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귀장 2
HaccaWorks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1권과 2권의 표지는 사뭇 다르다. 1권의 표지는 눈으로 덮인 회색빛의 겨울 숲을 보여줬다면 2권의 표지는 벚꽃이 만개한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게임 원작의 만화이기에 엔딩은 굿 엔딩을 따른다고 짐작할 수 있지만, 그것은 표지로 확실해진다.

세상을 멸망시킬 존재 쿠로토와 그를 죽이고 세상을 구할 존재 하나시로. 그들은 쿠로타카의 도움으로 관리자의 탑으로 피신하지만 기억을 잃었던 쿠로토 앞에 한 존재가 나타난다. 그는 바로 이 세상을 창조한 신이었다.

사실, 뭐랄까. 이 만화가 기독교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 사실 그것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귀장에서는 신이 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것만은 분명히 언급되어 있다. 또한 1권에서부터 쭉 거슬렸던 단어가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모형정원이란 것이었다. 모형정원이라... 즉, 시로후쿠로나 쿠로카타에 따르면 이 세상은 신이 만든 모형정원이자 실험실. 그리고 그것을 만든 이유는 '사람이 사람을 너무 많이 죽이지 않는 세상'을 위한 것이란 것이었다. 처음엔 그게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두번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평화롭게 산다면 쿠로토는 세상에 태어나지 않을 것이고, 자연히 세상을 멸망시킬 존재도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 신은 인간들이 펑화롭게 살기를 원했지만 인간은 늘 그 믿음을 배신했고, 결국 그것은 세상의 멸망, 즉 모형정원의 파괴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문득 니체의 말이 떠오른다. '세상은 주사위 놀이를 하는 신들의 도박대'라는....
여기에 등장하는 신 역시 그런 존재처럼 보인다. 자신의 여흥을 위해 세상을 창조하고 파괴하고 또 창조해내는...
하지만 이번에 신은 틀렸다. 지난번 쿠로토와 하나시로의 이야기도 나와 있지만, 인간은 때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을 하기도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신은 창조했으나, 그 운명을 만들어 내는 것은 인간이랄까. 이전 세상에서의 쿠로토의 선택, 그리고 이번 세상에서의 하나시로의 선택은 신이 추가한 옵션이 아니었다.

인간의 사고는 유연하다. 그리고 그것은 창조주의 뜻을 거스르고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도 한다. 신은 창조주일뿐 그다음은 인간에게 모든 것이 달려 있다. 화귀장은 바로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비록 결말은 예상했던대로라지만 그렇다고 시시하단 이야기는 아니다. 난 화귀장을 읽으면서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인간은 정해진 운명대로 살아가는 존재는 아니란 것을... 그리고 그 운명은 언제라도 바뀔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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