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스투어 - 세상에서 제일 발칙한 요리사 앤서니 보뎅의 엽기발랄 세계음식기행
앤서니 보뎅 지음, 장성주 옮김 / 컬처그라퍼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난 맛있는 음식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물론 세상에 맛없는 음식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맛있는 음식은 먹는 것도 보는 것도 좋아한다. 케이블 티비에 나오는 음식 프로그램이나 맛 기행 프로그램도 자주 보는 편이다. 특히 각국의 전통 요리등을 하는 프로그램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그 음식들은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문화라는 생각이 든다. 각각의 나라의 전통, 문화, 그리고 지역성 특성을 비롯해 사람들의 특성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앤서니 보뎅은 프랑스계 미국인으로 실제로 그가 진행하는 요리 프로그램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으나 본문에 언급된 고든 램지나, 제이미 올리버, 보비 플레이등은 본 적이 있고, 아이언 쉐프도 즐겨 보았던지라 무척이나 반가웠다.

자. 그럼 앤서니 보뎅과 함께 완벽한 한끼를 찾아가는 여행에 동참해 볼까? 사실 음식 기행이라 하기에 음식 사진들이 줄줄이 나올줄 알았다. 그런데?! 사진은 하나도 없다. 왠지 아쉬운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각각의 음식옆에 주가 자세히 달려 있어 어떤 요리인지 짐작하는 것에는 어려움은 없었다. 뭐, 궁금하면 찾아 보면 되지.. 란 생각도 들었고.

비록 티비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라지만 남미, 북미, 유럽, 아시아 등지를 돌면서 그곳의 음식을 맛보는 여행일지라도 맛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점은 매력있다. 사실 우리는 해외 여행을 자주 갈 수도 없을 뿐더러, 요리를 맛보기 위한 여행이란 건 사치중의 사치란 생각을 한다. 그래서 앤서니 보뎅의 여행이 더욱 부러웠고, 그래서 더 즐거웠다.

책의 구성은 코스 요리처럼 되어 있다. 애피타이저로 시작해 메인 디쉬, 그리고 디저트까지. 사실 애피타이저와 디저트는 요리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실제 여행과 요리에 관한 이야기는 메인 디쉬에 다 나와 있다. 독특한 점은 실제로 가축을 잡는 장면이 몇 장면 나왔다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유명 요리사중에 실제로 가축을 잡아 고기로 만드는 장면을 보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물론 일식처럼 살아 있는 생선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생선을 직접 손질해야 하므로 그러한 경험이 있겠지만, 서양 요리에서 고기를 메인으로 사용하는 요리사라면 대부분 잘 가공된 고기를 쓰게 마련이다. 저자인 앤서니 보뎅은 돼지를 도축하는 장면, 푸아그라를 만들기 위한 오리 사육 농장 방문을 비롯해 사하라 사막에 사는 투아레그족과 함께 메쉬위를 먹기 위해 양을 도축하는 장면을 직접 눈으로 본다. 또한 멕시코에서는 칠면조 목을 내려치기까지 한다. 사실 도축이란 것은 생각만해도 끔찍하지만 요리사라면 자신이 사용하는 고기가 어디에서 오는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 어릴 때 살던 시골 마을에서 돼지를 도축하는 장면을 멀리서 본 적이 있다. 물론 지금 기억나는 것이라곤 돼지의 비명 소리 뿐이지만.... 또한 방금전까지 푸드덕거리던 닭이 어느 새 요리가 되어 있는 것도 본 적이 있고 - 사실 그날은 그 닭은 못먹었다 -, 친척집에서 하던 사슴 농장에서 사슴 뿔을 자르는 장면도 본적이 있다. 낚시를 한 후 피라미는 내 손으로 직접 다듬은 경험도 있고... 물론 난 요리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동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요리의 재료가 되는 건지는 몇 번 본 적이 있기에 당연히 요리사라면 그런 것을 봐야 한다고 말하는 앤서니 보뎅의 말에 동감한다. 

