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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부위별로 팝니다
애니 체니 지음, 임유진 옮김 / 알마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봤던 미드 두 편이 떠올랐다. 하나는 수사 시리즈물이고, 하나는 의학 드라마였는데, 수사 시리즈물에서는 화장장에 보낸 시신이 조각조각 잘려서 판매되는 이야기였고, 의학드라마에서는 이상한 조직을 이식받은 수혜자들이 이식후 고통을 겪는 이야기였다. 드라마니까 당연히 그저 픽션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모두 실제 사건에 근거한 이야기였다니!
모든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든 죽음의 순간은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두려움의 순간 이후, 영원한 안식을 찾게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내 가족의 시신이 가족도 모르는 사이 조각조각 나서 팔려가고 있다면?
그건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대사회의 장례란 보통 장례업체에 일임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환경 보존의 의미로 화장하는 경우도 늘어가고 있다. 옛날같으면 집에서 장례를 치르고 가족의 손으로 직접 묻어주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지금은 대부분 장례업체를 통해 장례가 치뤄진다. 또한 매장이 아닌 화장의 경우 몸의 일부가 없어진다 해도 화장을 한 후에는 그걸 확인할 방법이 없다. 적당히 재를 나누어 담아 주면 그걸로 끝인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시체 브로커들은 인간의 시신을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 시신을 제공받는 사람들 역시 그 시신의 출처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는다. 물론 의학 연구를 위해, 인간 삶의 질적 향상을 위한 연구 목적이라 하는데 뭐가 문제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시신이 기증되어 의학 연구용으로 쓰이길 바랐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시신도 마구잡이로 사용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생전 본인의 의지, 사후 가족의 동의도 없이 시신을 마구잡이로 분해해서 돈을 받고 판다니...
또한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의학 연구용으로 기증된 시신 역시 불법적으로 거래가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모교의 발전을 위한다거나 등의 이유로 시신을 기증한 사람의 의지를 반하는 행위는 죽은 자를 모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까 아무렇게나 해도 좋은 것인가?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인간의 죽음에 대한 경외,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다. 사체를 분해해서 팔 생각을 했을때, 이미 그들의 양심은 조각나 버린게 아닐까.
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당신들의 가족이 죽었을때도 그들을 조각내서 팔텐가? 라고.
인류는 문명이 발달할 수록 야만적이 되어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의학 발전을 위한 것이란 명분은 집어 치워라. 죽은 자에 대한 예의조차 없는 사람들이 인간 삶의 질적 향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곘는가. 죽었든 살았든 인간임에는 변함이 없는데.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과연 우리나라는 어떨까란 생각이 든다.
과연 우리나라는 시체 브로커들로부터 안전한 안전지대일까?
책을 읽으면서 좀 아쉬웠던 부분은 내용이 드라마식으로 구성이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논픽션답게 좀더 다큐멘터리적인 구성이었다면 좀더 좋지 않았을까. 시신 매매라는 충격적인 진실이 드라마적인 구성에 묻혀버렸다는 생각이 들어 좀 아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거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