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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리깡 1
강도하 지음 / 바다출판사 / 2009년 12월
평점 :
연애라든지, 사랑이라든지.. 이런 말을 들으면, 그리고 그렇게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도 행복한 연애, 예쁜 사랑을 하고 있을 때 말이지, 불행한 연애, 집착으로 일그러진 사랑을 보면 고개가 휘휘 내저어진다.
사랑을 하면 밥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 돈이 나오냐...
사실 그런 말을 해주고 싶은 연애도 사랑도 분명히 존재한다. 사랑따위 처음부터 안했으면 좋을텐데, 그런 마음이 생기는 사랑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하는 건, 좋은 일이 더 많아서 그렇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세브리깡에는 많은 사람들의 여러 가지 사랑 이야기가 등장한다.
주인공 이글은 처음에 봤을 때 나쁜 남자라고만 생각했다. 고교 시절부터 자신을 좋아해온 여자, 군대에 가있을 때도 고무신 거꾸로 신지 않고 기다려준 여자를 너무 냉정하게 내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고, 각각의 악기도 화음이 어울려야 아름다운 음악이 되듯이 연애나 사랑도 그런게 아닌가 싶다. 이글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초연은 이른바 스토커였던 것이다. 이글의 주변을 항시 맴돌며 그에게 접근하는 여자는 모조리 초연의 공격 대상이 되었고, 이글은 그런 초연을 피해 군대에 갔다. 하지만 도피도 잠시, 제대하자마자 이글의 앞에 나타난 초연은 끊임없이 그를 쫓아 온다. 하지만 초연의 사랑은 사랑일까. 초연의 말에 따르면 '미안하지만 네 행복따윈 관심없어'이다. 즉, 자신과 이글이 서로 사랑을 하든, 아니면 이글이 일방적으로 고통받든 그런 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랑이랄까. 정말 이글은 된통 잘못 걸렸다란 생각밖에 안든다. 나라도 저런 여자에게서 도망치고 싶을 것 같다.
이글의 친구 진구. 그는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여직원 봄비를 좋아한다. 진구는 이혼 경력 한 번. 아내는 바람을 피웠고, 그렇게 그는 이혼했다. 진구가 이혼하게된 사연을 이글에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진구의 아픔이 느껴졌다. 사랑했던 사람인데 그녀가 바람을 피운 이유보다는 바람 피운 것 자체에 집착을 했던 것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담아냈던 파인더는 그녀의 불륜 현장을 잡는 것으로 변해 버렸다. 진구는 현재 봄비를 좋아하지만, 지난 과거의 일에 대한 두려움으로 마음을 전하지 못한다. 혼자 있는 시간 봄비가 앉아 일하는 의자를 찍는 진구의 마음. 왠지 너무도 안타깝다. 봄비의 사연은 아직 정확히 나오지 않지만, 그녀는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절대 부족하다. 그리고 사랑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 혁도. 그는 이글의 누나가 사귀던 남자였다. 고시생이었지만, 고시 도전을 그만둔 후, 누나에게 버림받은 남자. 하지만 그는 현실을 보지 않는다. 누나인 정숙이 반지를 되돌려 주지 않았으니 아직 끝난게 아니라고 우기는 남자. 순진한 건지 바보같은 건지.. 아니면 다 알면서도 부정하고 싶은 건지... 혁도가 정숙이 쓰던 방에서 거울을 보며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무척이나 인상에 많이 남았다. 가슴이 찡해졌던 장면이랄까.
그외에도 세브리깡(여자 주인공)에게 구애하는 남성도 있다. 대근 아저씨라고 했나? 그가 세브리깡에게 들어 달라는 부탁은 확실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아마도 그런게 아니었을까. 세브리깡이 아무리 부탁녀라해도 들어줄 수 있는 부탁과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은 분명히 있을텐데....
세브리깡.. 이는 이글이 붙여준 이름이다. 그녀는 몇 년전부터 이 동네에서 살고 있으며 누구나의 부탁을 잘 들어주는 친절녀이기도 하다. 그녀가 어디서 왔는지, 본명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이글은 초연을 떼내기 위해 세브리깡과 계약 연애(?)를 하게 된다. 얼핏 보기엔 그런 사이같지만 서로를 의식하는 게 눈에 보인다. 초연때문에 연애의 연자도 시작하지 못한 이글과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살아 가는 여자 세브리깡. 초연은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이글과 세브리깡은 진짜 연애를 할 수 있을지, 진구는 봄비에게 고백을 할 수 있을지, 혁도의 기다림은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아니, 모든 것이 연애로 사랑으로 이어지지 않을지라도 그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하게 존재하는 사랑의 여러 유형들. 상처받고 절망하면서도 사랑이란 감정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단지 '사랑'이란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