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할 수 있어 1
모리시타 에미코 지음, 손정임 옮김 / 신영미디어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혼자서도 할 수 있어.
제목을 보고, 띠지를 보고 한바탕 크게 웃었다. 웃겨서 웃은 게 아니라 왠지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너무나도 닮아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지금 나의 모토는 '혼자라도 괜찮아'랄까. 왠지 이 만화의 제목과도 너무나도 비슷하다.

이 책의 주인공 에미코.
2005년 당시 31살, 독신, 남자 친구는 없지만 그런대로 행복함.

그렇다면 나의 2005년은?
20대 후반, 독신, 남자 친구는 있어서 나름대로 행복했음.
그러나 2010년 지금의 나는?
30대. 독신. 남자 친구는 없지만 나름대로 행복함.
(그러나 때때로 말라버린 연애세포를 부활시키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음. 지금은 반 건어물녀??)

우리나라든 일본이든 여자 나이가 서른이 넘어가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비슷한가 보다. 게다가 남자는 서른을 넘어도 결혼을 안해도 능력이 있으니 안하는 것이고, 여자가 서른이 넘어도 결혼을 안하면 결혼을 못하는 것이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얼추 비슷한듯. 사실 지금에서야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본인은 결혼에 관심이 없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주변의 시선은 늘 걱정의 시선 반, 이상한 시선 반이랄까... 그런게 참 불편하다 말이지...

어쨌거나 비슷한 나이대의 주인공을 만나게 되어 나로서는 무척이나 반갑다. 게다가 가상의 이야기도 아니고 작가 모리시타 에미코가 직접 겪은 일들을 그려 낸 것이니 과장도 미화도 없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물론 일본과 우리나라의 문화적 차이는 존재할 수 있으나, 이 책은 30대 독신 여성들의 이야기를 너무나도 족집게처럼 잘 집어내고 있다. 사실 서른이란 나이는 갑자기 찾아오는 건 아니지만, 내가 서른이란 나이가 되었을 때의 충격은 의외로 컸다. 언제까지나 청춘을 구가할 나이인줄 알았는데, 어느새 서른??? 게다가 지금은 서른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20대에서 30대가 되니 달라지는 게 많다. 물론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지지만 스스로 느끼는 감정이나 몸의 변화도 꽤나 크다. 20대때만 해도 배가 조금 나왔다 싶으면 한 두끼 굶는 것으로 해결이 되었는데, 서른이 넘어가니 턱도 없는 소리다. 게다가 잔주름에 신경쓰이고, 햇살 쨍쨍한 날은 기미가 생길까 전전긍긍, 지수 높은 선크림은 필수요, 잡티를 가려주면서 투명하게 보이는 화장법을 익히기에 여념이 없다.

게다가 20대 때만 해도 아이돌 가수의 노래 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왔는데, 이제는 아이돌 가수가 나와 노래를 부르면 반도 못알아 듣는다. 이런게 나이를 먹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 서글픔도 간혹 생겨나지만, 20대 때와 비교해서 달라진 게 있다면 마음이 좀 여유로워졌다고나 할까. 20대 때에는 무슨무슨 날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그때를 대비해 남자 친구 만들기에 급급했으나, 이제는 혼자 즐길 여유가 생겼다. 10년 넘게 혼자 사는 생활을 하다 보니 전구 갈아 끼우기나 전동 드릴 사용은 수준급이 되었고, 무슨무슨 날이다 하면서 커플들이 염장을 지르는 날에는 복잡한 곳을 피해 조용한 내 집에서 혼자만의 여유를 즐길 수도 있게 되었다. 혼자면 어떠랴~~ 즐겁기만 하면 되지. 난 그래서 혼자 티타임을 즐기거나 크리스마스 파티도 혼자서 하고 있다. 

근데 참 이상하지, 난 괜찮다고 하는데 왜 주위에선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일까. 혹시 날 걱정할까 싶어 좀 오버하는 경향이 있나? 에미코도 역시 마찬가지. 광채를 발하며 혼자서도 할 수 있어를 부르짖는 모습이 좀 바보스러워 보일수도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오히려 풀죽어 있는 게 이상한 법. 그러하니 좀 바보스러워 보여도 조금은 다른 사람 앞에선 오버할 수 밖에...

혼자서도 할 수 있어는 직장 생활을 비롯, 친구들과의 만남이라든지, 간혹 찾아오는 연애의 기회 등 독신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고 있는 일들을 코믹하게 풀어 놓았다. 특히 무척이나 웃었던 것은 여성 호르몬 분비 촉진을 위한 그녀만의 방법과 멋진 직장 남성들이 있어 원하는 도시락을 사지 못하고 돌아섰던 모습, 리듬을 타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저주파 치료기였다는 에피소드였는데, 이건 완전 나랑 똑같아 똑같아~~를 외치게 만들었다. 
또한 노래방에서의 노래 선곡이나 주름살이 늘지 않도록 먹는 여러 가지 것들을 먹는 - 내 경우에는 바르는 것 위주다 - 등 곱게 나이를 먹기 위한 그녀의 노력도 완전히 대공감이다.   

인연이 있어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인연을 만나지 못해 오랜 기간 독신으로 사는 사람도 많다. 그러한 자신이나 주변 상황에 전혀 위축되지 않고, 꿋꿋하게 마이 페이스를 지켜가는 에미코. 그런 당당한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나이를 먹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 것, 그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닐까.

<혼자서도 할 수 있어> 다음 편 이야기도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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