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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토란테 파라디조 ㅣ 리스토란테 파라디조
오노 나츠메 글, 천강원 옮김 / 애니북스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탈리아 로마의 한 고급 리스토란테.
그곳에 가면 노안경을 착용한 신사들이 있다.
다정하고 상냥한 클라우디오, 잔소리쟁이 루치아노, 호탕한 성격의 테오, 애처가 쉐프 푸리오, 유쾌한 성격에 젊은 부인과 함께 사는 비토, 과묵하지만 볼을 불룩하게 한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소뮬리에 지지.
중년. 노안경이라..
처음에 딱 든 생각은 난 젊은 사람들이 좋은데.. 란 생각이었지만,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나도 노안경 신사 모에族이 되고야 말았다. 사실 미드나 영화를 보면서 미중년 혹은 꽃중년 아저씨들이 나오면 시선이 꽂히긴 했지만, 설마 노안경 신사에 꽂히다니~~ 나로선 상상도 못했던 일!! 그러나 이 작품을 보면 노안경 신사 모에族이 될 수 밖에 없으리라.
니콜레타는 엄마를 찾아 로마로 온 아가씨. 그녀의 엄마 올가는 재혼하기 위해 딸을 할머니에게 맡기고 가버린 철없는 엄마. 니콜레타는 엄마를 만나 엄마의 남편에게 그 사실을 폭로하기로 결심하고 엄마를 찾아 오지만, 일단은 잠시 유보.
왜냐구? 니콜레타는 그곳에서 만난 노안경 신사 클라우디오에게 한눈에 꽂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이게 사랑인지 그저 관심인지 모른다. 그러나 만나면 만날수록 클라우디오를 시선으로 좇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째 생각해보면 아버지 없이 자란 니콜레타이기에 아버지뻘의 신사에게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재미없지~~ 사랑이란 건 원래 언제 어디에서 찾아올지 모르는게 아니던가. 처음엔 리스토란테를 찾아 오는 여성들이 왜 신사 모에인지를 몰랐고, 그런 세계에 발을 들이지도 않기로 했지만, 니콜레타는 그곳의 신사들과 친분을 쌓아 가면서 점점 그들의 매력에 풍덩하고 빠지게 된다.
이 작품은 크게 니콜레타와 엄마 올가 사이의 용서와 화해, 이해와 수용이라는 이야기와 니콜레타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엄마가 그당시 그런 선택과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엄마 나이가 되어 깨닫게 되는 니콜레타. 어쩌면 니콜레타 역시 사랑을 하게 됨으로써 사랑이란게 사람을 얼마나 무모하게 만들게 되는 것인지, 사랑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할 수 있게 만드는 용기가 생겨나게 됨을 깨닫게 된지도 모르겠다. 또한 그것이 바로 엄마를 용서하고 엄마와 화해를 하게 만든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니콜레타는 사랑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이기적이지 않다. 클라우디오의 전부인 가브리엘라를 대하는 태도는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미워하고 시기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올가의 생일 파티에 초대하게끔 만드는 그런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달까. 그러면서도 클라우디오에게 적극적이다. 이런 면들이 니콜레타를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보이게 하는 모습들이다.
오노 나츠메의 만화는 납치사 고요 시리즈밖에 본 적이 없지만, 이 작품을 보면서 한가지 확신을 했다. 오노 나츠메는 남녀 캐릭터 모두를 돋보이게 만드는 작가라고. 보통 다른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 남자 캐릭터나 여자 캐릭터중 한쪽에 매력을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 많지만, 오노 나츠메의 남녀 캐릭터는 모두다 매력적이다.
또한 중년의 노안경을 착용한 신사들을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어 내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라 생각한다. 사실 중년이나 노년 캐릭터를 멋지고 개성있게 그려 내기란 힘들다고 생각한다. 주름살 한두개로 중년 혹은 노년을 만들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노 나츠메의 노안경 신사들은 확실히 중년이란 이미지가 나면서도 매력적이다. 특히나 니콜레타가 클라우디오를 덮쳤을 때 클라우디오의 표정과 행동이란.... 헉! 하고 숨을 들이쉬게 만들 만큼 섹시했다... 그러면서도 중년의 성숙함과 품위를 잃지 않는다. 젊은이라면 섹시함만 느껴졌겠지만, 클라우디오는 그것에 품격을 더했다. 와우...
비단 이는 클라우디오의 캐릭터만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다정다감한 푸리오의 미소, 호탕한 성격의 테오, 머리를 다 밀어 버린 비토나 반쯤 대머리인 루치아노 역시 매력이 철철 넘친다. 이 매력이란 외모뿐만이 아니라 성격에서도 풀풀 넘쳐 흐른다. 루치아노의 경우 니콜레타를 구박하거나 까칠하게 대하는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사실은 다정하다. 특히 번외편으로 수록된 휴일의 점심 편에서 루치아노의 매력이 한껏 발산된다. (사실 이 장면에서 웃기도 많이 웃었다)
클리우디오도 멋지지만 역시 내가 제일 마음에 든 캐릭터는 지지이다. 과묵한 성격이지만 다정한 캐릭터라고 할까. 특히나 볼이 불룩해진 지지의 모습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내 앞에 나타난다면 꽉 끌어안아 주고 싶을 정도였다. 젊은 시절의 지지는 날카로운 면이 더 많이 보였지만, 노안경으로 인해 귀염성이 가미되었다고나 할까?
니콜레타와 올가의 이야기, 그리고 니콜레타의 사랑이야기에 노안경 신사들의 이런저런 이야기까지.. 잔잔하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또한 각 캐릭터들의 표정들은 마치 살아 있는 것만 같다. 미화된 캐릭터들에는 이미 질릴대로 질린 내게, 표정이 생생한 캐릭터들의 모습이 주는 영향은 꽤 크다. 그리하여, 실제로 이탈리아에 가면 이들이 진짜 있을 것만 같다는 환상을 심어 준다.
이런 신사라면, 나도 이 신사를 갖고 싶다.
몹시 탐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