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즌 트릭
엔도 다케후미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소문난 잔치집에 먹을 것이 없다고 하던가. 프리즌 트릭이 딱 그렇다. 히가시노 게이고, 온다 리쿠, 텐도 아라타의 추천사가 있어 무척이나 기대를 했건만, 읽어 보니 기대에 못미친다. 물론 이 작품이 작가 엔도 다케후미의 데뷔작이란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교통 사고 피의자들이 수감된 형무소. 그곳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 사건. 게다가 범죄 현장은 완벽한 밀실이었다. 범인은 도대체 왜 형무소안에서 범죄를 저질렀으며 그 범인은 어디로 갔는가. 또한 피해자의 진짜 정체는 무엇인가.

프리즌 트릭은 형무소라는 큰 밀실, 그리고 범행 후 사라진 범인의 행방을 뒤쫗는 것을 기본으로 한 밀실트릭 추리소설이다. 형무소란 것은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있는 곳. 그 자체가 밀실이 될 수 있지만, 범법자를 수감하는 곳이니 만큼 각 건물 역시 폐쇄 상태가 되니 밀실안의 밀실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러한 곳에서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고 감쪽같이 사라진 범인. 범인은 왜 형무소 안에서 범죄를 저질러야만 했을까. 교통형무소의 경우 대개 수감기간이 짧기 때문에 피해자가 출감한 후 그를 노리는 것이 더욱 타당한데 말이다.

형무소에서의 범죄. 그리고 범인의 탈옥. 두 가지를 놓고 본다면 범인의 범행은 단독으로 저지른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짐작할 수 있다. 형무소 밖에 있는 '누군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특히 범행에 쓰인 약품을 형무소내에서는 공수할 수 없으니 당연히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은 짐작이 된다. 즉, 공범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폐쇄된 형무소 건물 안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탈옥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물론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알카트라즈같은 곳이면 애초에 탈옥이란 건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교통사범의 경우 형량이 높지 않고, 대부분 과실로 인한 범죄이기 때문에 흉악범도 없으므로 아무래도 교도소 시설 자체가 흉악범이 수감되어 있는 곳과는 다르다는 것쯤은 납득할 수 있다. 게다가 평소에도 개방적인 부분이 많았던 시설이라 탈옥에 쉬울수도 있을 거란 생각은 한다.

그러나, 나중에 다 밝혀지지만 공범과의 범행, 그리고 탈옥의 과정이 너무나도 쉽게 처리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형무소 안인데, 그렇게 쉽게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게 납득이 안간다. 물론 대부부의 수감자가 감형을 받고 출감하는 형편이라 탈옥을 꿈꾸는 사람도 없다는 것 때문에 감시의 눈이 소홀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형무소가 아닌가.
또한 범행에 사용된 약물의 반입이 너무나도 쉬웠고, 공범의 행동이 너무나도 대담했다는 사실도 눈에 거슬린다. 형무소내의 사람들은 특히 간수들은 눈뜬 장님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난 솔직히 말해서 책에서 광고하는 '철벽의 트릭'이란 말에 수긍이 안간다. 책을 반정도 읽었을 때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감이 왔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약품을 썼느냐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게다가 범행 동기에도 의문이 많이 생긴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주범과 공범이 존재한다.
이름을 밝히면 스포일러가 되므로 범인 A, B라고 쓰겠다. 프리즌 트릭은 마지막 페이지의 마지막 행을 읽으면 이 사건의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게 됨을 알 수 있다. 형무소에서 범행을 저지른 A가 주범이 아니라 오히려 공범으로 보았던 B가 전체 사건의 주범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A를 주범으로 볼 경우 A가 저지른 사건에서는 심정적으로는 공감이 가지만, B를 주범으로 볼 경우 범행동기 자체가 무엇인지 파악이 안될 정도이다. 왜 그는 그들을 죽여야만 했나. A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죽어 마땅한 것이지만, 그것이 모두 B의 조작이었다면? A는 단지 B에게 이용되었을 뿐이라면? 그렇게 보면 B가 A의 범행에 적극 가담한 것이 모두 이해가 된다. 하지만 B의 범행동기가 무엇이었는지는 짐작키 어렵다. 억지로 끼워 맞춰보자면 자신이 저지른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A를 도우는 척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눈에 거슬리는 것은 또 있다. 책에 나오는 인물들 대부분이 너무 억지스러울 정도로 쓰레기같은 작자들 뿐이란 것이다.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는 형무소 측 인물들, 자신의 안위와 출세에만 급급한 경찰들, 경찰과 대립중인 검찰측, 이슈거리나 만들어 특종기사나 잡으려는 기자 등등 나오는 인물들 중 공감이 되는 인물이 하나도 없다. 누군가는 정의를 실현할 인물이 있어야 하겠지만, 시게노는 포스가 너무 약하다. 시게노가 이 사건의 전모를 뒤쫓긴 하지만 그걸로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

작가는 데뷔작인만큼 욕심을 많이 낸 것으로 보인다. 교통사고와 관련한 가해자와 피해자 유족의 문제를 비롯, 정경유착의 현장, 자신들만의 법대로 돌아가는 형무소, 자신의 안위와 출세에만 눈이 먼 경찰 간부와 재판 단계에 있어서의 헛점 등 사회적인 문제를 많이 다루고 싶어한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한 권의 책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했기에 오히려 그것이 더 거북하다.

또한 서장과 종장은 범인 A가 범행 일체를 자백한 수기 형식으로 이 부분만 읽으면 대략 범행 동기와 범행 방법, 그리고 탈옥 방법 등에 대해 다 알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요약을 해주는 건 독자 입장에서 고맙긴 하지만, 조금 못마땅한 부분도 있었다. 특히 악법도 법이니 지켜야 한다고 하면서도 자신은 사법제도에 몸을 맞기지 않고 자살을 하겠다고 암시하는 부분은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아 어안이벙벙할 뿐이었다.

무척이나 흥미로운 소재를 가진 추리 소설이지만 말이 너무 많았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뜻은 높고 컸으나 받아 들이는 나에게 있어서는 그다지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그래서 내겐 무척이나 아쉬움이 많이 남는 소설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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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7 22: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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