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애보 4
권교정 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순애보 4권은 로맨스와 BL 작품이 섞여 있어 있긴 하지만 BL물이라고 해도 소프트 BL쪽이기에 BL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다지 거부감 없이 읽을수 있을 듯 하다. 나야 뭐, 원래부터 BL을 좋아하니까 만족스러웠고, BL삘이 조금이라도 내비친다거나 하면 거기에 혼자만의 망상을...(笑)

순애보 4권의 코드는 Cherish.
Cherish는 소중히 하다, 염원하다, 신봉하다... 라는 뜻이다. 음.. 난 여기에 애틋함을 추가하고 싶다. 몇몇 작품은 애틋하다 못해 애절했으니까..
총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순애보 4는 장르도 다양하다. 시대물, 판타지, SF, BL, 로맨스 등 여러가지 코드가 삽입되어 있어 읽는 내내 즐거웠다.

첫작품인 염소치는 사람들은 판타지물이라고 볼 수 있다. 시대와 나라는 어디인지 알 수 없지만, 판타지라는 설정이란 게 원래 그런 것이니까. 대마법사로 불리던 투게는 어느 날 자신의 마법의 힘을 몽땅 잃고 자포자기하는 상태가 된다. 그런 투게를 염소치는 사람인 얀달이 거두어 보살펴 준다. 마법 이외에는 아무것도 해보지 않았을 사람이 농사를 짓고 땀을 흘려 일하는 것에는 익숙치 않았을 터. 하지만 그는 마법의 즐거움이 아니라 땀 흘려 일하는 것의 즐거움을 알게 된다. 목가적이며 전원적이면서 한편으로는 현실의 고달픔을 함께 보여주는 작품이었는데, 잔잔한 여운이 남았던 작품이다.

천년도 당신눈에는은 SF적 설정이 눈에 띈다. 물론 처음에는 평범한 로맨스처럼 보이지만...
어린 꼬마 숙녀였던 시아를 기다려 결혼에 골인한 노아. 그둘은 사랑하고 또 사랑했지만, 그 뒤에 감춰진 커다란 비밀... 시아의 존재는 감히 인간으로서는 넘볼 수 없던 존재였던가. 평행 우주 이론에 판타지적 설정이 가미되어 무척이나 매력적인 작품이 되었다. 무척이나 안타깝기도 했고... 세상에는 정녕 사랑하면 안되는 그런 존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나 할까.

신부는 순애보 4권에 실린 작품중 가장 애틋함이 컸던 작품이다. 죽을 날을 받아 놓은 도련님과 아이를 못낳는다고 쫓겨난 헌 신부. 나이 차이도 나이 차이지만 자신의 병에 대해 컴플렉스를 가진 가한. 그는 신부 '소'에 의해 조금씩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나 그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으니.... 남편이 먼저 죽으면 아내를 합장하는 풍습을 가지고 있었던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의 슬프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 더불어 간간히 작은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유머 코드도 있었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 새드 엔딩일지라도 내용 자체가 신파로 흐르는 건 딱 질색이 내 취향에 잘 맞았던 작품.

달콤하고 달콤하도다는 애증과 집착의 이야기라고 할까. 서로에 대한 감정을 숨기고 숨긴 채 상처를 주고 받는 사람들. 그들의 사랑은 비극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었다. 사랑은 달콤할수록 더 아프다는 말이 이 사람들에게 딱 어울릴듯. 사실 둘 사이가 달콤한 건 없었지만,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처럼 가질 수 없는 것이 더 좋아보이고 더 갖고 싶은 건 인지상정. 하지만 이들은 그 사랑을 포기 하지 못했다. 손에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사랑이니 더욱 갖고 싶어했던 결과는.... 마지막 반전이 좋았던 작품.

너는 나의 달빛은 판타지 물이라 볼 수 있다. 흡혈귀가 나오니까.
햇빛을 사랑했던 남자, 그러나 그는 달빛속에 머물러야 했던 남자였다. 시간을 초월한 일그러진 사랑의 파편들.
 
황금나선의 경로는 판타지물이라고 보기엔 좀 그렇고 좀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가미되어있는 작품이랄까. 사이코 메트리 능력을 가진 한 남자. 그리고 그를 향한 연심을 오랜 기간 간직해 온 한 소년의 이야기였다. 특히나 7년전 소년이 그에게 남긴 선물에 남은 이미지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고나 할까. 결말 또한 만족스러웠던 작품. 등장인물의 섬세한 심리묘사도 무척 좋았다.

순애보 4권의 경우 연상연하 커플의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염소치는 사람에 나오는 투게와 얀달은 정확하진 않지만 20세이상 정도, 천년도 당신 눈에는의 시아와 노아는 무려 700년, 신부는 애교스럽게 10살 차이, 달콤하고 달콤하도다 역시 10살 이상, 너는 나의 달빛은 계산이 어려움, 황금나선의 경로는 20살 이상 가량... 연상연하 커플은 연상연하인데, 나이 차이가 아주 많은 커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보면 된다. 뭐 사랑에는 나이도 국경도 없다고 하니... (笑)

독특한 소재와 다양한 장르, 그리고 달콤하지만 아픈 사랑의 이야기를 담은 순애보 4권. 역시 사랑은 달콤할수록 그 뒤에 따라오는 아픔이 더 큰 법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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