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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객관동화
무적핑크 글 그림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패러디라고 하는 것은 밑져야 본전이 아니라, 잘해도 본전이랄까, 내겐 그런 인식이 있다. 일단 패러디란 것 자체가 2차 창작물이기 때문에, 원작을 뛰어 넘지 못할 경우 대부분 외면당하게 되어 있으니까. 또한 원작이 어떤 것인지 독자가 알 수 있게 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컷 패러디작품을 만들어 놨는데, 그게 패러디인지 순수 창작물인지 알수 없다면 도로아미타불이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걸 보는 사람의 공감을 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창작물에 해당되는 것이겠지만, 특히 패러디물의 경우 더욱 그렇지 않을까.
무적 핑크의 실질객관동화는 총 네개의 카테고리, 즉 인간의 감정인 희노애락을 주제로 한다. 동화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나 소설, 신화, 광고 등 다양한 장르를 패러디하고 있다. 처음에 볼 때는 내 취향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뒤로 읽어 나갈수록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에 감탄을 했고, 또 중간중간 빵빵 터지는 유머 코드에 뒤집어지게 웃었다.
특히나 기억에 남는 건, 플란다스의 개와 서유기, 마지막 잎새였다. 루벤스의 그림앞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는 네로와 파트라슈의 이야기가 이렇데 바뀌다니. 손오공 머리에 씌워진 테에 그런 심오한 뜻이 있는지, 마지막 잎새가 전공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면서 배를 잡고 웃었다.
또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신데렐라 송의 경우, 옛날 생각을 하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1980년대에 유행했던 그 노래의 후렴구를 보면서 어찌나 웃었던지. 옛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건 명상의 시간에 나오는 해골바가지 그림을 그리면서 불렀던 노래도 마찬가지. 초등학교때 흔히 하던 놀이였는데, 지금은 거의 잊고 지냈던 것이다.
그렇다면 실질객관동화는 웃기기만 할까? 패러디라고 해서 무조건 개그 코드를 따르는 건 아니다. 물론 개그 코드가 가미되어 있지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즉, 옛날 이야기의 현대 버전이라고나 할까. 입시, 취업, 조기 교육 문제등 다양한 사회 문제까지도 패러디의 소재로 쓰이고 있다. 막상 말로서 꺼내면 무거워질 주제이지만, 적절히 첨가된 유머 코드는 잠시 현실을 잊게 해준다.
착하기만 한 주인공과 권선징악의 결말로 일관되어 온 이야기들과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들에 대한 X침 한방. 무적핑크가 그려내는 새로운 세계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고 순수하게 즐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