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사 4 - 봉황편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어둠이 진정한 어둠으로 존재하던 헤이안교 시대.
최고의 음양사이면서도 자신을 과신하지 않고 또한 권력에도 얽매이지 않았으며, 이매망량을 처단하기 보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들의 원한을 풀어주던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 그의 네번째 이야기, 봉황편.

음양사 4권은 아베노 세이메이의 라이벌이라 여겨졌던 민간 음양사 아시야 도만과 얽혀 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흔히들 아베노 세이메이와 아시야 도만은 적대적인 관계였을 거란 생각을 많이 했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딱히 적대적인 관계는 아닌듯 하다. 또한 아시야 도만은 아베노 세이메이를 라이벌로 여기는 듯 하나, 아베노 세이메이는 그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베노 세이메이는 때로는 아시야 도만이 건 주술을 풀기도 하고, 황제의 눈앞에서 아시야 도만과 방줄술 겨루기를 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알고 보니 상호보환적 관계처럼 보이기도 했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었달까.

태산부군제는 아베노 세이메이를 시험하기 위한 아시야 도만의 계략에 관한 이야기이다. 태산부군은 아베노 세이메이가 모시고 있는 신이기도 하다. 그런 상태에서 아베노 세이메이가 태산부군에게 반기를 드는 듯한 행동을 하게끔 만들게 하는 아시야 도만은 정말 뭐랄까, 어찌보면 참 지저분한 방법을 쓴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러한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 아시야 도만만의 탓은 아닌듯 하다. 수행을 하는 승려가 나이 60이 다 되어 여범을 저지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수행이 덜 된게 아닌가. 아시야 도만은 그 욕망에 살짝 불을 질러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이란 수행을 거듭해도 결코 인간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이런 걸 보면 인간이란 존재가 참 미흡하단 생각이 든다.

두번째 작품인 청귀의 등에 올라탄 남자 이야기는 헤이안 교 시대 결혼 풍습이랄까 그런 것과 관련되어 있는 이야기이다. 당시에는 결혼이란 것이 여자를 취하면 이루어지는 형태였고, 남자가 여자를 데리고 사는 것이 아니라 여자의 집에 찾아가는 것으로 이루어졌으니, 그 과정에서 버림을 받은 여자는 한 둘이 아니었다. 바깥출입도 자유롭지 못했던 여인들에게는 남편이 오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을텐데도.... 그러한 여인의 한이 담겨 있는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라 할 수 있겠다.

달맞이꽃에 나오는 귀신은 원령은 아니다. 다만 이승에 미련이 있었을 뿐이랄까. 죽은 정인이 남긴 시의 의미를 알지 못해 구천을 떠돌고 있던 한 여인의 영혼. 아베노 세이메이는 그녀의 정인이 남긴 시를 해석해준다. 헤이안 시대에는 와카가 유행하던 시기라서 그런지 유독 와카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 작품 역시 그런 것과 관련이 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가라카미 도사는 죽기전 이루지 못한 소원때문에 성불하지 못한 한 노인의 이야기로 인간이란 죽을때조차도 집착과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존재인듯 하다. 손을 끌고 가는 사람의 경우 당시 풍습과 관련된 내용으로 큰물에 다리가 떠내려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인주를 쓰던 풍습을 이야기한다. 사람으로 기둥을 만들어 세운다라... 지금의 상식으로는 인신공양 풍습이 이해가 되지 않으나, 당시로는 그게 최선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아베노 세이메이가 누군가. 이번엔 인신공양대신 나무인형으로 사람을 대신하게 하였다.

해골이야기는 3권에 등장한 쓰쿠모가미와 비슷한 이야기이다. 절에서 수행할 때 사용했던 참회의 항아리가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힘이 깃들어 스스로 참회할 사람을 찾아다닌다는 이야기였다. 우리나라 역시 오래된 물건이 귀신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런 걸 보면 나라는 달라도 사람들의 생각은 그다지 다르지 않은듯 하여 무척이나 재미있다.

마지막 작품은 아베노 세이메이와 아시야 도만의 방술 겨루기이다. 황제의 앞에 불려나가 사복 겨루기를 한다. 사복(射覆)이란 상자안의 내용물을 맞추는 술법을 의미하는데, 아시야 도만과 아베노 세이메이가 내용물을 말하는 것이 다르다. 이것이 무척이나 재미있는 것인데, 결국 마지막에 주를 건 사람이 이기도록 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일에 얽힌 비화가 나중에 드러나는데, 이런 걸 보면 아시야 도만과 아베노 세이메이가 사이가 대립구도만은 아니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아시야 도만의 경우, 아베노 세이메이를 곤경에 처하도록 만들고 싶어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둘을 보면 형식이나 권력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 하는 점은 엇비슷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아베노 세이메이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과신하거나 그것을 이용해 재물이나 권력을 얻고 싶어하지는 않았다. 그저 조용히 살고 싶어한 인물이었달까. 그에 비해 아시야 도만은 자신의 능력이 다른 사람을 해하는 것이든 뭣이든 상관없이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인물이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닌가 한다. 

아시야 도만과 아베노 세이메이 이야기만 하다 보니, 이 글에서는 미나모토노 히로마사 이야기가 많이 빠지긴 했는데, 4권에서도 역시 미나모토노 히로마사의 역할은 빠지지 않는다. 특히 태산부군이 아베노 세이메이를 데리러 왔을때 하후타쓰를 불지 않았더라면 아베노 세이메이가 어찌 되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나모토노 히로마사는 때로는 아베노 세이메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을 툭 던지듯 이야기해 아베노 세이메이에게 깨달음을 주기도 하는 친구였으며, 아베노 세이메이가 가장 믿고 의지했던 친구이기도 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다음권에서는 이 둘이 또 어떤 활약을 하게 될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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