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가 1
이선영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옛날 옛날, 천년된 매화나무 귀신이 자신의 가지를 잘라 인형을 만들었고, 그 인형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인형에게는 심장이 없었다.

책 표지를 보면서 와아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사실 책 표지도 그렇지만 책장을 넘겨 보면 그 탄성은 더해진다. 컬러 일러스트와 그 내용을 보면 너무나도 아름답고 애절하기 때문이다. 사실 로맨스는 별로 안좋아하지만 인형歌는 판타지 성향인데다가 사람과 사람의 사랑이 아니라 사람이 아닌 존재들의 사랑을 다루고 있는 책이기에 선뜻 구입하게 되었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에는 혼이 깃든다고 했던가. 천년된 매화나무 귀신은 자신의 가지를 하나 잘라 인형을 만든다. 그 인형은 너무나도 아름다웠지만 심장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형이 사라졌다. 도대체 누가, 왜 데려간 것일까...
아름답기로 소문난 우희 아가씨. 그녀는 마치 인형과도 같았다. 그녀가 외출을 허락받은 건 신월의 단 하루 뿐. 어느 날 그녀 주위에 수상한 남자가 나타나고 묘한 이야기를 속삭이는데.....

이야기는 매화나무 귀신이 만든 이야기와 우희의 이야기로 나뉜듯 보이지만 사실은 두 이야기가 연관되어 있다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다. 인간세상에 나온 그 인형이 바로 우희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희는 왜 자신을 만든 매화나무 귀신을 떠나 인간 세상에 나와 10년을 살게 된 것일까. 그녀를 데리고 갔던 흰 머리카락의 남자는 도대체 누구인 것일까.

사실 1권은 수많은 궁금증만을 던져 준다. 고양이 요괴를 데리고 있는 나리의 진짜 목적은 무엇이며, 왜 우희를 죽일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인지. 우희의 아버지는 왜 우희가 인형인줄 알면서도 매화나무 귀신과 거래를 했던 것인지, 우희의 아버지와 함께 있는 남자는 누구인지.. (그는 매화나무 귀신인 기현과는 다른 인물임에는 틀림없어 보이지만 말이다) 또한 마지막에 등장한 또 한사람의 남자는 누군지....

환상적인 그림과 인간이 아닌 존재들의 사랑을 다룬 인형歌 1권은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해 진다. 특히 우희의 의상은 시대를 추정키 어려우나 그런들 어떠리. 너무나도 아름다운데. 작가의 말에 따르면 기녀의 의상에서 따온 것이라 하는데, 너무도 아름답다. 게다가 현대 복식을 차용한 듯한 느낌도 받는다.

사실 인형歌를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피그말리온 이야기이다. 자신이 조각한 여인을 사랑한 피그말리온. 그 둘의 이야기는 해피 엔딩으로 끝났는데, 이 이야기는 비극을 암시한다. 사실 인간과 요괴의 사랑이라든지를 보면 대부분 요괴나 귀신이 인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왜 그럴까.. 라고 생각해 보면 인간의 마음은 갈대같아 그 사랑도 덧없기 때문이기 아닐까. 그에 반해 요괴는 오랜 세월을 살면서 깊은 사랑과 변치 않는 마음을 준다. 그래서 인간들의 사랑에 질린 이에게 인간이 아닌 존재의 사랑은 더욱더 감동적이며, 더욱더 끌리게 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신의 인형을 되찾으러 온 매화나무 귀신, 그리고 우희를 둘러싼 비밀들.
그리고 우희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
우희는 자신의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그래서 우희의 텅빈 가슴에 심장이 생겨날 수 있을까.
모든 것은 아직 아련한 환상과도 같다.
그래서 뒷 이야기가 더욱더 궁금해지는 인형歌 1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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