이 책을 읽으면 요리 이야기와 여행 이야기로만 가득한 책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물론 앤서니 보뎅의 까칠한 입담은 차치하고도 말이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길에서 파는 음식들, 전통방식으로 요리되는 음식들, 그 재료들의 공급처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도 있으며, 그곳에서 겪는 별난 경험들도 무척 재미있었다. 또한 티비 쇼에 대한 그의 부정적이고 까칠한 입장과 스타 요리사들에 대한 칼날같은 비판까지 담겨 있다. 제일 흥미로웠던 것은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에 관한 이야기였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그의 생각이나 미국인으로서의 죄책감도 얼핏 엿보였다고 할까. 그러면서 자신의 나라와 당시 정치인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는 발언도 한다. 그런 장면에서는 여지없이 큭큭 거리면서 웃음이 터져 버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앤서니 보뎅이 찾고자 한 완벽한 한 끼는 무엇일까.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최고의 요리일까? 글쎄.. 그건 아닌 듯하다. 물론 나같은 경우 최고의 레스토랑에 갈 돈도 없거니와 최고의 레스토랑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지만, 완벽한 한 끼란 때와 장소, 재료와 요리법이 환상적인 궁합을 갖췄을때 먹을 수 있는 요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한가지 더하자면 정말 별것 아닌 요리지만 그 당시 먹을 때 정말 맛있었던 것 또한 완벽한 한 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앤서니 보뎅은 먼저 포르투갈로 가서 돼지를 잡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 돼지로 만든 요리를 즐긴다. 그후에는 프랑스로 가서 그곳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완벽한 한 끼를 찾고자 했지만 결국 그럴 수 없었다. 어릴 때 먹었던 것과 똑같은 맛인데 왜 그런 것일까. 사실 그 속에는 아주 중요한 것 하나가 빠져 있었다. 바로 아버지의 존재와 그에 대한 추억이랄까. 우린 어렸을 때 맛봤던 '어떤' 음식에 대해 환상을 가지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그 맛을 찾아 다시 한 번 찾아가지만 그때 그 맛을 똑같이 느낄수는 없다. 물론 당시에는 귀한 음식이었기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미 '때'가 달라져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후로 앤서니 보뎅은 베트남, 스페인, 러시아, 모로코, 일본, 캄보디아, 영국, 멕시코, 미국 등을 돌아 다니면서 완벽한 한 끼 찾기에 도전한다. 앤서니 보뎅은 특히 베트남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은 듯 하다. 베트남의 경우 총 4번이나 메인 디쉬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신선한 재료와 간단한 요리법이지만 맛은 끝내준다는 베트남. 사실 베트남 요리 외에도 그가 완벽한 한 끼라 생각한 음식은 죄다 신선한 재료와 전통적 요리 방식, 그리고 재료의 순수한 맛을 살린 음식이었다. 냉장고도 없는 곳에서는 신선한 재료만을 쓸 수 밖에 없을테고, 그것은 재료의 순수한 맛만으로도 완벽한 음식이 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퓨전 요리니 뭐니 해서 국적 불명의 음식이 판을 친다. 대부분의 음식 재료는 냉장 혹은 냉동 유통되어 도대체 언제 수확한 재료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또한 조미료나 양념도 비슷비슷해 어딜 가나 비슷한 음식 맛을 볼 수 있다. 획일적인 음식 문화 속에서 전통을 고수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긍지와 자긍심이 있어야만 지켜낼 수 있는 전통들과 신선한 재료. 그것이 진정한 맛을 창조하는 원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珍味란 것은 어떤 것을 뜻할까. 물론 우리에게 진미로 알려진 것은 세계 4대 진미인 복어, 푸아그라, 트뤼프(송로버섯), 캐비어 등이 있다. 하지만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쉽게 구할 수 없는 재료라 어차피 그림의 떡일 뿐.... 그렇다면 우리에게 珍味란 뭘까. 난 珍味란 眞味란 생각이 든다. 그 지역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로 만든 참된 요리, 그리고 요리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 그게 바로 眞味이자 珍味, 그게 바로 완벽한 한 끼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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