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토종 씨의 행방불명 - 우리가 알아야 할 생물 종 다양성 이야기
박경화 지음, 박순구 그림 / 양철북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시골에서 자랐다거나, 집이 농사를 짓는 건 아니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시골에 사셨기때문에 어린 시절 시골에 자주 놀러 갔다. 봄이면 제비가 찾아와 처마에 둥지를 짓고, 여름이면 개굴개굴하는 개구리 소리에 귀청이 따가울 정도였다. 논둑을 지나다 보면 첨벙하고 개구리가 물속으로 뛰어드는 소리가 들렸고, 논에는 개구리밥이 동동 떠다녔다. 아이들과 어울려 내 손바닥만한 참개구리를 잡기도 하고, 올챙이가 꼬물거리면 그걸 한참동안이나 구경했다. 가끔은 커다란 두꺼비와 마주칠 때도 있었고, 무당 개구리가 보이면 독이 오른다고 멀찍이 피하기도 했다. 마을을 지나는 개울물에는 우렁이가 살았고, 가끔은 분홍색 우렁이 알도 발견했다.

간식은 과자가 아니었다.여름이 되면 통통하게 살오른 옥수수를 쪄먹고, 감자를 쪄먹고, 수박 한덩이를 사기 위해 옆마을로 할머니와 함께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하우스보다는 노지 수박이 월등하게 많았다.  
가을이면 노랗게 익어가는 벼사이로 메뚜기가 떼로 뛰어 다녀 음료수 병을 손에 쥐고 논메뚜기를 잡았던 기억도 난다. 그 메뚜기는 반찬이 되었지만.....

그러나 요즘 시골에 가면 조용하다. 봄이면 찾아 왔던 제비도 어느샌가 오지를 않게 되었고, 여름에 귀청이 따갑게 울어 대던 개구리는 흔적조차 없다. 두꺼비도 우렁이도 이젠 보이지 않는다. 대신 처음 보는 새들이 늘어 났다. 아마도 기후가 변하면서 남쪽 지방 새들이 점차 북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를 먹이기 위해 꼴을 베던 아이들의 모습은 이제 추억이 되었고, 가을이 되면 갈비라고 하여 마른 소나무잎을 긁어 모으던 것도 이젠 다 추억속의 일이 되었다.

사람이 손으로 하던 일은 기계가 대체하고 있고, 논둑에 무성하게 자라던 다양한 풀들은 일찌감치 제초기에 베어지고, 그후엔 제초제가 뿌려져 노랗게 말라 버린 모습밖에 안보인다. 집집마다 쌓아뒀던 거름더미는 이제 더이상 보이지 않고, 수북하게 쌓인 비료 포대가 그 풍경을 대신한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분명 편리해진 것은 많겠지만 잃어버린 게 더 많다. 여우와 토종씨의 행방불명은 인간의 과학기술의 발달과 문명의 이기로 인해 우리가 잃어버렸고, 지금도 잃어버리고 있으며, 앞으로 잃어버릴 것들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하듯 들려준다. 어려운 단어는 없다. 비록 나오더라도 이야기가 끝나면 노란색 박스에 따로 담아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니 걱정할 것이 없다. 

얼마전부터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한반도의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 문제는 심각할 정도라 실제로도 우리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이다. 4계절이 있던 우리 나라는 언제부터인가 봄과 가을이 극도로 짧아졌다. 여름에는 기온이 치솟고 겨울에는 3한 4온이 없어져 버렸다. 산이며 들에 살던 곤충이며 동물들의 자취는 점점 사라지고, 바다는 막혀 썩어 들어가고 사구는 파괴되었고, 물에 살던 물고기며 수생식물들이 오폐수에 죽어 간다.
거름을 주던 논밭에는 어느 샌가 독한 농약이며 비료가 아니면 농사도 지을 수 없게 되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바로 이 책은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토종 동식물, 토착 동식물이 점점 사라지고 외래종이 판치는 지금, 우리의 토종 동식물과 토착 동식물을 되살리고 멸종의 위기에서 구해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쉽게 이용하고 버리는 것들이 우리의 땅을 죽이고 있다. 좀더 많은 수확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농약과 비료가 땅의 숨구멍을 막는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펄프를 얻기 위해 인도네시아의 밀림은 베어지고 또 베어져 오랑우탄은 멸종위기에 처했고, 지구의 허파 아마존은 온갖 개발로 해마다 그 면적이 줄어 간다. 중국의 작은 도시에는 전자 제품 폐기물때문에 사람들이 고통받고, 환경이 파괴되어 간다. 이대로 간다면 온 지구는 쓰레기로 뒤덮이고 깨끗한 땅, 깨끗한 물은 찾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문명은 인간을 풍요롭게 하고 편리하게 했지만, 반대로 자연을 파괴하고 환경을 오염시켜갔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것들이 이렇게 지구를 죽여가고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친다. 지구는 인간의 것이 아니다. 자연은 인간이 이용하도록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동물들, 식물들, 곤충 들 같은 수많은 생명체들은 인간에 짓밟히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지구의 모든 생명을 비롯해 지구에 존재하는 것은 모두 유기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멸종되어 사라진 생명체들의 영향은 한 두 세대내에서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그것은 모두 인간의 착각일 뿐인지도 모른다.

동물이 지나다니는 길에는 흔적조차 남지 않지만, 인간이 지나가는 곳에는 꼭 그 흔적이 남는다. 동물이 사는 곳에서는 늘 적절하게 그 균형이 유지되지만 일단 인간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그 균형은 삽시간에 깨지고 황폐화된다. 동물의 사냥은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시키지만 인간의 사냥은 다양한 생물종들을 멸종시킨다. 지구는 어느 한 종의 우세로 균형이 유지되는 곳이 아니다. 모든 생물종들이 조화롭게 살아갈 때야말로 지구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될 것이다.

아직 우리 인간들에게 기회는 남아 있다. 지금도 자연 보호를 위한 노력과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좀더 많은 사람들이 힘이 모아져야 한다.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과 국가적으로 할 수있는 일의 규모는 다르지만 그 목적은 같아야 한다. 우리의 과오를 깨닫지 못하고 이대로 간다면 인류의 미래에 남은 건 파멸뿐이다. 동식물이 살 수 없는 곳에는 인간도 살 수 없다. 자연계에서 도태되어 멸종되는 것은 진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진화론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로 인해 다양한 생물종들이 멸종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지구의 미래는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이것을 잊어 버린다면 지구의 미래는 없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 자손들에게 어떤 지구를 보여 줘야 할까. 거대하게 성장한 도시의 하늘을 뒤덮은 시커먼 매연 구름, 시커멓게 썩은 강과 바다, 더이상 새들이 지저귀지 않는 숲을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맑고 푸른 하늘과 공기, 물고기가 여유롭게 노닐고 수초가 하늘거리는 강과 바다, 새들이 지저귀고 야생 동물들이 뛰노는 푸른 숲을 보여줄 것인가. 그 대답은 명확하다. 그리고 그 노력은 지구의 환경과 공존 공생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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