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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맨 The SandMan 1 - 서곡과 야상곡 ㅣ 시공그래픽노블
닐 게이먼 외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만화)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난 만화를 아주 좋아하지만 그래픽 노블이란 장르에 있어서는 아직 왕초보다. 이제껏 읽어 본 그래픽 노블이라고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딱 한 권밖에 없다. (사실 가지고 있는 것도 샌드맨 시리즈 1, 2편을 제외하고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호빗이 전부다) 그렇다면 그래픽 노블이란 어떤 것일까. 노블이라.. 소설??? 하지만 책을 뒤적여 보면 만화처럼 말풍선이 있다. 좀 다르다면 전부 컬러란 것?? 하지만 요즘은 전체 컬러 만화가 대세인데??? 그럼 뭐가 다른 거지? 일단 인터넷 사전을 뒤져보니 그래픽 노블은 만화책의 한 형태지만 보통 소설처럼 복잡하고 긴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래픽 노블 출판사로는 마블 코믹스나 DC 코믹스인데, 내 경우 아직 접해본 것이 거의 없어서 어떤 것이 어떤 출판사에서 나온 것인지는 잘 모른다. 다만 배트맨, 수퍼맨, 원더우머, 브이 포 밴데타같은 것들이 그래픽 노블로 출판되었다는 것만을 알고 있다.
이 정도이니 그래픽 노블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무하다는 것이나 마찬가지. 그런만큼 기대치도 크다. 그러나 난 아무래도 여자이다 보니 울퉁불퉁 근육질의 히어로들이 나와서 악당을 쳐부수는 것보다는 좀더 판타지적 요소가 강한 것에 끌린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이 샌드맨 시리즈.
그렇다면 샌드맨은 뭘까? 샌드맨은 눈에 마법의 모래를 뿌려 잠에 빠지도록 하는 일종의 정령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판타지 작가로 유명한 닐 게이먼의 손에서 탄생한 샌드맨은 어떤 이미지일까? 사실 표지를 봤을 때부터 짐작한 것이지만, 퓨어 판타지 계열은 아닌게 확실했다. 마법을 쓴다해도 백마법이 아니라 흑마법을 쓰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다크 판타지 계열이 아닐까 싶은 짐작은 정확했다. 사실 닐 게이먼이 쓴 판타지 소설을 읽어 본 것은 몇 편 되지는 않지만, 다크 판타지 계열이었다. 뭐, 내가 좋아하는 장르라고 할 수도 있다.
이 샌드맨 시리즈는 닐 게이먼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샘 키스, 마이크 드링겐버그, 말콤 존스 3세등이 작화를 담당했다. 특히 표지와 각 장의 첫그림은 실사라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그림이 정교했으며,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더욱더 잘 살려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본문의 그림들은 원색이 많고,복잡한 배경이 많아 처음에는 눈이 좀 아팠는데, 자꾸 보니 적응이 되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정말 강렬한 캐릭터와 색상들이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샌드맨 시리즈 1권인 서곡과 야상곡은 샌드맨이자 꿈의 영토의 수호자 모르페우스가 인간계에 소환되어 70여년의 세월동안 갇혀지냈지만, 그것에서 풀려나 자신의 힘을 되찾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사실 늘 생각한 잠의 정령이랄까, 그런 이미지와는 다른 샌드맨이었지만, 닐 게이먼의 모르페우스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물론 그림도 그것에 한몫한다) 또한 특이한 것은 모르페우스의 여러 가지 도구와 그가 가진 힘이란 것이었다.
그가 오컬트 집단에 의해 갇혀지내는 동안 인간계에서는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꿈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잠을 잘수 없어 자살한 사람도 생기는 등 인간의 욕심으로 인한 꿈의 영역의 파괴가 일어난다. 모르페우스는 자유의 몸이 된 후 그의 힘을 되찾기 위해 애를 쓴다. 그가 잃어버린 것은 세가지. 첫번째 모래 주머니는 한 여성이 가지고 있었고, 그는 존 콘스탄틴의 도움으로 그 모래 주머니를 되찾는다. 또한 투구를 찾기 위해 지옥으로 찾아가 루서퍼와 벨제붑, 아자벨과 만나고, 그의 투구를 가져간 악마와 대결을 벌인다. 모르페우스가 자신의 힘을 되찾기 위한 과정에서 역시 가장 제일 인상적인 것은 지옥편이었다. 백만이 넘는 악마 군단과 음침한 지옥의 모습. 와우, 상상 이상이다. 그러나 웃음이 빵 터져버린 건 모르페우스와 악마의 대결 장면. 무슨 랩 배틀 장면을 보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역시! 모르페우스의 마지막 말에 악마는 무너지고 만다. "천국을 꿈꿀 능력이 없다면 지옥에 무슨 힘이 있을까"라고 말하는 모르페우스의 말은 정말 인상적이다. 이처럼 샌드맨에는 인상적인 표현이 많이 나온다. (나머지는 직접 읽어 보시길)
마지막 대결 상대는 닥터 데스티니. 그는 모르페우스의 루비를 가진 인간이다. 사실 닥터 데스티니도 다른 그래픽 노블에 출연하는 인물이라고 한다. 어쨌거나 가장 강력한 힘을 실은 도구인 만큼, 닥터 데스티니가 그것으로 행사하는 힘은 월등하다. 루비의 힘으로 사람들에게 악몽의 시간을 선사하는 닥터 데스티니. 으... 사실 제일 소름끼치는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이외에도 꿈의 영토에서 모르페우스를 주인님으로 모시는 카인과 아벨이라든지, 모르페우스의 가족으로 등장하는 죽음(Death)의 존재는 무척이나 신선했다. 특히 자신의 힘을 되찾은 후 의욕을 상실한 모르페우스 앞에 나타난 죽음은 모르페우스가 다시 자신의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의지를 되찾게 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잠시 등장하지만 굉장히 임팩트 강한 인물이었다고나 할까.
사람들에게 좋은 꿈을 꾸게 할 수도, 악몽을 꾸게 할 수도 있는 능력을 가진 모르페우스의 부활과 새로운 탄생, 그리고 자신이 가질수도 없고, 가져서도 안되는 것을 요구하는 인간들의 탐욕과 파멸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는 샌드맨 시리즈 1권 서곡과 야상곡은 일단 도입부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모르페우스의 능력과 모르페우스의 꿈의 영토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무수히 등장하는 다채로운 캐릭터는 시종일관 날 즐겁게 했다. 또한 가끔은 유머스러움을 던져주지만, 반대로 진지한 의문을 우리에게 던지는 이야기는 이 만화의 깊이를 더욱 깊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샌드맨 다음편인 인형의 집은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무척이나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