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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 코믹 라르고 Comic Largo
나카무라 아스미코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09년 4월
평점 :
난 BL물을 아주 좋아하지만, 학원물을 그저 그렇다고 생각해 왔다. 어린 녀석들이 무슨 사랑타령이야.. 라고 하는 편견이 먼저 든다고나 할까. 하지만 간만에 너무도 상쾌하고 싱그러운 학원물을 만나게 되었다. 표지상의 작화로는 그다지 땡기는(?) 뭔가는 없었지만, 동급생이란 제목이 주는 아련한 느낌에 선택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사실 나카무라 아스미코의 작품은 처음인지라 - 작가 역시 이 작품이 BL물로는 처음이라고 한다 - 과연 어떤 작품일까 하는 생각에 무척 설렜다. 일단 19금 딱지가 안붙은 걸 봐서는 소프트 BL쪽인듯해서 학원물로는 딱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괜찮겠다는 생각은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은 순간, 너무 괜찮았다로 바뀌었다. 간만에 좋은 작품 하나 만났어라는 그런 기분이랄까?
고교 2년의 여름. 합창 대회를 앞둔 어는 여름 날, 쿠사카베 히카루는 동급생인 사죠 리히토가 노래를 부르지 않고 입만 벙긋벙긋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노래따위 시시한 걸로 생각하나 보다 했더니 어느 날 방과후 혼자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사죠를 보게 된다. 무심코 걸었던 말 한마디. 그리고 그후 쿠사카베는 사죠에게 노래를 가르쳐 주기로 한다.
이렇게 소년들은 서로를 알게 되고, 조금씩 사이가 가까워져 간다. 고교시절이라.. 여학생들은 좀 덜하겠지만, 남학생들은 끓어 넘치는 성적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는 시기이다. 모든 것은 성으로 통한다고 할 정도로 성적인 관심도 많고, 연애나 사랑에도 관심이 많은 나이. 그러나 남녀 공학도 아니고 남자들만 득시글대는 남학교에서는 종종 이성이 아닌 동성에게 관심을 가지는 녀석들도 한 둘있게 마련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하라쌤의 말에 따르면 '이쪽'이 아닌 녀석들은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여자 꽁무니 따라다니기 바쁘게 된다고 하지만, 그건 그때가 되어 봐야 아는 것이지 섣불리 사죠와 쿠사카베의 마음을 단정지을 수는 없다.
일단 두 주인공 쿠사카베 히카루와 사죠 리히토. 쿠사카베 히카루는 약간 날라리 스타일이라고 할까. 물론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학교가 꼴통 학교로 유명한 곳이다 보니 뭐 어쩔수 없는 일일지도.. 조금은 가벼워 보이고, 늘 즐거워 보이는 쿠사카베는 밴드의 리드 보컬을 맡고 있다. 그에 비해 사죠는 어떤 사정에 의해 이 학교 시험을 봐야 했지만, 전교 1등을 하는 수재이다.
어찌 보면 참 안어울릴 것 같은 두 사람이고, 고교생에다가 내년이면 수험을 준비해야 하는 나이이다 보니 약간의 트러블이 생기긴 하지만 의외로 잘 맞는다 싶다.
동급생은 1년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쿠사카베와 사죠가 서로를 의식하게 되는 것에서 부터 사죠가 이 학교에 들어오게 된 이유가 담긴 이야기, 쿠사카베의 콘서트와 사죠의 진학 문제등이 나온다. 우연히 말을 걸게 되어 친구가 되어 친밀해지고, 레몬 과즙 100%같은 상큼한 키스를 나누는 사이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특히 남자끼리 사귄다는 것에 대한 문제에 대해 조금은 어색해 하는 사죠의 모습이나, 서로의 진학 방향이 달라 갈등을 겪는 모습등은 무척이나 현실적이다.
본문 내용이 대체적으로 현실적이고 진지하지만, 웃음을 던져주는 요소도 많다. 특히 쿠사카베의 명랑함이나, 모범생 사죠가 술에 약간 취해 투정을 부리는 모습에선 참을 수 없이 웃음이 나왔다. 또한 결코 무시하지 못할 캐릭터인 하라쌤의 등장은 늘 재미있다. 하라쌤은 사실 사죠가 입학을 할 때부터 노렸지만... 결국 쿠사카베가 가로챈 셈이라 현 상황이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꼴이 되었나고나 할까? 조금 안되어 보이긴 하지만 난 절대적으로 쿠사카베 X 사죠 커플을 응원하고 있기 때문에!!
눈만 마주쳐도 행복하고, 손가락 끝만 닿아도 아릿아릿, 입술에 입술이 살짝 닿은 것 만으로 저릿저릿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순도 100%의 학원물이랄까. 비록 고교 시절의 기억이 아련한 추억이 되어 버릴 정도로 나이를 먹어 버린 현재의 나이지만, 이 책을 보는 내내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다시금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