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 없는 고양이 치비타의 기적 - 치비타와 유쾌한 친구들
네코키치 글.사진, 강현정 옮김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예전에 모 티비 프로그램에서 선천적 장애로 앞다리 두 개가 아예 없이 태어난 강아지를 본 적이 있다. 아예 걸을 수가 없었던 녀석은 턱을 땅에 대고 몸을 밀면서 걷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석은 바퀴가 달린 의족을 갖게 되고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었다. 또 한녀석은 뒷다리가 마비된 치와와. 그녀석 역시 바퀴달린 의족으로 마음껏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번은 한쪽 앞뒤 다리를 모두 교통사고로 잃은 그레이 하운드가 두다리만으로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난 고양이가 의족을 하고 있는 모습은 이제껏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비록 다리 하나가 없더라도 세발로 다니는 녀석을 봤을지라도. 양손 없는 고양이 치비타는 양쪽 앞발이 없다. 그대신 지금은 의족을 하고 걸어 다니기도 하고, 높은 곳으로 뛰어 오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치비타는 왜 앞발이 없으며, 의족을 하게 된 것일까.

책의 저자인 네코키치는 어느 겨울날 밖에서 새끼 고양이 울음 소리를 듣게 되었다. 이미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기에 한 녀석 정도면 더 키울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고 문을 열었더니, 세상에나 네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그곳에 있었다. 그 중 한녀석이 치비타이다. 녀석들은 저자의 집에서 무럭무럭 자랐지만 두녀석은 집을 나가고, 기존의 고양이 모모와 치비타 그리고 그의 형제 마군만이 남게 되었다. 평소 가두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했던 것이 문제였을까. 치비타는 교통사고를 당해 큰 수술을 받게 되었다. 수술후 1년, 다시 치비타가 실종되었다. 집 근처를 뒤지며 치비타를 찾던 중 마군이 우는 것을 보게 된 저자가 마군에게로 가보니 치비타가 그곳에 있었다. 덫에 걸린 듯 양앞발이 심하게 다친 치비타. 수의사는 '안락사' 아니면 '어깨까지의 절단'이라는 선고를 내렸다.

하지만 반려인인 네코키치는 치비타의 다리에서 기능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살린 후 절단해 달라는 요청을 했고, 퇴원후 필요한 치비타의 의족을 만들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수소문했지만, 고양이 의족을 제작하는 곳은 찾을 수 없었다. 다행히 그녀의 지인이 치비타의 의족을 제작, 치비타의 의족 생활이 시작되었다.



치비타는 일단 수술후 의족을 착용하기 전까지는 깁스를 하고 있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칼라대신 쿠션으로 만든 칼라를 씌워 최대한 치비타가 편안하도록 배려해준 점이 눈에 띈다. 또한 몸을 잘 가눌수 없는 치비타를 위해 푹신한 이불을 깔아주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사실 고양이는 섬세하고 민감한 동물이라 몸에 옷을 걸치는 것도 싫어할 정도이다. 그런데 의족이라니..... 그러나 저자와 저자의 지인은 최대한 치비타의 몸에 맞게 의족을 제작했고, 의족을 지탱시켜줄 옷을 만들었다. 그것은 강아지 옷을 사서 그옷에 팔을 붙이고, 강아지 양말을 신겨 의족이 빠지지 않도록 했다. 물론 처음엔 여러가지 실패를 거쳤지만, 점점 기술이 늘어 치비타에게 잘 맞는 의족이 탄생되었던 것이다.



치비타의 의족은 여섯번의 개량을 거쳤다. 어깨에 걸치는 형태도 있고, 이렇게 발만 끼워 옷에 고정하는 의족도 있다. 치비타가 최대한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쓴 점이 눈에 많이 띈다.



