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농장 열린책들 세계문학 53
조지 오웰 지음, 박경서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 정말 유명한 고전이지만 아직 읽어 본 기억이 없다. 중고교 시절에 고전을 많이 읽는다지만, 중학생때까지는 추리 소설에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할리퀸 문고와 스릴러나 미스터리 장르에 푹 빠져 고전을 읽을 시기를 놓쳤다는 생각이 든다. 고교 시절에 읽었던 고전 중에 생각나는 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폭풍의 언덕 정도일까. 다른 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뭐, 수험생이란 핑계도 있긴 했지만....

이렇듯 읽을 시기를 놓쳐 버린 책들은 잘 읽히지가 않는다. 아무래도 어른이 되면서부터는 좀더 재미있고 자극적인 재미와 가볍게 읽히는 책을 주로 읽게 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조금씩이나마 고전을 읽기로 결심한 후 제일 먼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었다. 하지만 작심삼일이라고 했던가. 지난 2월에 읽은 후로는 처음으로 접하는 고전인 듯 하다. 

동물 농장은 우화같은 소설이다. 물론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사실들을 미리 숙지하고 읽으면 이 소설의 설정이 무엇을 비유하고 있는지 훨씬 더 이해하기 쉬우리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러한 역사적 지식이 없다고 해서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소설 자체로만도 무척 재미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자의 작품 해설을 보면 이 소설에 등장하는 등장 인물 혹은 등장 동물과 동물 농장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무엇인지 설명이 잘 되어 있다. 그것을 먼저 읽고 책 읽기를 시작해도 좋고, 책을 먼저 읽은 후 그것을 읽어 보면서 다시 한번 되새김질 하듯 소설의 여러 설정들을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후자를 택했다.

매너 동장의 동물들은 농장주 존스를 몰아 내고, 동물들을 위한 농장을 만든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공평하게 분배되고, 모든 동물은 공평한 대접을 받았지만, 혁명의 주인공 메이저 영감이 죽고, 스노볼이 사라진 후 나폴레옹이 권력을 잡으면서 모든 것은 돼지들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물론 존스가 있던 때보다는 좀더 나은 형편이었지만, 점점 분배는 불평등해지고, 노동력 착취는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매너 농장에서 동물 농장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정해졌던 계율은 어느샌가 조금씩 돼지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뀌어 간다. 그러던 중, 스노볼이 뒤에서 획책을 했다는 증거가 하나씩 나오고 그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들은 살해당한다. 점점 처음의 이상과 멀어지는 동물 농장의 현실. 그러나 동물 농장의 동물들은 스퀼러와 양들의 선동 정책에 휘말려 점점 무엇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로 휩쓸려 가게 된다. 그리고 혁명 당시의 동물들이 하나둘씩 죽고 새로운 세대가 태어나면서 자신들이 일으켰던 혁명의 본질도 그들이 세웠던 계율도 하나둘씩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되어 가고, 결국 돼지들은 모든 권력을 휘어 잡게 된다.

과연 이상적인 혁명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인간을 몰아내고 평등한 삶을 살고 공평한 분배를 받기를 원했던 동물들. 그러나 돼지들이 권력의 핵심에 서게 되면서 평등이란 것은 돼지들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되어 간다. 이 이야기는 러시아 볼세비키 혁명과 스탈린의 전제주의 정치를 빗댄 이야기이다. 만약 그러한 역사적 사실을 모르고 이 책을 읽는다해도 우리는 씁쓸함을 지울수 없을 것이다. 권력은 모든 것을 바꾼다. 역사는 늘 그것을 증명해온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상적인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벌어졌던 전쟁과 쿠데타들. 처음에는 이상적인 정치를 해나가고 더욱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서로 노력을 하지만 한 번 권력의 맛을 본 후에는 권력에 집착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돼지들 역시 처음에는 혁명을 일으켜 모든 것이 공평한 동물 농장을 건설했지만, 결국 권력은 돼지들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동물들은 또다른 계급으로 분류되어 착취를 당한다. 이는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모습을 연상하게 된다. 결국 누가 피라미드의 제일 윗단에 서냐의 문제일 뿐이었다. 

마지막 장에서 돼지들은 인간과 화평 조약을 맺고, 인간처럼 두발로 서서 다니고, 인간과 함께 술과 음식을 먹다가 인간의 모습으로 바뀐다. 결국 돼지들은 동물 농장의 다른 동물과는 다른 존재이자 다른 계급적 우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혁명의 이상이란 결국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나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