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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라바 - 전장의 포화 속에서 승리보다 값진 사랑을 보여준 강아지 라바 이야기
제이 코펠만.멜린다 로스 지음, 정미나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난 개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래서 지금도 다섯마리를 키우고 있으며, 개에 관한 책이 나오면 바로바로 구매하는 편이다. 안녕, 라바 역시 책 표지에 강아지 그림이 있어 책에 관한 기본 정보 없이 바로 구매했었다.
안녕, 라바는 2004년 이라크 전쟁때 한 미 해병 장교가 만난 강아지 이름이고, 그 장교가 미국에 데려가려고 애를 썼던 바로 그 녀석이다. 난 전쟁을 겪어 보지 못해 실제로 그 참혹함이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 텔레비전을 통해서 본 전쟁터의 모습은 이루말 할 수 없이 참혹했으니, 실제 그 일을 겪었던 사람들에게는 지옥이 따로 없었을 것이다.
난 미국이 일으킨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는 미국의 명분없는 전쟁이요, 미국이 불경기에 빠질 때마다 국민들의 시선을 밖으로 돌리려는 획책이요, 전쟁으로 인해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는 군수 사업을 위한 것이라 생각해 왔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따라서 이라크에서 전쟁을 벌였던 미국에 대한 시선은 당연히 곱지 않지만, 따지고 보면 그곳에 파병된 병사들은 일종의 피해자에 불과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죄를 지은 건 책상 머리에 앉아 모든 걸 획책한 윗선들의 잘못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제이 코펠만이 이라크 군인들을 대하는 태도가 좀 못마땅한 구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뭐, 따지고 보면 죽지 않으려면 죽여야하는 전쟁통에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자신의 목숨이 날아갈 수 있는 이라크 병사들을 모질게 대했던 것도 이해가 가지만....
그런 미군들에게 잠시 전쟁의 아수라장과 참혹함, 그리고 죽음이란 걸 잊게 해준 존재가 바로 강아지 라바이다. 겨우 2달도 안된 녀석은 빈집에서 발견되었고, 그후 라바 독스 부대원들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하지만 전쟁중에는 군견외에는 어떤 동물도 용납하지 못하게 만든 1-A 란 군법이 있어 라바를 살리기 위한 것은 부대내에서도 은밀하게 진행되었다.
당시 이라크 전쟁에서는 민간인이나 저항군의 자폭 테러도 있었지만, 동물을 이용한 폭탄 테러도 빈번했다고 알려져있다. 당나귀나 소, 개, 고양이까지 이용했다니, 정말 전쟁 중에 동물이 무슨 죄가 있어서 그런 일까지 당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눈앞이 캄캄했다. 게다가 미군 부대 역시 군법때문에 음식을 찾아 막사로 들어온 개나 고양이를 사살하거나 연못에 익사시키는 등의 일도 빈번했다고 한다. 전쟁을 일으킨 건 인간인데, 동물의 희생도 이루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라바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사살당하거나 버려져 유기견으로 시체를 뜯어 먹으면서 살아가야 했을 것이다.
라바는 운이 좋았다. 운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고 할 수 있다. 라바는 제이 코펠만 중령을 만나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었다. 그리하여 지금은 다 큰 녀석으로 무척이나 행복하게 캘리포니아의 햇살을 만끽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운이 좋았던 건 라바뿐이었을까? 난 이라크에서 라바를 만난 사람들 모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게 되는 참혹한 전쟁터. 그곳에서 인간성을 상실하지 않고 살아 남는다는 건 정말이지 힘들었을 것이다. 사람을 사람이 아닌 적으로 간주하고 반드시 척살해야 하는 대상으로 봐야하는 건 정말 상상할 수도 없다. 그러한 환경에서 잠시나마 전쟁의 참혹함과 적과 아군이라는 것을 잊고 지내게 해줄 수 있는 것. 그건 라바같은 동물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든다. 동물들, 특히 개는 사람을 구별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람에겐 그 몇 배의 사랑을 돌려준다, 아무런 사심없이. 그들의 순박하고 맑은 눈동자와 세차게 흔드는 꼬리를 보면서 마음이 스스르 풀어지는 경험을 해본 사람은 누구나 공감하리라.
라바는 전쟁터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고, 자신을 만난 사람들에게 사랑과 행복을 전해주었다. 비록 라바와 같이 구조된 동물들은 그 전쟁에서 죽어간 동물의 숫자에 비하면 그야말로 극소수일지는 몰라도, 라바가 상징하는 바는 크다고 보여진다.
더이상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도 동물도 존재하지 않기를..
그리고 남은 라바의 생이 늘 행복과 충만함으로 가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