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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귀장 1
HaccaWorks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화귀장은 동명의 게임을 원작으로 한 만화이다. 여성향, 전연령층 대상으로 하고 있는 이 게임은 꽤나 유명해서 전부터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일본 게임을 한국에서 구하기도 어렵고 또 구한다고 해도 가격대가 높이 형성되는지라 그냥 눈 딱 감고 모른 척 했는데, 다행히 만화가 나와주었다. 대충 어떤 내용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궁금한 건 못참는 법. 바로 구매를!! (그러나, 이제서야 읽었다)
주문을 하면서 좀 의아했던 건 2권으로 완결된 것이다. 사실 게임은 수많은 루트가 존재하고 수많은 엔딩이 존재하는 것이기에 좀더 많은 분량을 상상했기 때문이다. 하긴 게임이 원작이라 하더라도 중요한 루트와 중요 엔딩만을 재구성해서 책이나 만화로 펴내는 경우는 많이 봤다.(대부분 굿엔딩) 타입문의 진월담월희의 경우는 여러 루트를 짜집기 해서 만화로 펴낸 것이고, 미야베 미유키의 이코 - 안개의 성 역시 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게임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그러니 화귀장 역시 게임의 한 루트를 바탕으로 하여(혹은 여러 루트의 짜집기일지도) 엔딩으로 가는 이야기라 생각해도 될까 하는 고민을 잠시... 해 봤지만 더이상 아는 내용이 없어서 고민은 그만 두고 열심히 책을 읽었다.
각설하고!
책의 줄거리는 간략한 편이다. 세상을 멸망케 할 운명을 타고 난 쿠로토와 그를 죽이고 세상을 구할 운명을 타고난 하나시로. 하나시로는 어린 시절부터 구세주로서의 자신의 의무를 자각시키는 자들에 둘러 싸여 쿠로토를 없앨 날만 기다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쿠로토의 은신 위치를 찾아 낸 하나시로는 쿠로토를 몰래 찾아 간다. 하지만 뜻밖에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다가 마음씨마저 따뜻한 쿠로토를 보면서 마음이 흔들린다. 언젠가 자신의 손으로 끝장을 내야 할 존재이건만, 소년 하나시로의 마음에는 쿠로토가 큰 존재로 자리하게 된다.
이정도만 봐도 내용이 좀 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설정은 원작이 게임답게 세상의 멸망은 흰눈과 함께 온다고 하는 것이다. 눈은 모든 추악함을 덮어 버리는 존재이다. 노아의 방주에는 홍수가 인간세상을 멸망시킨다고 하지만... 여튼간에,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것이 한계에 도달했을 쿠로토가 태어나고 그를 멸하기 위해 구세주로서 하나시로가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세상을 구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상대는 나쁜 인간도 괴물도 아니라면? 게다가 정말 그를 죽이는 것만으로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것일까?
쿠로토의 이름을 살짝 일본 위키에서 찾아 봤는데 역시나! 玄冬라 쓰고 쿠로토라 읽는다. 사실 玄대신 黑을 쓰나 싶었지만 의미는 비슷하므로 패스~~ 눈이 끊임없이 내려 세상을 뒤덮고 겨울이 계속 되어 세상을 멸망시킨다는 관점에서 보면 쿠로토의 이름이 이해가 된다. 하나시로의 경우 花白이라 쓰고 하나시로라고 읽는데, 흰꽃 즉 봄을 상징하기도 하는 이름이다. 흑과 백, 세상의 멸망과 구원, 겨울과 봄 등의 이미지에서 볼 수있듯이 두 인물은 이름부터 배치되는 것이다.
또한 쿠로토의 수호새는 쿠로타카는 黑鷹라고 쓰는데, 검은 매란 뜻이다. 그리고 하나시로의 수호새인 시로후쿠로는 白梟는 흰올빼미란 뜻이며, 쿠로와 시로, 즉 흑과 백의 대비를 보여준다. 하지만 흑이주는 이미지가 언제나 나쁜 것이고, 백이 주는 이미지가 늘 선한 것일까. 사실 여기에서 보이는 쿠로토와 쿠로타카의 이미지는 선에 가깝다. 오히려 시로후쿠로의 경우가 맹목적으로 보일 때도 있었다.
하나시로는 쿠로토를 죽이고 세상을 구해야할 임무를 띄고 태어난 존재이지만, 자신을 돌봐준 시로후쿠로를 배신하고 쿠로토를 구하려고 갖은 애를 쓴다. 하지만 세상은 그들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 지켜야할 것이 세상이냐, 세상을 멸망케 할 쿠로토이냐를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선 하나시로. 그의 선택은 뻔하다. (그래야 이야기가 되기는 한다) 하지만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것은 세상의 가치가 한 인간의 목숨의 가치보다 더 크다고만은 이야기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수를 선택하고 소수를 희생하면서 구하는 세상이라.. 하나시로는 오히려 쿠로토의 목숨의 값어치가 더 크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어린 소년의 일시적 감정일까, 그것은...? 쿠로토를 지키기 위해 세상을 희생하기로 마음 먹은 하나시로의 앞에는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