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계단의 앨리스
가노 도모코 지음, 장세연 옮김 / 손안의책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에 앨리스가 들어가 있어 아무런 망설임 없이 구매한 나선 계단의 앨리스. 난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너무나도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지 앨리스란 단어만 들어가면 묘하게 흥분된다고 할까, 기대된다고 할까. 그런 기분이다.
나선계단의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같은 동화도 판타지물도 아니다. 그러나 이게 또 영 상관없지도 않다.

총 7개의 연작 단편이 실린 이 소설집은 회사를 조기 퇴직하고 탐정 사무소를 차린 니키 준페이와 갑자기 나타나 니키의 조수가 된 미소녀 아리사가 의뢰받은 사건을 해결하는 코지 미스터리이다. 코지 미스터리답게 사건의 내용은 그다지 무겁지도 않고, 여타 추리 소설처럼 트릭이 복잡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맞닥뜨릴 수 있는 그런 의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시할까? 전혀 아니다.

아리사의 출현에서 첫의뢰 해결을 담고 있는 나선계단의 앨리스는 죽은 남편과 세 번 이혼하고 네 번 결혼한 한 미망인의 이야기이다. 이 미망인의 의뢰는 남편이 숨긴 금고열쇠를 찾아 달라는 것. 마치 게임처럼 결혼과 이혼을 반복한 부부의 이야기와 그 주인공인 미망인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하트의 여왕'에 빗대어진다.

뒤창의 앨리스는 자신이 외도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잡아달라는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틀림없이 외도는 하지 않는데 뭔가 수상하다? 허세를 부리는 남편과 아무것도 몰랐던 부인. 이 부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트럼프 정원사들'에게 빗대어진다.

안뜰의 앨리스는 갑자기 보이지 않게 된 개 사쿠라를 찾아 달라는 의뢰. 마치 온실속의 화초처럼 지켜져온 노부인은 하얀 여왕님. 세상물정은 아무것도 모른채 남편의 사랑과 보호 아래에서 마치 마법과도 같은 세상에서 살아온 노부인은 세상의 무게는 하나도 겪어 보지 못한 듯하다.

지하실의 앨리스는 왠지 괴담같기도 했는데, 결국 알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매일 지하실에 걸려오는 전화. 그러나 그 전화가 놓인 공간은 자물쇠가 채워져 있어 전화를 받을 수도 없다. 그렇다면 그 괴전화의 정체는 도대체!?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도마뱀 빌'에 빗대어진 인물.

꼭대기층의 앨리스는 애틋한 부부사랑을 느낄수 있는 단편이었다. 일주일에 한 두번 부인이 남편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엔 아주 나쁜 부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그럴수 밖에 없었다고 납득하게 되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하얀 기사'

아이 방의 앨리스는 한 산부인과에서 들어온 의뢰. 그것도 신생아를 돌봐달라는 의뢰!? 여기에 등장한느 건 아기 돼지. 산부인과는 신생아를 돌보는 곳인데, 왜 굳이 의뢰를 했을까. 상처받은 산모와 그녀를 지켜주기 위한 의사 선생님의 사랑.

앨리스가 없는 방은 앨리스 실종 사건? 혹은 앨리스 유괴 사건?
아니지, 여기선 아리스지. 아리스가 사라졌다. 도대체 아리스는 어디로 간 것일까? 아리스에 얽힌 비밀과 아리스가 사라진 이유가 밝혀진다.

총 7편의 단편은 니키 준페이가 늘 바라는 거창한 사건도 숨겨진 비밀이 가득한 사건도 아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각각의 사람들의 사정이 담겨져 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미스터리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깨닫지 못할 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성격을 빗댄 등장 인물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던 나선 계단의 앨리스. 2편인 무지개 방의 앨리스도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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