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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속인 위대한 거짓말 - 역사에 없는 역사, 그 치명적 진실
윌리엄 위어 지음, 임용한.강영주 옮김 / 타임북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역사를 속인 위대한 거짓말.
일단 제목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책 표지에 나와 있는 인물들의 모습은 더더욱 눈길을 끈다. 피노키오의 코처럼 길어진 이들의 코. 그러나 알고 보면 이들의 코는 이것보다는 더 길어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가 왜곡되고 거짓으로 씌어지는 건 비단 오늘날만의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권력자들이 반정이나 쿠데타등으로 권력을 잡아야 했을 때, 그리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고 다른 나라를 짓밟아야 할 전쟁등에서도 자신들의 정당성을 위해 권력자들은 역사를 날조하고 왜곡해야 했을 것이다. 또한 어리석은 대중들을 회유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서도 역사 왜곡은 상당히 이루어져 왔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중들은 자신들을 지배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리고 자신이 발 딛고 살아 갈 나라가 최고라고 여겨기질 바라기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 왜곡은 권력자들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대중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란 목적도 있었겠지만, 대중들은 그것을 눈감고 믿음으로써 자신이 지배당하는 현실과 자신을 지배하는 자에 대해 충성을 느끼는 경우도 틀림없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하고 정보 공유가 가능한 사회가 아닌 옛날일수록 역사 왜곡은 심했을 것이고, 지배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에 유리하게 역사는 왜곡되어 왔을 것이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어왔던 것에 대한 반기. 역사가 왜곡된 사실뿐 만이 아니라 그 속에 감춰져 있던, 역사가 왜곡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말 속담에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르게 하라"란 말이 있다. 하지만 역사에 있어 그 속담은 적용이 되지 않는가 보다. 이 책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 까지 총 15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과연 우리가 이제까지 알아 왔던 역사들의 이면에 감추어진 비밀은 어떤 것이 있을까.
난 두근거림을 안고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제일 첫 챕터인 네로 황제 편의 제목을 보면서 난 푸흡하고 웃음이 터져 버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네로가 불타는 로마를 바라 보면서 리라를 켰다는 것인데, 왠 바이올린? 사실 책에 나오는대로 바이올린은 네로 시대에 발명되지도 않았다. 이것은 세대를 거듭해 오면서 와전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난 네로 황제에 대한 것이라고는 폭군에 백성은 잘 돌보지 않고, 예술에만 심취해왔다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의외로 정치에도 힘을 쏟고 로마 대화재이후에 로마 복구에도 힘을 썼다는 건 금시 초문이었다. 후세들은 네로의 치세는 싹 잊고 그가 저질렀던 악행만을 기억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로마 대화재 역시 네로가 저지른 것이라는 왜곡된 역사가 씌어지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좋은 기억은 쉽게 잊고 나쁜 것은 오래 기억한다. 네로 황제의 이야기 역시 그렇지 않았을까. 우리는 역사적 인물을 바라볼 때,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할 때 공정한 입장을 견지해야 하지만, 인간이기에 나쁜 점을 더욱더 들춰보고 싶어지는 지도 모르겠다.
람세스 왕의 이야기는 당시 시대상에 비추어 본다면 그런 왜곡이 이루어진 것이 충분히 수긍이 간다. 당시 이집트의 왕은 신과 버금가는 위치였다. 따라서 과장은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을 단지 거짓으로 규정하는 것은 좀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배자를 중심으로한 권력자 집단도 그렇지만 신격화한 왕을 모시는 백성들 역시 자신들의 왕이 위대한 인물이라 믿고 싶었음은 두말 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이는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브루스의 이야기와 상통하는 면이 있다. 로버트 브루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그에 대한 신성성이나 신비성을 부여하기 위해 거미 이야기가 덧붙여 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제시 제임스, 와이어트 어프, 존 딜린저의 경우 악당이었지만 영웅시된 인물들이다. 사람들은 악당을 미화하는 나쁜 버릇이 있다. 그 사람들이 저지른 일은 잔인하고 잔혹했지만, 그외의 사실들이 덧붙여지고 부풀려져 영웅으로 만든다. 특히 와이어트 어프의 오케이 목장의 결투의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난 배꼽을 잡고 웃었다.
또한 이 책은 고도의 문명을 가지고 있었지만 멸망한 아즈텍 문명, 야만족으로 알려졌던 고트족의 진실, 필리핀 폭동과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시대, 전쟁과 내전으로 피폐해진 땅 아프가니스탄의 아픈 현실 등등에 대한 감춰진, 그리고 왜곡된 역사적 진실을 파헤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은 다음의 몇 가지로 추려질 수 있다.
영토 확장과 정복 전쟁으로 인한 역사 왜곡과 과장,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인한 역사 왜곡, 역사는 승자와 패자 중 승자만을 기억한다는 법칙, 역사는 다수의 사람들 중 리더만을 기억한다는 것, 몰락한 인물에 관한 사실은 부정적인 것만 남는다는 것 등이다.
이 책은 이제껏 진실이라 받아 들여졌던 역사적 사실을 먼저 언급하고 나서, 그에 대한 반박을 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시의 자료와 그림 도판, 사진등이 첨가되어 더욱더 흥미롭다. 단지 가십성의 글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낱낱이 파헤치고 해부하여 진실을 찾아내는 책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사람의 기억이란 애매모호 하다. 또한 그것을 기록함에 있어서 객관성을 아무리 유지한다고 해도 객관적일 수 만은 없다. 또한 누가 권력을 잡느냐에 따라 그전의 역사는 왜곡되거나 날조되기도 하고, 과장되거나 축소되기도 한다. 또한 기존에 기록된 역사서가 있다 해도 후세에 다시 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축적된 역사란 것 자체는 사실이며 진실이지만, 기록된 역사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나온 수천년의 역사중에서 얼마나 많은 역사가 왜곡되고 거짓으로 씌어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 사실은 사실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역사를 속인 위대한 거짓말>은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역사들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기하고 있다.
역사의 왜곡과 날조, 과장과 축소등 인간이 쌓아 올린 역사에 대한 거짓에 대해 날선 메스를 들이대고 있는 이 책은 역사를 좋아하고 흥미를 가진 사람 뿐만이 아니라 지적 탐구심으로 똘똘 뭉친 독자들에게도 아주 좋은 교양 서적으로 읽힐 수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