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나라에 간 코끼리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진일상 옮김 / 솔출판사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아르토 파실린나의 책은 요번이 네번째이다. 그동안 읽은 책은 <토끼와 함께한 그해>, <목 매달린 여우의 숲>, 그리고 <기발한 자살 여행>이었다. 토끼와 함께한 그해와 목 매달린 여우의 숲은 아름다운 핀란드의 자연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며 살아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고, 기발한 자살 여행은 삶과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화두를 던지고 있지만, 역시 작가만의 풍자와 유머가 결합된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히는 작품이었다.

모기나라에 간 코끼리는 역시 핀란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내가 읽었던 그의 전작과는 달리 코끼리 에밀리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묘사한 책으로, 핀란드의 한 서커스단에서 태어난 코끼리 에밀리아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유럽 연합의 동물을 이용한 공연 금지라는 법때문에 엄마 코끼리와 헤어지게 된 에밀리아. 에밀리아는 사육사인 루치아와 함께 동물 공연이 금지되지 않은 러시아로 떠난다. 러시아 횡단 열차를 타고 곳곳에서 공연을 하면서 지내게 된 에밀리아와 루치아. 그러나 그녀들의 여정은 쉽지 많은 않다. 왜나하면, 코끼리는 엄청난 속도로 자라게 되며, 또한 하루에 먹는 양과 배설물의 양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에밀리아를 돌보는 데는 체력도 필요하지만 엄청난 경제적 부담이 들게 되는 것이다.

루치아는 에밀리아를 무척이나 사랑하지만 아프리카로 돌려 보내기엔 무리수가 많이 따랐다. 계속 자라나는 에밀리아가 너무 부담이 된 나머지, 에밀리아를 도살할 결심도 잠깐 하는 루치아이지만, 결국 그 결심을 되돌리게 되고, 다시 핀란드로 돌아 간다. 에밀리아와 루치아는 계속 여행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그리고 한걸음씩 에밀리아의 진짜 고향으로 다가가게 된다.

표지 그림을 보면 에밀리아의 여정을 볼 수 있다. 서커스 코끼리로 살던 때, 농장에서 지내던 때, 러시아 횡단 열차를 타고 여행했을 때, 차에 실려 운반되었을 때, 그리고 배를 타고 꿈에도 그리던 아프리카로.....

어찌보면 코끼리 에밀리아와 사람인 루치아의 로드 무비 한 편을 보는 듯하다. 그녀들은 핀란드에서 러시아로 다시 핀란드에서 아프리카로... 수없이 많은 마을을 지나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다행인 것은 무척이나 마음씨 좋은 사람들을 만나 마음 고생, 몸 고생을 덜하게 된 것이랄까. 금전적인 도움에서 에밀리아가 머무를 장소 제공까지, 핀란드 사람들은 전부 이렇게 마음이 넓고 착한 사람들만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늘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었다. 책 도입부에 나오는 유럽 연합의 동물을 이용한 공연 금지 조항으로 인해 수많은 코끼리가 도살되거나 다른 나라로 팔려 가는 모습에선 울컥하는 마음이 생겼다. 원래 그들을 이곳으로 데려온 건 인간인데, 인간의 필요성이나 인간의 선택으로 인해 운명이 엇갈리게 되는 동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또한 대책없는 동물 보호가들의 서투른 태도는 쓴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물론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이념이 있겠지만,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자기들 식으로 판단하는 건 웃기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리고 루치아의 미모에 반해 그녀를 호시탐탐 노리는 적(?)들로 부터 자신을 지켜야 하는 루치아의 고생도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때론 위험한 일도 겪고, 때로는 아픈 현실도 마주해야 했지만, 그들은 결코 멈추지도 좌절하지도 않았다.

에밀리아와 사람들 간의 따뜻한 우정, 그리고 에밀리아와 루치아의 모험은 시종일관 나를 즐겁게 만들었다. 그리고 아르토 파실린나만의 유머 감각은 이 책의 재미를 더해 주었다. 유럽에서 태어나 엄마와 헤어지고 퇴출되어 죽음을 맞아야만 했던 상황에 직면했던 에밀리아의 행복 찾기 여행. 이 책을 읽고 나니 역시 행복은 스스로 걸어오는 것이 아니란 말이 딱 맞는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발걸음으로 찾아 냈을 때 가장 가치있는 것이며, 그것이 진정한 행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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