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신경립 옮김 / 창해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꽤나 여러권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학원미스터리는 처음이다. 물론 데뷔작인 방과후를 먼저 읽어 봤다면 좋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좀 아쉽기도 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학원미스터리라... 과연 어떤 느낌일까. 책장을 넘기면서 묘하게 설렜다.

동급생은 고 3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 시기적으로 아주 민감한 때이다. 수험을 앞두고 있기도 하고, 어른과 아이의 경계에서 혼란을 느끼는 나이이기도 하다. 나 역시 고교시절엔 뒤늦게 찾아온 사춘기로 인해 선생님을 비롯해서 어른의 말이라면 색안경부터 끼고 봤으니까. 어른들은 우리와 같은 나이를 살았던 사람들인데, 왜 우리를 전혀 이해해주지 못할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그 이유는 나중에 내가 성인이 된 후에 알게 되었지만....

사실 어른들은 우리를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한 만큼, 우리도 어른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람의 망각의 동물이라 자신이 거쳐온 삶을 잊고 산다. 분명 그때는 우리와 같은 생각을 했을지라도 어른이 되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달라져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른들은 비겁해 보인다. 늘 뭔가를 숨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모습을 아이들은 민감하게 감지한다.

동급생은 세가지 사건에 대한 세가지 관점의 이야기로 압축해 볼 수 있다.
첫번째는 미야마에 유키코 사건으로, 유키코는 화자이자 주인공인 니시하라의 아이를 임신한 채 차도로 뛰어들어 숨지게 된다. 도대체 그녀를 차도로 뛰어들게 만들만큼 급박한 상황으로 몰고 간 것은 무엇일까. 하지만 학교에서는 유키코의 문제에 대해 쉬쉬하며 진상을 이야기해주려 하지 않는다. 유키코의 동급생인 니시하라, 가오루, 가와이는 유키코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캐기 위해 조사를 시작하게 된다. 

학교측이 숨기려하면 할 수록 아이들의 궁금증은 증폭되어 간다. 고교시절은 민감한 나이이기도 하지만 또래에 대한 동조의식이 굉장히 강한 나이이다. 물론 그것은 학교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함께 지내는 동료로서의 의식이 여느때보다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또 쉽게 잊히기도 한다. 자신의 고민만으로도 벅찬 시기이기 때문이다. 

유키코의 사건에 관련된 자를 추적하다 그들은 여교사 미사키가 사건현장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하게 된다. 하지만 미사키는 어른으로서의 또 교사로서의 대응만을 보여 주고, 이 세사람은 학교에 대해 분노하게 된다. 

그렇다면 니시하라와 유키코의 관계는 어땠을까. 실제로 두 사람은 연인 관계는 아니었다. 니시하라는 자신을 좋아했던 유키코를 이용했을 뿐이지만 죄책감으로 인해 자신과 유키코를 연인사이라고 했을 뿐이다. 동시에 어느 정도의 영웅 심리도 발동했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어른이라면 숨기기에 급급하겠지만 반대로 그 나이대는 순수한 나이이기 때문에 자신의 과오를 폭로할 생각도 있었으리라.   

유키에 사건을 놓고 보자면 학교와 학생의 대립, 나아가 아이들과 어른들의 대립으로 볼 수 있다. 언젠가 어른이 되겠지만 어른을 아직 이해할 수 없는 나이, 아이였던 적이 분명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 생활을 하다 아이들이었을 때의 생각을 잊고 사는 어른. 시선의 높이도 시선의 폭도 다르기 때문에 대립관계에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성장과정에 따른 성장통이라고도 볼 수 있다. 언제까지나 아이의 마음으로 생각으로는 살 수가 없다. 아직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할 뿐이다. 

두번째 사건인 미사키 사건. 
그녀는 학교내에서 사체로 발견된다. 과연 그녀를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미사키는 엄격한 교사였다. 그리고 유키에의 죽음에도 관련되어 있던 인물이다. 그렇다면 그녀의 죽음과 유키에 사건 사이에는 과연 무슨 관련이 있을까. 유키에의 죽음에 대한 복수일까, 아니면 개인적인 원한일까. 그렇지 않으면.... 

미사키 사건은 학교와 교사라는 집단의 문제를 다룬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부모들이나 다른 교사들에게 인정받는 교사와 아이들에게 인정받는 교사의 이미지는 상극이다. 부모들이나 다른 교사들 입장에서는 진학율 높고 엄격한 교사가 인정을 받고, 아이들에게는 자신들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해주는 교사들을 인정한다. 미사키는 전자의 교사였다. 그녀가 가졌던 교사로서의 자부심은 누구보다 높았다. 그러나 이상은 이상일 뿐, 현실은 그녀를 막다른 곳으로 몰고 간다. 

세번쨰 사건인 히로코 사건.
부잣집 따님에 공부도 잘하는 히로코. 그녀가 교실안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된다. 다행이 목숨은 건졌지만 누가 그녀를 노린 것일까. 앞선 사건과 관련이 있는 사건일까. 히로코 사건은 니시하라와도 관련이 있는데, 엉뚱하게도 학교 문제가 아닌 히로코와 니시하라의 집안 문제와 관련이 되어 있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프롤로그 부분과 이 사건 부분이 맞물려 들어가는 것에 대해 좀 의아한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갑자기 사회파 소설로 바뀌었나 싶기도 했으니 말이다. 전체적인 흐름에서 좀 빗겨나간 듯한 느낌이 많이 들어 위화감이 많이 들었던 부분이 바로 히로코 사건이기도 하다. 

세 사건은 관련되어 있으면서도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 점이 무척이나 흥미로운 구성이었는데, 역시 마지막 사건은 애매하다. 앞선 두 사건은 학교와 학생, 그리고 학교란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학교라는 페쇄적인 공간이 만들어 낸 비극이라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나이에 필수적으로 따라 오는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다. 물론 마지막 사건 역시 니시하라의 성장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도 있기 때문에 억지로 끼워 맞추면 그럴듯 하긴 하다. 그러나 역시 좀 아쉽다.

하지만 고교생들의 심리를 잘 포착해냈고, 아이와 어른의 경계점에 서있는 나이대의 모습을 잘 잡아냈다는 것은 분명 인정할만하다. 비록 숨겨진 진실이 반전이라고 할 만큼 큰 임팩트는 없었을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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