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뇌 백동수 2
이재헌 지음, 홍기우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역모의 죄를 뒤집어 쓰고 뒤주에 갇히게 될 사도세자는 영조의 부탁을 받은 임수웅의 보필로 무사히 성밖으로 탈출하게 되었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노론 구선복의 수하였다. 수적으로 열세였던 사도세자와 임수웅은 그들을 상대로 용호상박의 싸움을 하게 되나 결국 임수웅도 사도세자도 큰 상처를 입고 만다. 한편 백동수와 홍국영은 그들 나름대로 이들을 뒤쫓지만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어 버렸다. 발암승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전세가 크게 역전되었고, 이한주, 임수웅 역시 목숨을 잃게 되었다. 백동수는 분노에 들끓어 발승암에게 덤비지만 아직 그의 무예로 발승암에 대적하기는 역부족, 백동수는 홍국영과 함께 후사를 도모하게 된다.

2권에서 특히 흥미로운 것은 뒤주에 사도세자 대신 갇혀 있던 인물인 운검 원일과 영조의 계비였던 정순왕후의 이야기이다. 왕을 그림자처럼 보필하던 운검은 앞으로 백동수에게 큰 영향을 끼칠 인물임에 분명하다. 왜냐하면 백동수를 사도세자가 역모의 죄를 받기전 3개월간 머물렀던 평안도로 보내고, 홍국영에게는 훗날 정조가 될 세손을 보필할 임무를 맡기기 때문이다. 사도세자 대신 뒤주에 갇힌 인물인 운검은 앞으로 어떤 식으로 그들을 돕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정순왕후의 경우에는 역사적으로 사도세자와 사이가 나빴던 중전으로 사도세자에게 역모의 죄를 묻고 뒤주에 갇히게 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아주 흥미롭게도 정순왕후를, 사도세자를 사모했던 여인으로 그리고 있다. 여인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던가. 바로 그런 인물이 정순왕후이다. 사극을 보다 보면 남자보다 더 강인하고 똑똑한 여성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일명 여풍이랄까. 정순왕후도 그런 면모를 보이지만, 오히려 여자의 사모의 정에 대한 가차없는 거절로 인해 사도세자를 궁지로 몰고 간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또다른 흥미로운 인물로는 정조 시대의 실학자가 될 박제가와 이덕무다. (역사물이기 때문에 등장 인물이 다수 등장하는 건 어쩔수가 없다.. ^^) 백동수의 친우로 나오는 이들이 등장하는 분량은 아주 적지만, 정조 시대에 이르러 백동수와 함께 무예도보통지와 십팔기등의 무예지 편찬을 한 인물이기에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부각될 수 있는 인물로 보여진다.

악역 캐릭터이지만 노론 쪽에 완전히 가담하지도 않고, 오히려 백동수를 도와주는 것처럼 보이는 발승암 역시 2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이다. 그가 백동수의 목덜미를 물어 뜯게 될지, 아니면 역으로 백동수에게 그 목덜미를 물어 뜯기게 될지도 무척이나 기대가 크다.

이제 2권,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낭떠러지로 떨어진 사도세자는 어떻게 될 것인지, 그리고 평안도에 남겨진 사도세자의 유지는 어떤 것일지, 그리고 운검이 어떻게 백동수와 홍국영을 도와 세손을 보호하게 될 것인지 그 귀추가 자못 기대된다.

야뇌 백동수는 영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물이지만, 지나치게 딱딱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한 것에는 캐릭터들의 대사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가끔씩 터뜨려주는 유머 코드도 이 책의 매력을 한껏 끌어 올리고 있다. 하지만 제일 큰 것은 역시 역사적 사실을 새로운 해석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딱딱한 사극의 느낌이나 남자들만의 이야기를 다룬 무협만화와는 달리 이 작품은 여성들에게도 큰 어필을 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남자들이 주로 보는 무협 만화를 즐기는 편이긴 하지만, 너무 과장이 심해서 넌더리가 난 적이 가끔 있다. 그러나 야뇌 백동수는 그런 부분이 하나도 없다. 작화도 깔끔하고, 캐릭터들의 묘사 역시 선굵은 남성성을 강조하고 있지만도 않다. 또한 대련 장면이나 싸움 장면에서 보이는 과장된 모습이 거의 없다. 

나에게 신선한 자극과 재미를 준 야뇌 백동수.
앞으로 그의 성장 모습과 그가 만들어 나가게 될 세상의 모습이 너무나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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