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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대화하는 아이 티피
티피 드그레 지음, 백선희 옮김, 실비 드그레, 알랭 드그레 사진 / 이레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어린아이들은 어른보다 자기 주변의 것들과 쉽게 교감을 나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것이 동물이든 식물이든, 사물이든간에... 그러나 티피는 그 교감의 정도가 보통의 사람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그 능력은 특별하다. 티피는 그것을 자신의 보물이라 생각한다. 남들과는 나눠가지고 싶지 않을 정도의 보물. 만약 나도 그런 특별한 능력이 있다면 티피와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이 책은 티피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티피의 눈으로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어린아이다운 천진난만한 생각과 순수한 생각들은 우리 어른들이 잊고 살아 왔던 것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의 깨달음을 전해준다.
아프리카의 나미비아, 보츠와나의 야생동물과의 생활을 비롯해, 그곳에 사는 소수부족인 힘바인 부족과 피그미족과의 생활의 단면도 엿볼수 있으며, 책 후반부에서는 마다가스카르 섬에서 보낸 날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흔히들 아프리카라고 하면 일단 푸른 초원이 펼쳐진 사바나와 그곳에 사는 동물을 먼저 떠올린다. 나 역시 언젠가 아프리카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만큼 아프리카를 좋아하고 그곳에 사는 야생동물을 좋아한다. 하지만, 막상 그곳에 가게 되면 난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 티피와 같은 생각, 그리고 티피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기엔 난 너무 나이가 들어 버렸고, 도시란 곳에 익숙해져 버렸으니까. 하지만 10살난 티피의 눈으로나마 좀더 순수한 눈으로 그곳을 바라보게 되어 너무나도 기뻤다.
![](http://cfile29.uf.tistory.com/image/2031DE164C2FFF4E03B29D)
티피와 함께 있는 아프리카 코끼리 아부의 모습. 아부는 사실 아프리카 태생은 아니다. 아메리카에서 태어나 서커스단에서 공연을 하던 코끼리이지만, 서커스단 사람과 함께 아프리카로 함께 건너왔다. 영화 배우이기도 했던 아부는 아주 영리한 녀석으로 당시 나이가 서른살이었다고 한다.
아부는 어쩌면 다른 코끼리에 비해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보통 서커스단에서 공연하는 코끼리는 죽을때까지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공연을 할 능력이 안되면 동물원으로 팔려 가지만, 이녀석은 자신의 고향 아프리카로 돌아왔다.
티피와 아부가 함께 하는 모습은 경이롭다. 티피를 머리위에 태운 아부의 눈이 편안한 듯 슬쩍 감겨있다. 그러나 이는 길들여진 코끼리이기에 가능한 것일뿐. 아프리카의 코끼리들은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해 인간을 피해 다닌다. 이는 코끼리 상아를 얻기 위한 인간들의 사냥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또한 숫코끼리의 경우 발정기가 되면 굉장히 사나워져 인간을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둘의 모습에서는 그런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http://cfile29.uf.tistory.com/image/2031DE164C2FFF5C0416B4)
표범 J&B와 함께 있는 티피의 모습. 티피의 다리에 앞발을 슬쩍 걸고 있는 J&B의 앞발을 자세히 보면 발톱이 드러나 있지 않다. 즉, J&B는 티피에게 장난을 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야생 표범의 경우, 인간을 공격할 수도 있는 맹수다. J&B는 인간에게 길러지고 있지만 언제든 야생성을 드러낼 수 있는 야생동물이다. 하지만 사진만으로 볼 때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광경이다.
![](http://cfile23.uf.tistory.com/image/1631DE164C2FFF630518D8)
아프리카에 사는 영양들은 겁이 많기로 하자면 1등 수준이다. 초식동물은 늘 육식동물을 경계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그러한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러한 모습은 정말 티피가 아니면 만들어낼 수 없을 아름다운 장면이다. 길들여 지지 않은 야생 영양이 이렇게 사람 가까이 오는 일은 확률적으로 희박한 일이기 때문이다.
![](http://cfile24.uf.tistory.com/image/1231DE164C2FFF6806822A)
비비원숭이는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로 떼로 덤비면 표범도 당해내지 못할 정도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티피는 이 비비원숭이와 이야기를 나눌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다가갔고, 이 비비원숭이 대장은 티피를 받아들였다.
이외에도 수록된 수십장의 사진에서 티피와 야생동물, 그리고 힘바인족과 피그미족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상대와의 교감. 언어란 것이 없어도 마음이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아닐 수 없다.
티피가 들려주는 대자연과 인간과 야생 동물의 이야기.
난 이 책을 손에서 내려 놓고 또다시 아프리카를 꿈꾼다.
사진출처 : 본문 中(위에서부터 순서대로 22~23P, 38~39P, 94~95P, 98~9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