의족을 벗은 치비타의 모습을 보면 정확히 어디를 절단해야만 했는지가 잘 보인다. 사람으로 치면 손목 바로 위를 절단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사람의 경우 손이 없으면 살아가는 데 무척 불편하긴 하겠지만 걷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사지를 모두 이용해 걸어야 하는 동물의 경우 앞발이 없는 것은 곧 걷지 못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고양이들은 늘 발톱을 날카롭게 유지하는 습성이 있다. 캣타워에 기대 발톱을 가는 시늉을 하는 왼쪽 모습과 스크래쳐에 발을 올려 놓은 치비타의 모습이 너무나도 안스럽다. 다른 고양이들이 스크래쳐를 열심히 북북 긁는 모습을 볼 때의 치비타의 마음은 어떨까를 생각하니 너무나도 가슴아프다.



바깥 바람을 즐기고 있는 치비타의 모습. 치비타는 바닥에 누워 더위를 쫓기도 하고, 산책을 즐기기도 한다. 누가 양앞발이 없는 고양이가 걸어 다닐 수 있을거라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아장아장 걷는 치비타의 모습이 너무도 대견하다. 반려인 역시 치비타가 첫걸음을 뗐을 때, 마치 자신의 아기가 첫걸음마를 할 때 엄마들이 느끼는 기쁨을 느끼지 않았을까.  



간식을 조르는 치비타의 모습. 살이 포동포동하게 찐 녀석이라 반려인이 간식 주는 걸 주저하자 못마땅해 하는 듯한 표정을 보인다. 사실 이 사진을 처음 봤을 때 웃음이 푸흡하고 터져버릴 정도였다. 우리 고양이도 치비타와 똑같은 무늬의 고양이인데다가 수시로 저런 못마땅한 표정을 짓기 때문이다.
오른쪽 사진은 치비타가 식사를 하는 장면인데, 보통 고양이는 앉아서 밥을 먹지만, 치비타의 경우 앉을 수가 없어 처음에는 저렇게 밥을 먹였다고 한다.



치비타는 앞다리에 큰 힘을 줄수가 없기 때문에 뒷다리 근육이 발달해서 저렇게 펭귄같은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왠지 차렷!하고 누가 구령이라도 붙인 듯하다. 사람이 보기엔 불편해 보여도 치비타의 경우 그다지 불편해하지 않으니 다행이다.



왼쪽 사진은 치비타와 치비타의 형제인 마군의 사진. 마군은 치비타를 무척 아끼고 잘 돌봐주지만, 처음으로 치비타가 의족을 했을 때는 낯설어 했다고 한다. 반려인의 사랑도 치비타를 재활하는 데 큰 역할을 했겠지만 역시 형제인 마군의 역할도 그에 결코 뒤지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오른쪽은 저자가 키우는 고양이 5마리중 네마리의 사진. (모모는 창고에...)

치비타는 지금 산책도 즐기고, 높은 곳에 뛰어 오를 수도 있을 정도로 의족에 잘 적응을 해가고 있다. 반려인의 헌신적 간호와 사랑, 치비타가 꼭 회복될 것이란 믿음, 그리고 작고 여린 치비타의 몸 안에 깃든 강인한 생명력이 치비타가 평범한 고양이처럼 살 수 있도록 만들어준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치비타의 기적은 땅에서 솟아나는 것도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도 아니었다.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 그리고 반려인의 헌신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우리 주위에는 사고로 인해 다친 동물을 유기하는 사례가 많이 나온다. 특히 펫샵에서 구입한 가격보다 치료비가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동물도 많다. 혹은 금세 포기하고 안락사를 원하는 경우도 왕왕 볼 수 있다. 하지만 생명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이 가능할까. 물론 치료비 뿐만 아니라 동물을 간호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노력도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살고자 하는 녀석을 쉽게 포기해 버리고, 심지어 버리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반려동물을 많이 키우는 요즘, 이 책은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생명의 귀중함을 다시금 생각해 볼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순서대로 : 36P, 158P, 111 + 71P, 173 + 67P, 88 + 148P, 127 + 49P, 125P, 102 + 1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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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우민네 2010-04-26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즈야 포토리뷰 당선 축하해..ㅎㅎㅎ
넘넘 멋진 서평이네..^^

스즈야 2010-04-26 21:22   좋아요 0 | URL
언니. 고마워요.... ^^ 언니랑 나란히 당선되서 넘 좋아요..
담에도 좋은 결과 있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