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팬더
타쿠미 츠카사 지음, 신유희 옮김 / 끌림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수상작이라..
그러고 보면 와카타케 나나미의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가이도 타케루의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미미여사의 <모방범>, 이사카 코타로의 <명랑한 갱~>시리즈가 이 상을 받았다. 아직 다른 수상작들은 읽어 볼 기회가 없었지만, 위에 언급된 책들은 무척 재미있었다.
그래서 2008년 수상작인 금단의 팬더에도 무척이나 많은 기대를 했다. 게다가 맛있는 미스터리라니.
특히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선택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자 약력을 보니 십년이 넘게 요식업계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니 더욱 더 기대가 된다. 얼마나 맛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올까... 기대로 두근두근..

고베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식 미스터리라 그런지 본문은 경상도 사투리가? 고베는 간사이 지방이니 원문은 간사이 사투리가 많이 나왔던 모양이다 라고 짐작을... 그러나 간사이 사투리가 경상도 사투리랑 닮았나? 뭐, 그런건 사소한 것이니... 넘어가자.

여기에는 총 세그룹의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음식을 만드는 자, 그 음식을 먹는자, 그리고 *** 자.
하나 더 추가하자면 사건을 수사하는 자.

사실 미식 미스터리라는 말에 맞게 프랑스 요리에 대해서는 나무랄 데가 없을 정도로 묘사가 너무 좋았다. 정말 군침이 돌 정도였으니까. 실제로 난 제대로 된 프랑스 요리를 맛본 적은 없지만, 묘사만으로도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오는듯 했다. 역시 저자의 약력이 확실하게 반영된 묘사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미스터리 부분에 대해서는 그다지 재미를 못느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무척이나 실망했다. 요리에 대해서는 섬세한 묘사가 된 반면, 사건에 대해서는 대충 넘어간 인상이다. 또한 사건의 전말을 알았을 때의 나의 실망감이란....
 
사실 워싱턴 조약으로 반입 금지된 동물에 대한 이야기나 그것을 요리로 만들어 식도락을 즐긴다는 이야기까지는 받아들이기 쉬웠다. 하지만 너무 앞서간 걸까. 그후의 이야기는 고개가 설레설레 저어졌다. 납치된 사람들의 운명은 사실 더이상 안 읽어도 알 정도로 뻔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납치 및 실종 사건이 음식 묘사와는 달리 대충 스스륵 넘어 갔으며 수사 과정도 그다지 특이할 만한 것이 없었다.

탐정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형사가 등장해서 수사를 진행하므로 형사의 캐릭터에 은근한 기대를 걸었으나 그것도 기대에 못미쳤다. 아오야마는 말 그대로 매력이라곤 하나도 없는 캐릭터였다. 무례하고 자기 중심적이며, 형사답지 못한 캐릭터였다. 이럴 경우, 범인 쪽이 매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이건 뭐, 겉으로만 멀쩡하지 인간의 탈을 뒤집어 쓴 악마나 다름 없었다. 인간의 탈을 뒤집어 쓴 짐승이라 하지 않은 이유는 동물은 생존을 위해서만 사냥을 하기 때문이다. 단지 미식을 위해 사냥을 하는 건 인간과 악마뿐일지도.

어쨌거나 형사도 범인도 매력없는 캐릭터. 그러나 주인공 코타는 요리인으로서는 무척 괜찮은 인물이었다. (혹시 작가는 자신을 코타에 비춰서 이야기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또한 이해가 가지 않는 건 범인이 미사를 왜 죽였나 하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다카시의 뒤를 이을 존재가 아닌가. 범인이 가족을 가족같이 생각하지 않는 건 알겠으나, 다카시의 피를 이어 탁월한 미각이 유전되었을 수도 있는 존재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된다. 또 하나의 범인은 말 그대로 음식에 미친 놈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래저래 찝찝한 결말이었다. 적어도 하나에 집중했더라면 더 좋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차라리 요리 이야기로 승부를 내던지, 미스터리에만 집중해서 깔끔하게 마무리 짓던지..
어설픈 짬뽕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 하나더.
이 책은 시리즈로 치자면 나오자마자 완결된 시리즈다.
탐정이 나온다면 탐정이 범인이거나 탐정이 죽어 버린 시리즈다.
사실 이들 범인이 사용한 요리 재료는 인간이 타락할 대로 타락했을 때 마지막으로 쓸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시리즈가 더 나온다고 해도 더이상 사용할 재료는 없을 것 같다. 그정도의 임팩트를 줄 재료는 더 이상 없기에...

작가는 이 작품이 미스터리란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걸까.
본문에 들어가기 전 등장 인물 설명을 해놓았는데,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 비중있는 인물은 그중에 얼마 되지 않았으니. 오히려 없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또한 마지막 페이지의 이야기는 나름 반전이라고 쓴 것 같은데...난 이 부분을 읽으면서 허탈한 웃음만이 나왔다.
이거 완전 B급 공포 영화의 마지막이잖아!! 라고 하면서.
설마 작가가 또다른 시리즈를 만들기 위해 이걸 남겨둔 건 아니겠지....

확실히 이 책은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강한 책이다.
즉,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기엔 적합할지 몰라도 추리 소설 팬이나 미스터리 소설 팬에게는 그다지 먹히지 않을 이야기다.
요리 이야기는 재미있었으나, 마지막으로 갈 수록 입맛은 떨어졌고..
미스터리는 미스터리답지도 않았고, 사건 해결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사람을 납치해서 죽이는 게 그렇게 쉬운 거냐고!! 것도 **네들이!
정말 이렇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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