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사 소설 음양사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김소연 옮김, 김종덕 해설 / 손안의책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몇 년전 우연히 일본 영화 음양사를 보게 되었다. 그후로부터 음양사는 내게 있어 특별한 존재였다. 처음엔 음양사란 단지 요괴나 마물을 퇴치하는 퇴마사정도로만 생각했지만, 실제 음양사는 그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일을 했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시간이 좀 지나서였다. 영화 음양사 외에도 애니메이션 소년 음양사나 결계사, 그리고 교코쿠 나츠히코의 교코쿠도 시리즈를 보고 읽으면서 조금씩 음양사에 대해 이해해나가기 시작했다고 할까. 하지만 소년 음양사와 결계사의 경우 음양사의 다른 일인 점술, 풍수지리를 본다는 것보다는 주술이나 환술을 사용하고 시키가미를 부려 요괴를 퇴치하는 일을 주로 하는 것으로 보였다. 소년 음양사의 경우 아베노 세이메이의 손자가 등장했고, 결계사는 현대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라 음양사들이 외는 주문인 임병투자개진열재전(臨兵鬪者皆陣列在前)이나 결, 해를 외치며 결계를 만들고 요괴를 퇴치하는 주문만을 주로 보았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음양사라고 하면 퇴마가 제일 중요한 임무인줄로만 알았지만, 교코쿠도 시리즈를 읽으면서 아, 음양사란 단지 퇴마만을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음양사는 헤이안 교 시대의 최고의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의 이야기이다. 아베노 세이메이의 어머니는 백여우 요괴였던 구즈노하로 알려져 있고, 아버지는 인간이라 나온다. 그래서 그런지 아베노 세이메이의 음양사로서의 능력은 가히 인간을 뛰어넘는 수준이라 한다. 그러나 그는그러한 능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령을 퇴치하기 보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원념을 풀어주는 것을 우선으로 한 음양사이기도 하다.

헤이안 교 시대. 서기 900년대라고 하면 너무나도 아득한 시대라 감히 지금은 짐작조차 하기 어렵지만, 밤은 지금과는 달리 정말 새까만 어둠으로 뒤덮였을 것이다. 따라서 어둠속에 무언가 숨어 산다는 것도 어렴풋이 납득이 간다. 지금은 밤이나 낮이나 환하지만 초롱불 정도로 어둠을 밝히던 그 시대에는 정말 달빛이 환한 보름이 아닌 그뭄에는 거의 어둠뿐이었으리라. 따라서 인간 가까이에서 머물며 그 어둠에 숨어 살던 존재도 분명히 있었을 것 같다.

음양사에는 총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이국의 땅에 와 죽음을 맞게 된 사나이가 원령이 되었다던가, 수달 요괴가 자신의 가족이 몰살당한 후 그 원한을 갚기 위해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던가, 한 남자를 사랑했지만 자신을 잊어버린 남자를 원망하여 죽은 후에 그 남자를 찾아가는 여인의 원령등 여기에 등장하는 원령들이나 생령, 사령, 또는 인간의 탈을 뒤집어 쓴 요괴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있다.

아베노 세이메이의 능력중 시키가미같이 주술로 부리는 것의 등장도 매우 흥미로웠지만, 역시 두꺼비에 나온 방위 바꾸기는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사실 십자로(교차로)는 귀신이 다니는 길이라고 한다. 그래서 십자로에서 귀신을 목격했다는 이야기도 많다. 사실 방위 바꾸기란 건 이 책에서 처음으로 접한 것이라 무척 신기했다. 이계로 가기 위한 방법중의 하나라니... 그때 등장한 것이 백귀야행이기도 하다.

또 하나더 언급하고 싶은 건 마지막 단편인 시라비구니 이야기이다. 일본에서는 인어의 고기를 먹으면 불로불사의 인간이 된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이 벌써 아베노 세이메이가 생존했던 때에도 있었던 이야기라니... 너무도 놀라웠다. 도대체 일본에서 인어고기를 먹으면 불로불사의 몸이 된다는 이야기는 언제부터 존재해 온 것인지 무척이나 궁금할 정도이다.

아베노 세이메이는 분명 최고의 음양사이자 인간의 능력을 상회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이었으나 원령의 퇴치보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본서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은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원령들을 자신의 손으로 처리하려다가 죽임을 당한 경우가 많다. 물론 아베노 세이메이가 죽음을 두려워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자신이 여우 요괴의 아들이었기에 그들을 더 잘 이해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아량이 생겨나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는 사람을 멀리 하고, 혼자서 유유자적하게 사는 삶을 택했으나 미나모토노 히로마사와는 절친한 관계였다. 그래서 둘이서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면 세이메이는 은근슬쩍 히로마사를 놀리는 게 아닌 가 싶은 생각도 들 정도였다. 게다가 히로마사가 들고 오는 요상한 이야기를 확인하게 위해 길을 나서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자면 웃음이 풋하고 나올 정도이다.

원령들도 등장하고 요괴도 등장하지만 무섭다기 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든다. 우리는 귀신이라고 생각하면 무조건 두려워하고 물리치려 하며, 그들이 성불하지 못하고 귀신이 되어 구천을 떠도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지도 않으려 하지만, 아베노 세이메이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원념을 풀어주어 성불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음양사로서 최상의 능력을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까.

다음 권에서는 또 어떤 원령이 등장해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려줄지, 그리고 세이메이는 그들의 원념을 어떻게 풀어줄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또한 세이메이와 마시히로의 만담같은 대화 역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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