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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숨은 고양이 찾기 -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고양이를 찾아 떠난 여행 이야기
장원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난 고양이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래서 고양이 관련 서적이 나오면 일단 구매하고 본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고양이 나라로 상상의 여행을 떠난다.
파리의 고양이라..
이제껏 읽은 책 중에는 우리 나라 길냥이들의 이야기도 있었고, 일본의 길냥이 이야기도 있었다. 그리고 상상과 환상의 마을에 사는 고양이 이야기도 있었지만, 파리의 고양이는 처음이다. 파리라고 하면 문화와 패션의 도시. 왠지 그곳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은 한껏 멋을 내고 도도하게 걸음을 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런 사람의 생각일 뿐이다. 사람에겐 문화와 패션의 도시이지만 고양이들에겐 그저 한 도시일 뿐이고, 자신들이 살아가는 공간일 뿐이었다.
이 책은 총 다섯개의 파트로 나뉘어진다. 파리 편이 네파트, 그리고 독일편이 한 파트로 이루어져 있으며 부록으로는 저자가 직접 브리딩하는 노르웨이 숲 고양이들의 모습도 들어가있다. 아무래도 여행기이기 때문에 사진의 숫자가 많지만 독특한 것은 저자가 일러스트레이터이기 때문에 사진과 일러스트가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진이 주는 날카로움을 일러스트가 상쇄해주고 있달까. 하여간 조금은 더 부드러워진 도판에 눈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첫번째 파트는 파리 시내에 있는 반려동물 용품점들 이야기이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아름다운, 마치 하나의 예술품과도 같은 고양이 작품들을 비롯해서 고양이들이 안락하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 주는 여러가지 물건들은 보는 내내 즐거웠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오프라인 숍이 가득하다면 하루종일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도 전혀 지루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두번째 파트는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셰 미술관을 비롯한 미술관에 있는 명화에 그려진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오랜기간 사람의 옆에서 반려동물로 살아온 고양이이기에 상당수의 그림에 고양이가 그려져 있다. 특이한 것은 고양이 그림이 있는 명화집을 따로 판매한다는 것인데, 나도 만약 그곳에 갈 수 있는 계기가 주어진다면 꼭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번째 파트는 파리에 살고 있는 저자의 지인을 비롯, 파리지엥들의 애묘 이야기이다. 각각의 사람마다 각각의 고양이마다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확실한 한가지는 그들은 모두 고양이로 인해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작은 생명이 주는 커다란 기쁨과 삶의 방식의 변화. 이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과도 같은 순간이다.
네번째 파트는 고양이 이야기보다는 저자의 파리 나들이 이야기에 가깝다. 하지만 눈에 띈 하나는 노트르담 대성당 주변에 사는 고양이 이야기였다. 그곳에서 만난 노부인이 저자에게 한 이야기. 그 이야기가 내게 꽤나 깊은 인상을 주었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노트르담 대성당. 그러나 그것을 진정으로 지키고 찾아오는 건 고양이라는 그 노부인의 말. 사실 그녀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관광객들이나 사람은 스쳐지나가는 존재이지만, 고양이는 늘 그곳을 찾아온다. 어쩌면 노트르담 대성당을 늘 기억하고 있는 건 고양이들이 아닐까. 왠지 노트르담 대성당은 언제까지나 외롭지 않을 듯 하다.
다섯번째 파트는 독일에서 만난 노르웨이숲고양이 브리더들의 이야기이다. 저자 역시 노르웨이숲고양이 브리더이기 때문에 들어간 이야기로 생각된다. 한없이 사랑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고양이들. 하지만 브리딩이란 것은 늘 좋은 결과만을 가져 오지 않는다. 쇼타입이 아닌 녀석들은 때로 도태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약간의 씁쓸함도 느꼈지만, 이 책이 행복한 고양이들의 모습을 담은 여행 에세이라는 취지를 생각해 본다면 어느정도 납득이 되기도 한다.
고양이는 인간과 더불어 오랜기간 살아 왔지만, 개와 달리 야성이 남아 있고, 그때문에 도도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고양이의 매력을 알게 된다면 고양이에게 푹 빠질 수 밖에 없다. 길고양이들은 야성이 많이 남아 있지만 집고양이들은 어떨 땐 개들 이상의 애교와 사랑스러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비록 파리의 길고양이들의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지만, 파리의 애묘 문화, 그리고 독일의 전문 브리더들의 이야기까지 무척이나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수 많은 사진들은 독자들의 눈을 더욱더 즐겁게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