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의 맛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바스티앙 비베스 지음, 그레고리 림펜스.이혜정 옮김 / 미메시스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책 제목을 보고 염소???
이거 뭐야? 메에~~하고 우는 염소??
그 염소의 맛?? 뭐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보니 그 염소가 아니라 수영장물이나 수돗물을 소독하는 염소였음을 알게 되었다. 역시 우리말에는 동음이의어가 너무 많다는 말이지~~~

각설하고.
척추옆굽음증으로 고생하는 한 소년이 치료를 위해 수영장을 찾았다가 한 소녀를 만난다. 수영장에는 별로 오고 싶지 않았던 소년이었지만, 소녀 덕분일까. 매주 수영장에 오는 것을 즐기게 된다. 처음엔 쭈뼛거리던 그였으나 조금씩 용기를 내게 된다.

사실 이 만화 자체는 세세한 이야기도 많은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그림만 있고 글은 없는 장면도 꽤나 많다. 하지만 그런 것이 오히려 더욱더 장점이 된다고 할까. 독자에게 상상의 여지를 주고 오랜 시간을 들여 찬찬히 감상하게 만든다. 또한 소년과 소녀의 대화는 일상적인 대화에 그치는 듯 보여도 그들의 눈빛이나 행동이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말해주는 듯 하다.

또한 작화 역시 눈에 띈다. 배경을 최소화한 점은 인물들의 표정이나 행동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물 속에 들어가 있는 신체와 물 밖에 나와 있는 신체의 표현이 조금 다르다. 물속에 있는 신체 부위의 경우 외곽선 없이 실루엣으로만 그려 내는데, 그게 무척이나 사실감 있었다.

책을 읽어 가면서 소년과 소녀의 대화중에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던 것이 하나 있다.
"목숨을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못할 것 같은거...." 라는 소년의 말이었는데, 그 질문에 소녀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사실 나 역시 목숨을 바칠 정도로 포기할 수 없는 건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정도는 아니더라도 포기하고 싶지 않는 것은 분명 있다.

소녀는 수영을 하면서 그걸 아마도 계속 생각했을런지도 모른다. 그래서 몰속으로 소년을 불러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소녀의 절대 포기하지 못할 것 같은 거는 무엇이었을까. 감정을 그다지 많이 내비치는 장면이 없지만 망설이는 듯한 모습, 물속에서 비밀스럽게 전달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너와 함께 보내는 이 순간'이 아니었을까.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도 해봤다. 왜냐하면 다음 수요일에 만나기로 한 그녀가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책은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을 향하던 장면에서 물속에 있던 소년에게 보인 모습은 그녀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녀일거라 믿고 싶다. 만약 그녀였다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때 그녀는 물속에서 그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던 것일까. 그렇게 본다면 그녀가 했던 말은 '기다려 주지 않을래?' 란 것이 아니었을까.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조금씩 거리를 좁혀가는 두 사람. 하지만 성급하게 결론내리기엔 여백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에서 얼핏 얼핏 비치는 감정을 보면 조금은 낙관적으로도 생각하고 싶기도 하다. 풋풋한 청춘들의 풋풋한 이야기.

그가 푹 빠진 그 맛은 수영의 맛일까, 수영장의 맛일까, 아니면 풋풋한 사랑의 맛일까. 마지막 페이지까지 상상력을 자극하게 만드는 이 책. 왠지 이 책은 읽을 때 마다 그 맛이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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