놓는 반딧불이. 하지만 유독 한 반딧불이만이 날개가 접혀진 채로 태어나 날 수가 없었다. 다른 친구들은 저렇게 훨훨 날고 있는데, 왜 나는 날수가 없는 거지?
자신 혼자만이 다른 반딧불이와는 다르다는 것에 대해, 자신은 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아기 반딧불이는 괴로워 한다. 친구들은 옆에서 힘내라고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접혀진 날개가 펴지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보던 친구들은 자신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만이 들뿐이다.
우리들은 우리들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호기심에 힐끗힐끗 쳐다본다던가, 아니면 안타까워 하면서도 그냥 무시를 하게 된다. 마음 속으로는 장애가 몸의 불편함뿐이라는 말을 되뇌이지만, 자신이 그런 처지가 아닌 이상 상대의 힘겨움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곁으로 다가갈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다른 반딧불이들처럼.

혼자 남겨진 반딧불이는 날 수 없기에 힘겹게 갯버들 가지를 타고 올라가 마을 풍경을 바라 본다. 얼마나 날고 싶을까. 훨훨 날아 다니는 친구를 보면서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고 있을까. 아름다운 불빛속에 비치는 반딧불이의 뒷모습은 커다란 슬픔을 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름은 반딧불이의 계절. 그 아름다운 빛에 끌린 동네 꼬마들이 반딧불이를 잡으러 왔다. 하지만 날지 못하는 반딧불이는 아이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잡힐 뻔 하지만, 그때 나타난 다른 반딧불이가 날지 못하는 반딧불이를 대신해서 잡혀간다.

그 모습을 본 날지 못하는 반딧불이. 자신의 장애와 자신의 처지만을 고민하고 힘겨워 하느라 자신을 지켜보는 친구들이 늘 곁에 있는 것을 몰랐다. 정작 그때가 되어서야 자신을 지켜주고 있다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날지 못하는 반딧불이. 눈물이 맺혀있는 반딧불이의 눈을 보고 있자니, 안타까움이 밀려든다.
친구 반딧불이가 잡혀간 집에는 아파서 누워있는 소년이 있다.
다른 아이들처럼 같이 반딧불이를 보러 가고 싶었을 텐데.. 그런 소년을 위해 형제들이 데려온 반딧불이. 그 반딧불이는 날지 못하는 반딧불이에게는 자신이 혼자가 아니란 생각을, 아파서 누워있는 소년에게는 반짝이는 여름의 빛을 선사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에 혼자서 살 수 있는 생명은 아무도 없다.
비록 자신이 혼자라고 느껴질때가 있을지는 몰라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보면 자신에게 관심을 두고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날지 못하는 반딧불이를 읽다가 갑자기 울컥하면서 짠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연거푸 두 번을 읽어도 마찬가지.
집단 따돌림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선생님의 마음으로 씌어진 이 책에는 어디에서도 집단 따돌림에 대한 내용은 없지만, 모든 존재는 소중하고, 또한 누구도 혼자라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때로는 직설적인 말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에둘러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도 있다.
바로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 아닌가 싶다.
날지 못하는 반딧불이는 비록 다른 친구들과 다른 모습으로 태어났고, 그런 자신의 모습에 외톨이라 느꼈지만, 친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때로는 말보다 행동이 더 깊은 사랑과 온기를 전해주기도 한다. 날지 못하는 반딧불이를 대신해 잡혔던 그 반딧불이 친구의 행동처럼.
문득 고교 3학년때가 생각난다. 입시의 압박으로 힘겨워 했던 시절.
우리 반에 항상 혼자 겉돌던 한 친구가 있었다. 입시에 대한 부담감으로 결국 병이 생겨 버렸는데, 그 당시 우리들이 그 친구를 좀더 보듬어 줬더라면 같이 웃는 얼굴로 졸업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지금에서야 후회가 밀려 온다.
아직도 우리가 사는 곳에는 알게 모르게 차별이란 것이 존재한다. 그리고 자신과 다른 존재에 대해서 차별을 넘어 따돌리기까지 한다. 특히나 또래 집단으로 구성된 학교에서 그런 일이 더 심한데, 이 책이 그런 아이들의 마음에 켜지는 작은 등불하나가 되기를 바라 본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