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해서라면 어디까지라도
나카무라 아스미코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생들의 풋풋한 첫사랑과 그들의 성장 이야기를 담은 동급생 시리즈를 읽고 나카무라 아스미코만의 독특한 매력에 푹 빠진 내가 이 책을 보자마자 구매하게 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배송받고나서 표지를 본 순간, "악! 표지가 왜 이렇게 촌스러~~!!"라고...중얼거렸다. 만화책 단행본에서 컬러 일러스트를 볼 수 있는 건 표지와 본문 첫 장의 컬러 일러스트 정도이기 때문에 표지에 기대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동급생과 졸업생 시리즈 같은 경우 은은한 수채화같은 느낌이 너무나도 예뻤는데, 이 책은 원색과 보색의 대비가 너무 강해서 깜짝 놀랐다.

어쨌거나 표지 이야기는 이쯤하고..
이 단행본에는 표제작 외 3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표제작 <당신을 위해서라면 어디까지라도>는 고지식하고 융통성없는 형사 타카치호 타쿠미와 핸섬한 얼굴에 깍듯해 보이지만 능글맞은 범인 나나미 요이치의 이야기.

1년을 따라다니다 겨우 외딴 섬에서 나나미를 체포하게 된 타카치호. 그러나 정작 붙잡힌 나나미는 느긋하기만 하다. 타카치호에게 이런 풍경을 보여 주고 싶었다느니 등등등의 작업 멘트를 날려 주면서 타카치호를 유혹하는데, 타카치호는 까칠하게 굴면서도 나나미의 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게다가 나나미에게 키스를 당하고, 삐리리~한 지경까지 되는데도 이상하게 타카치호의 저항은 너무도 적었다. 이게 왠일? 밑도 끝도 없이 본편부터야? 라고 생각했는데, 뒷장으로 넘어가면서부터 이 모든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나나미의 청산유수같은 말솜씨와 그에 맞서는 타카치호의 대응은 어찌나 유쾌하고 사랑스럽던지. 형사와 범인 사이란 것을 몰랐더라면 티격태격하는 연인처럼 보였을 정도. 나나미는 정말 뺀찔뺀질하게 구는 캐릭터인데, 정말 밉지 않은 뺀질이랄까? 진지하게 읽다가 폭소가 터지고, 또 진지한 모드로 나가다가 폭소가 터지고. 적당한 순간마다 터지는 유머코드에 얼마나 키득거렸는지. 특히나 온천에서의 목욕 장면에서는 배를 잡고 웃었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범인과 형사라는 것. 츤츤거리는 타카치호에 끊임없이 사랑을 고백해오는 나나미. 그러나 타카치호의 입장이란 게 그의 고백을 받아들이기는 난처한 일일 뿐. 그러니 자신을 좋아하냐는 나나미의 말에 타카치호는 대답을 망설이게 되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그 후에 벌어질 일도 당연하달까?

그후 반년. 다시 재회하게 된 두 사람. 또다시 상황은 반년전의 상황과 똑같아졌다. 이제 배경이 되는 건 섬이냐 산이냐의 차이점뿐? 여전히 까칠하게 톡톡 쏴붙이는 타카치호와 여전히 유들유들 뺀질뺀질한 나나미. 그러나 그 순간 타카치호의 입에서 터져나온 이야기가 나나미를 크게 흔들어 놓는다. 사실 이 장면에선 나나미뿐만 아니라, 나 역시 심장이 덜컥했다고나 할까. 와우, 잘했어, 타카치호! (나머지 이야기는 직접 확인하시길~~)

두번째 수록작품인 매지컬 집사는 쇼트쇼트라고 해도 될만큼 짧지만 무척 인상적이었다. 제목에서부터 집사란 단어가! 참고로, 난 집사를 참 좋아한다.. (쿨뷰티면 더 좋고!) 어쨌거나 집사와 행주 영업사원 사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이 단편에서 역시 제일 압권은 집사 츠루하미. 특히 주인님 이야기가 나오면서 뒤로 쓰러지는 츠루하미의 모습에 미친듯이 웃었다는 거~~

논논 시리즈는 학원물. 동급생 시리즈도 학원물이었지만 너무나도 즐겁게 읽어서 은근히 많은 기대를 하고 봤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보답받았다!!!!! (유후~~)

너무나도 절친한 야마다와 이시마루. 그러나 어느 날부터 둘 사이에 미묘한 스파크가! 보통 bl물에 등장하는 아그들에 비해 너무나도 순진하고 순수한 녀석들. 양호실에서 둘의 모습을 보면서 아구, 귀여워라를 연발했을 정도. 그러면서도 할 거 다하는 녀석들. 물론 역사가 이루어진 건 사회과 준비실이었지만!

주인공들은 고교생답게, 고교생다운 풋풋함이 잘 살아 있었으며, 그 나이 또래의 귀여움과 순수함이 너무나도 잘 살아 있었다. 게다가 이 단편 역시 적절한 순간에 등장하는 유머 코드로 읽는 내내 정말 즐거웠다.

마지막 단편인 나락은 어디는 표제작의 번외편. 그러나 시대는 헤이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렇다고 딱히 역사물은 아니고 패러디 시대물이라고나 할까? 헤이안 시대의 복장을 하고 있는 둘의 모습도 즐거웠지만, 역시 제일 크게 빵~~하고 터진 것은 아씨의 비밀이었다나 뭐라나~~

언뜻 보기엔 그림을 대충 쓱쓱 그린 것 처럼 보이지만, 디테일한 부분이 생략되었다고 해서 나쁠건 없다. 오히려 등장 인물들의 표정이나 감정이 더 많이 살아 있다. 예쁜 작화 취향의 독자들은 이런 그림 별론데 싶을지는 몰라도 난 이런 그림체도 참 마음에 든다. 만화체임에도 불구하고 눈의 표정이 너무나도 잘 살아 있기 때문이다.

각각 다른 연령대, 직업의 커플을 등장시켜 지루할 틈없이 이야기가 진행되며. 특히나 억지스럽지 않은 유머코드는 최고라 생각한다. 주인공들의 캐릭터 역시 어딘가 있을 법한 인물들이라 그들의 이야기에 더욱 공감이 간다. 동급생 시리즈도 너무 좋았지만, 이 작품 역시 별 다섯개를 주는 것에 아까움이 없을 정도다.
앞으로 이 작가의 책이 더 많이 번역되어 나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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