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일요일 - 촉촉한 감성과 자아를 찾아 떠나는 마음 여행
스가노 타이조 지음, 박진배 옮김 / 큰나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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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구매할 당시 난 한가지 실수를 했다. 바로 책 제목을 잘못 보았다는 것이다. 소제목인 <촉촉한 감성과 자아을 찾아 떠나는 마음 여행>에서 마음마을로 봤다는 것이다. 당연히 여행 에세이일거라 생각하고 주문했는데, 알고 보니 카운슬러들의 카운슬링 이야기를 담은 것이었다. 헉, 이거 어쩌면 좋지, 생각과는 다른 책을 주문했는데...라고 고민을 잠시 했지만 이렇게 이 책과 만난 것도 인연이다 싶어 찬찬히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카운슬러, 특히 심리 카운슬러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그 고민을 풀기 위한 길을 제시해준다든지 조언을 해주는 사람의 이미지이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른 의미로 설명을 한다. 카운슬러들은 의사처럼 '고치거나' 교사처럼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란 것이라고. 그럼 도대체 심리 카운슬러는 무슨 일을 하지? 란 의문이 들지만 그 의문에 대한 답은 바로 밑에 줄에 잘 설명이 되어 있다.

인간은 심리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으면 그에 대처하는 방법을 몇 가지 가지고 있다. 혼자 끙끙대며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하거나, 누군가에게 상담을 하거나. 물론 혼자서 끙끙대는 것보다 객관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봐주고 조언을 해주는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테지만, 그 상담할 사람이 누구냐가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객관적이라면 '자기 일이 아니라고 함부로 생각한다'라는 마음이 들테고, 내 편을 너무 들어주면 오히려 '제대로 된 상담'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심리 카운슬러란 꽤나 좋은 이야기 상대가 될지도 모르겠다. 적당한 거리감과 객관성을 유지해 줄테니까.

이 책에는 수없이 많은 클라이언트(상담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의 고민을 보면서 와, 정말 나랑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네라고 동병상련의 기분을 느낄 때도 있었고, 뭐야, 이런 걸로 고민을 하냐?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었다. 고민의 경중은 객관적인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난 역시 주관적으로 이 사례들을 접했다. 남에겐 사소한 것으로 보여도 본인에게는 죽을 만큼 힘든 것일수도 있는데 말이다.

어쨌거나, 여러 사연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정말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것들에 대해서 고민하고, 그것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건 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아, 물론 한 사람이 세상의 모든 고민을 짊어지고 산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객관적으로 보면 쉽게 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실 알고는 있지만, 진짜 알고 있지 못한 것 중의 하나가 이게 아닌가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척 즐거웠던 것 중의 하나는 의외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많았다든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싫은 건 남도 싫다란 것은 공감이 간다. 하지만 배려가 나쁜 것이라곤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지나친 배려나 받기 싫은 배려도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고는 아아,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괴짜로 사는 것이 나쁘지도 않다는 것이라든지, 너무 튀어나온 못은 맞지도 않는다라는 독특한 해석은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싫든 좋든 간에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 이 책은 인간관계, 사회관계, 가족관계 등 인간들이 맞닥뜨릴수 있는 여러 가지 관계에서 나오는 문제들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는다. 그것은 강요는 아니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이야기쯤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듯 하다. 왜냐면 어차피 사람들이 가진 고유의 성질은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온 여러 가지 카운슬링 사례를 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이런 고민도 하는구나, 혹은 이런 것은 이렇게 뒤집어서 생각해볼 수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만 느껴도 책을 읽은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보면서 내 주위사람들의 고민을 짐작해 볼 수도 있고, 또 나보다 더 심각한 고민을 하는 사람을 보면서 작은 위로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세상에서 힘든 건 나 하나밖에 없는 게 아니야.. 라는 위로랄까.

우리는 사회에 잘 적응하는 사회적 인간이 되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해서는 안되는 것에 대한 교육을 더 많이 받으면서 살아 왔다. 그렇다 보니 마음대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해야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해서는 안되기에 그런 압박을 견뎌야 했다. 신체적 피로는 바로바로 풀어주는 것이 좋다. 더불어 마음의 피로도 그렇게 풀어줘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본인이 가진 모든 고민을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겠지만 적어도 마음에 여유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세상에서 고민하면서 사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니란 걸 깨닫게 해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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