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더스트 메모리즈 (단편)
호시노 유키노부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SF라는 장르는 보통 인류의 아름다운 미래를 그린 작품이 많다. 고도의 기술, 우주 정복, 그리고 우주에서도 대단한 존재감을 가지는 인류의 이야기는 인류의 환상일런지도 모른다. 물론 인류은 기술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우주 비행을 하고, 우주 탐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우주로 위성을 발사했다. 하지만 아직 그것은 기껏해야 백년도 되지 않았다.

스타더스트 메모리즈의 이야기는 그것보다 훨씬 먼 미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총 8편의 단편이 실려 있지만, 스타더스트 메모리즈 자체에 6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그렇게 따지면 열편도 넘는 단편이 실려 있다고 보면 된다.

사실 SF란 장르에 단편을 도입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하나 하나의 단편들은 완벽한 구조를 가지고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SF에 문외한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독자인 나마저도 매료시킨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표제작인 스타더스트 메모리즈는 우주 시대의 막이 열렸지만, 지구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우주를 사랑하여 향후 몇 백년동안 우주를 탐사할 사람들이 대조적으로 묘사되고 있는 <시인의 여행>으로 시작한다. 보통 사람들은 우주란 낯선 공간에서 일을 하면서 적응하지 못하고 향수병에 걸려 비극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무한한 우주를 사랑해서 언제 끝날지도 모를 여행을 준비한다. 사실 이 첫작품은 제목처럼 시적인 느낌도 주었다. 별의 속삭임을 듣고 그에 대답을 하는 남자가 등장하니까. 하지만 그 뒤에 실린 메아리의 혹성을 비롯한 다른 작품들은 어둡고 암울했다. 메아리의 혹성에는 인간의 유전자를 복제해 우주 탐사를 시킨 이야기를 하고 있고, 메리 스텔라호의 수수께끼는 우주선내에서의 반동으로 인해 서로를 죽이고 만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후의 이야기에는 긍정적인 결말을 암시하고 있다.

사수자리의 켄타우로스는 불사의 몸이 되길 원하는 한 인간의 욕망과 집착이 불러온 처참함, 고래자리의 바다는 우주 이민자들의 욕망이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다. 이 두 작품은 인간이 하늘에 붙인 별자리와 관련된 이야기라 더 흥미로웠다고 할 수 있다. 세스 아이보리의 21일은 우연히 불시착하게 된 별에서 급속도로 늙어가는 한 여성과 그 여성이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리고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일에 대해 보여 주고 있다.

우라시마 효과 역시 한 인간의 욕망을 그린 작품이었는데, 전래 동화의 이야기를 빌어 온 점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인간의 욕망과 욕심, 그리고 배신 행위를 그린 것은 불타는 사나이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작품을 보면 인간이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존재일 수 밖에 없는가라는 생각에 무척이나 우울해진다.

워 오브 더 월드는 제일 가벼우면서 제일 웃기기도 한 작품이었는데, 왠지 이건 미국의 영웅들과 미국적인 SF를 비스듬히 꼬집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타깃과 위대한 회귀의 경우에는 머릿속에 전쟁과 무기 생각밖에 들지 않은 군국주의자들을 꼬집고 있다. 지구를 향해 똑바로 날아오는 운석. 그 운석을 파괴하기 위해 핵무기를 퍼붓는 지구인들. 그러나 하나를 없애도 계속 날아오는 운석들. 이 운석들은 지구에서 모든 무기가 사라질 날까지 날아올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 운석들이 지구로 날아 오는 것은 어쩌면 지구가 평화로워지길 바라는 우주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위대한 회귀는 헬리 혜성 이야기를 담고 있다. 헬리 혜성과 같은 혜성들이 어쩌면 지구의 생명체를 잉태시켰을지도 모른다는 가설. 그러나 군국주의자들은 지구에 위협이 되는 것이라면 무조건 파괴할 궁리만을 한다. 인간은 공존보다는 지배와 파괴를 우선하는 동물인가...

수록된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무척 암담했다. 사실 인간은 우주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모래 알갱이 하나조차도 되지 않을지 모른다. 인류가 천체를 연구하기 시작한 건 2500여년 남짓. 그리고 우주에 첫발을 디딘건 100년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인류는 우주 시대라고 하면서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우주를 정복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기술은 우주의 넓이가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다. 그리고 우주에 얼마나 많은 항성과 행성들이 존재하는지, 블랙홀과 화이트 홀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조차도 아직 잘 모른다. 그리고 우주에는 어떤 생명체가 살고 있는지, 혹은 그게 어디쯤인지는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이제까지의 영화나 책들은 단지 상상만으로 우주에 사는 생명체는 인간과는 달리 추악한 모습을 하고 있고, 지구를 지배하기 위한 일념으로 똘똘 뭉친 존재들이라 규정하고 있다. 이 넓은 우주에는 지구이외에도 생명체가 사는 곳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들은 자신들이 가장 위대한 피조물이라 여기며, 하늘에도 구획을 긋고 우주를 정복할 꿈을 꾼다. 또한 오만하게도 별들에 자신들 이름을 가져다 붙였다.

인류의 과학기술은 보다 편하고 보다 즐거운 미래를 보장해줄지는 모른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오만한 나머지 자신들이 최고의 피조물이라 생각하며, 우주 마저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인간의 존재는 한없이 넓은 우주속에서 볼 때 티끌 한 점의 존재도 되지 못하는데도.... 

인류의 과학 기술과 인류의 오만함에 대한 경고. 인류의 미래를 밝게 하는 것은 기술도 오만함도 아니다. 지구와 공존하고 우주의 한 부분으로 살아갈 때만이 인류의 미래는 보장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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