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요괴 자쿠로 1
호시노 릴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오호.. 호시노 릴리가 순정 만화를!!
사실 호시노 릴리는 BL계에서 유명한 작가이다. 그런 그녀가 그린 순정 만화는 어떨까. 마음은 기대로 두근두근, 표지를 봐도 확 끌린다. 내가 좋아하는 요괴 이야기에, 메이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물이라니.... 이거 두말하면 잔소리.

소녀요괴 자쿠로는 반인반요(半人半妖) 즉, 인간과 요괴의 혼혈이다. 반인반요라고 하면 난 먼저 다카하시 루미코의 이누야샤가 떠오른다. 완전한 요괴가 되기 위해 사혼의 구슬 조각을 모으는 이누야샤를 보면서 엄청 즐거워했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이누야사는 개 요괴였던 아버지와 인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소녀 요괴 자쿠로에 나오는 반요들의 태생은 그것과는 좀 다르다.
임신한 여성이 카미카쿠시(神隱し : 어린애, 처녀 등이 갑자기 행방불명이 되는 것)를 당한 후 돌아오면 뱃속의 아이가 요괴가 된다는 것이란 설정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도 역시 카미카쿠시란 표현이 나오는데, 카미카쿠시는 일반적인 행방불명과는 달리 신령의 소행이라 생각되었다.

태어날 아이들은 자신의 의지로 요괴가 된 것도 아니지만, 행방불명되었던 여성은 여우에게 홀렸다면서 배척을 당하고, 그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죽임을 당해왔다. 그런 아픔과 상처를 가진 반요 소녀 자쿠라. 표지에 나온 것이 바로 자쿠라이고, 뒤에 있는 남자는 자쿠라와 한 팀을 이룬 아게마키 케이다.

메이지 시대에는 일본이 국호를 개방하기도 했지만, 이 만화의 설정으로는 요괴와 인간 사이에도 벽을 없애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살아 가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요괴라는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하는 반요 소녀들과 요괴들. 인간은 얼마나 이기적인지 요괴들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그들을 배척한다. 하긴 요괴들이 일으키는 사건들에 요괴들이 나선다고 해서 반감이 없어지는 것은 아닌 것일까.

요인성이라는 정부 기관하에 반요 소녀들과 한팀을 이루게 된 육군 군인들. 반요 소녀는 자쿠라 외에 스스키호타루, 쌍둥이 자매인 호즈키 · 본보리가 있고, 육군 군인으로는 자쿠로의 파트너인 아게마키 케이를 비롯 스스키 호타루의 파트너인 요시노카즈라 리켄, 쌍둥이 자매의 파트너인 하나키리 간류등이 주요 등장인물로 나온다. 그외에 요괴인 쿠시마츠와 마메조등 1권만 해도 등장 인물과 등장 요괴의 수가 상당히 많다.

1권은 벚꽃 놀이할 때 나타난 요괴 뇌수(雷獸) 퇴치를 비롯, 카미카쿠시가 자꾸만 발생하는 마을에 관한 이야기, 잡기만 하면 살인귀가 되게 하는 마성이 깃든 칼의 이야기를 비롯해서 여자 화장실에 출몰하는 변태 갓파 이야기까지 일단은 좀 가벼운 이야기들로 시작하고 있다. 특히 변태 갓파를 보고는 어찌나 웃었는지.. 원래 갓파가 장난끼가 많기는 하지만, 여자 화장실에서의 변태 행위라니! 더불어 케이의 여장 모습은 배를 잡고 웃게 했다.

하지만, 자쿠라의 어머니가 두번째 카미카쿠시 이후 실종된 사건 등 자쿠라의 개인적 이야기들도 나오며, 특히 리켄과 스스키호타루의 따끈따끈 깨소금 냄새 폴폴 나는 연애 이야기도 주목할만 하다. 특히 겉모습만 이케맨인 케이와 달리, 겉모습은 좀 무섭지만 섬세하고 다정한 리켄은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아직 본보리와 호즈키의 파트너인 간류의 활약상은 나오지 않지만 그의 활약상도 무척이나 기대된다.

요괴이면서도 너무도 순수한 반요 소녀들. 그리고 귀여워서 안아주고 싶은 요괴 마메조. 인간과 요괴의 공존 시대를 순수히 받아들이는 육군 군인 아찌들 모습까지, 책을 보는 내내 흐뭇했다. 앞으로 자쿠로와 케이의 관계는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그리고 스스키호타루와 리켄의 사랑은 어떻게 여물어 갈 것인지도 무척이나 궁금하고, 다음에는 또 어떤 요괴가 나타날지도 궁금하다. 일본에는 8백만 신이 있다고 할 정도이니 요괴의 수도 상당할 듯하니, 우리나라에는 없는 요괴 캐릭터들의 등장도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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