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사 3 - 부상신편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어둠이 진정한 어둠으로 존재하고, 백귀야행과 이매망량이 어둠속을 지나던 헤이안 교 시절. 젋지만 그 능력은 최고 수준에 달한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와 그의 친우 미나모토노 히로마사는 오늘도 어둠속에 자리잡은 사연과 마주한다.

음양사 3권의 부제는 付喪神(부상신) 편. 付喪神이란 쓰쿠모가미라 발음하는데, 이는 1백년 이상 된 오래된 물건이 요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에는 팔백만 신이 있다고 할 만큼 신이 많다 보니, 신으로 모셔지는 것은 아주 다양하다. 전에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만화를 봤을 때, 돌이 100년 넘게 사람들의 추앙을 받다 보니 신격화되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의 염(念)이라는게 아마도 주가 되어 그에 생명을 부여하고 신이 되도록 만든 것인지도.....

이 책에는 총 7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참외 선인은 오래된 집에 나오는 요물의 이야기로 죽통여우 이야기이다. 크기가 쥐만한 죽통 여우는 큰 요력은 없지만 사람들의 정신을 조종하는 요괴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여우 요괴하면 구미호밖에 떠오르지 않지만, 일본에는 여우 요괴라도 여러 종류가 존재하는 모양이다.

쇠고리와 가모가와 강변에서 비단함을 건네는 여자의 이야기의 경우에는 헤이안 시대를 살던 여성들의 아픔을 그리고 있다. 당시 결혼 풍습은 남자가 여자를 강제로 취하는 경우에도 이루어졌으며, 또한 남자들은 한 여자를 아내로 맞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여자를 아내로 맞기도 했다. 그러하다 보니 자연히 걸음이 자주 가는 쪽의 여자는 행복했지만, 몇 번 걸음하지 않고 발길이 끊이게 되는 여자의 경우 불행한 경우도 많았으리라. 또한 여자를 자기 집에 데리고 사는 것이 아니라 여자의 집을 찾는 일이 대부분이었으니, 여자의 경우 남자가 직접 오지 않으면 그 얼굴조차 보기 힘들었다. 그러니 그 사랑이 원망이 되면, 지금보다 그 원한 더 깊고 어두웠으리라.

쇠고리의 경우, 축시에 머리에 쇠고리를 얹고 초불을 그에 끼우고 짚으로 만든 인형을 나무에 못으로 박는 저주 방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는 지금도 일본에서 저주를 내리는 방법으로 쓰이는데, 이것의 유래가 헤이안 시대부터인가하고 생각하니 놀랍기만 하다.

헤매는 혼령의 경우, 반혼술이란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죽의 자의 물건을 이용해 죽은 자의 영혼을 소환하는 술법이다. 이러한 술법은 도력이 높은 사람이 아니면 실행키도 어려울 뿐더러 또한 그 술법을 해제하는 것 또한 높은 영력이 필요함에 분명하다. 음양사 3편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아시야 도만이 나오게 되는데, 바로 이 작품에서 아시야 도만이 등장한다. 아베노 세이메이의 가장 큰 라이벌이라 여겨졌던 아시야 도만. 왠지 이 작품에서도 역시 도만은 악당이미지에 가깝다고 할까.

사랑을 하느냐고는 음양사 1권에서 잠시 언급되었던 미부노 다다미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온다. 와카 경연대회에서 패한 후 스스로 곡기를 끊고 말라 죽은 미부노 다다미. 미부노 다다미와 그의 부친, 그리고 그들에게 와카를 지어준 귀신의 이야기이다. 와카 경연대회에서 패배한 후 그 한을 품고 죽은 미부노 다다미가 여전히 원령이 되어 나타난다거나, 미부노 다다미 부자에게 와카를 만들어주며 이승을 떠나지 못한 귀신이나.. 원래 사람으로 태어났던 것은 죽어도 그 집착을 쉬이 버리지 못하는 존재이던가... 하지만 더욱 재미있는 것은 미부노 다다미는 죽어서도 자기일에 신경쓰기만 바쁘다는 것이다... 이게 정녕 인간이던가... 하는 씁쓸함이 밀려오던 작품이기도 했다.

엎드린 무녀 역시 전작에 나왔던 비구니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인어 고기를 먹고 불로불사의 몸이 된 비구니. 그녀는 여기에서 점을 봐주는 무녀로 등장한다. 여기에서도 아시야 도만이 등장하는데, 아시야 도만이 대행한 저주를 아베노 세이메이가 푸는 형태로 나온다. 이를 보면 극명하게 드러나지만 아베노 세이메이와 아시야 도만은 극과 극의 인물이다.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해하기 위한 저주를 걸고, 한 사람은 그것이 요괴이든 사람이든 구하기위해 힘을 쓰는 존재랄까. 이러니 두 사람이 라이벌 혹은 적대적인 관계로 그려지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작품인 피를 빠는 시녀의 경우 제목만 보고는 혹시 흡혈귀이야기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실제로 피를 빠는 행위를 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요괴에 씌인 사람이었으니. 그 요괴는 바로 오래 묵은 거머리였다. 음양사 3권의 부제와 가장 잘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인 듯 하다. 실제 쓰쿠모가미란 오래된 가재도구에 붙은 요괴를 뜻하지만 오래 묵은 것이 요괴가 된다는 걸로 확대해석을 해도 무리는 없으리라.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오래된 빗자루같은 것이 요괴가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또한 이무기가 오래 묵으면 용이 되어 승천하기도 한다고 했고...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영물인줄 알지만, 세월이 오래 되고 염이 깃든 건 어느 것이든 그 존재 이상의 힘을 지니게 된다. 가끔은 그런 걸 보면 인간의 시야가 얼마나 좁은지, 그 생각은 얼마나 편협한지를 알게 된다고나 할까. 
요괴를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깃든 사연을 듣고 그들의 원념이나 한을 풀어주는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 비록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바람처럼 살아간 인물이었으나, 그의 곁에는 누구보다도 더 그를 잘 이해해주는 친우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미나모토노 히로마사였다. 중간중간 히로마사가 세이메이에게 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히로마사가 세이메이를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있는지가 보인다. 인간이상의 능력을 가졌으나 누구보다도 인간다웠던 아베노 세이메이. 그의 다음 이야기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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