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애보
김연주 원작, 박은아 지음, 서문다미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순애라든가 순정이란 단어를 보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일편단심 민들레, 당신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등의 이미지랄까. 왠지 요즘처럼 인스턴트식의 사랑이 돌고 도는 세상의 눈으로 바라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참 미련해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사랑은 변할 수도 있는 것이건만,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계속 내 사랑을 외치는 걸 보면 전혀 귀엽지가 않다. 요즘 세상의 눈으로 보면 스토커처럼 보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럼 순애보란 이름을 가진 이 책은 어떠할까. 몸주고 마음주고 사랑을 했건만 사랑에 배신당해 질질 짜고 울고 불고 하는 사람들이 나오거나, 다시 사랑을 찾기 위해, 다시 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올까?
대답은 NO!

솔직히 말하자면 난 신파라면 질색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순정만화 기피증까지 걸렸었다. 똑같은 스토리에 비슷비슷한 인물들.. 여자의 눈물은 무기를 강조하던 캐릭터들이 판을 치는 만화속에서 난 같은 여자로서 짜증이 났고, 왜 혼자 꿋꿋해지지 못할까, 저런 미련한 것들을 외치며 순정만화를 철저히 외면해왔다.

하지만 요즘의 순정 만화 트렌드는 예전과 사뭇 달라진듯 하다. 사랑에 몸바치고 사랑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모습에, 그리고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에 공감을 하게 된다.

순애보 1권은 총 6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장르는 일반 순정과 판타지를 아우른다. 그러나 판타지라고 해서 꼭 환상적이거나 절대 없을 이야기로 보이지는 않는다. 즉, 판타지를 바탕으로 깔고 있으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풀어낸다고 할까.

소원이 내리는 나날은 처음에 읽었을 때 심한 파더 콤플렉스를 가진 여학생이 주인공인줄 알았다. 왜 아빠를 아빠라 부르지 않고 아저씨라 부르는지는 조금 후에야 알게 되었다. 재인의 아빠를 향한 사랑. 그건 편부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실 딸인 재인의 입장도 그렇지만 오래전 아빠의 선택에 깜짝 놀랐던 작품이기도 하다. 정말 저렇게 할 수가 있었을까.. 하고. 서로가 가슴에 품고 있는 건 공공연한 비밀. 하지만 때로는 욕심이 화를 부를 수도 있다. 어쩌면 두 사람의 인연은 딱 그정도일지도 모르겠다.

문의 경우에는 복식이나 사람들의 이름 등이 현대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뚜렷한 시대, 장소를 보여주는 것도 없지만 그런들 어떠리. 그들의 사연이 더 중요한 것을.... 뭐랄까, 원수 집안의 딸과 아들이 만나 사랑을 한다거나 이러는 건 흔한 레파토리이긴 하나, 그런 것과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난 마지막에 이사나가 휘연에게 남긴 말을 읽으면서 가슴 한켠이 괜시리 찡해졌다. 어쩔수 없었다는 걸 다 알고 했던 이사나의 말. 두 사람은 그후 어떻게 되었을까... 다시 만날 수나 있었을까.

호환이라고 하면 호랑이에게 당하는 변을 말한다. 지금이야 우리 나라에서 한국 호랑이는 멸종되었지만 옛날에는 호환만큼 두려운 것도 없었으리라. 사당패 막둥이와 포수의 딸 여금이. 여금이는 호랑이에게 아버지도 어머니도 잃었다. 그녀가 선택할 수 있던 건 단 하나뿐. 그리고 성치않은 몸으로 여금을 뒤쫓는 막둥이. 이런게 바로 순애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밤은 천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는 이 작품집중 제일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 제목부터 확 끌린다. 몇가지 반전이 있어 더욱더 즐거웠던 작품이었는데, 많이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되므로 패스~~

아빠 미워♡ 는 판타지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함께 다루고 있다. 여자를 단순히 여흥상대로 여기는 남자가 진짜 사랑을 깨닫는다는 이야기인데, 그의 앞에 나타난 미래의 자식들. 그들은 왜 그의 앞에 나타나게 된 것일까. 마지막으로 가면서 그들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 - 특히나 남자- 눈물이 핑 돌았다. 왜 그런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었던 건지 그제서야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제목에 왜 미워란 단어에 하트가 붙어있는지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무척이나 인상깊었던 작품이다. 

망자가 지나는 길은 수도승 이야기. 수도승이라고 하면 세상과 담을 쌓고 수행을 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아들을 수도사로 만든 어머니의 사연. 그리고 그 아이가 자라서 다시 만들게 될 인연. 인연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왠지 그런 느낌이 강했던 작품이다.

이렇듯 순애보 1권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파의 순애나 순정이 아닌 현대적으로 해석된 순애라고나 할까. 사랑은 아름답고 달콤하지만, 쓰라림과 아픔 그리고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그런 부정적인 감정의 반대 효과때문에 더욱더 사랑은 아름답게 보이고, 그래서 더욱더 휩쓸리게 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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