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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推奴) 앤솔로지 낙인 - 가슴에 데인 것처럼, 눈물에 베인 것처럼
고야성 외 지음, KBS 감수 / 허브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추노 만화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예약 판매를 걸어 두었다. 예약 판매 상품은 늘 기대감과 두근거림을 준다. 책을 받을 때까지 온갖 것을 다 상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실 드라마를 안봐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하고 좀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내용 이해에는 별 무리가 없었다. 당시 시대 상황이랄까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해가 좀 필요할 뿐이다.
책 띠지를 보면 '그녀들을 설레게 할 언니들이 돌아왔다'라는 문구가 있다.
처음엔 이걸 보고 그녀들 = 독자, 언니들 = 만화가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들은 독자가 맞았지만 언니들은 다른 언니들이었다. 음, 그당시엔 남자끼리도 언니라고 불렀나? 아니면 그들만의 언어였나는 드라마를 아예 안봐서 잘 모르겠지만, 그 언니가 다른 언니라니... 라고 생각하면서 혼자 마구 웃었다. 수염 숭숭 난 남자들끼리 언니라니.. 왠지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총 8개의 작품은 각각 다른 작가가 그렸고 그런만큼 작가들의 개성이 팍팍 묻어 난다. 가느라다랗고 여성스러운 느낌을 주는 캐릭터도 있었고, 붓펜으로 거칠게 그린듯한 느낌의 캐릭터도 있었다. 또한 묘한 판타지랄까 그런 느낌을 주는 작품도 있었으며, 4컷 개그 만화까지 중간중간 들어가 있어서 무척이나 즐거웠다.
윤지운의 청명은 인조반정이후 송판관이 어떻게 노비의 신분이 되었나를 보여주는데, 당시의 비극을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새장같은 경우 작화도 마음에 들고 마지막 부분이 큰 여운을 남겼던 작품이었다. 애틋하달까... 이런 느낌이 강했다.
심양일기는 소현세자와 송태하와의 이야기였는데, 두 사람이 어떻게 가까워지게 되었나를 볼 수 있었던 작품으로 송태하의 과거에 얽힌 비극적인 이야기가 가슴을 몹시도 저리게 만들었다. 꽃길별길의 경우 사당패에서 자라난 설화와 대길의 어린 시절 이야기였고, 흑호는 거친 느낌의 펜터치가 오히려 안타까운 이야기를 더욱더 인상깊게 만들어 준 작품이었다.
돌아가는 길의 작화는 부드러우나 판타지처럼 보여서 무척 인상에 남는다. 꽃 그림은 BL스러운 느낌을 가장 강하게 안겨준 작품으로 그 상황이 웃음이 터질 정도였다. 남자만 등장하는 야설의 그림을 그리기 위한 방화백의 각고의 노력이랄까... 그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마구 터져나왔다.
안타깝고 슬픈 역사적 사실을 중심으로 무겁고 진중하게 그려낸 작품에서 가볍고 발랄한 작품까지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다. 다만 좀 아쉬운 것은 추노 드라마를 봤었더라면 더욱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는데 하는 것이었다. 물론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내용상 이해에 무리는 없으나 드라마 속의 어떤 상황을 소재로 삼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있었으면 훨씬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