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그림으로 행복해지다
남인숙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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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물론 물리적인 소리로 들려 오는 건 아니지만 마음속으로 스며들어 오는 그런 느낌을...
이를테면 고흐의 해바라기를 보면 희망을 가지라고 말하는 것같고, 별이 빛나는 밤에를 보면 어두운 밤기에 낮에는 보이지 않았던 별빛이 더욱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세상에는 어둠도 있지만 그 어둠을 밝히는 것도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키스 해링의 그림을 보면 세상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마.. 라고 이야기를 걸어 오는 듯하고, 나라 요시모토의 그림을 보면 사람에겐 누구나 어린애같은 부분이 있고, 또한 소악마처럼 굴고 싶을 때가 있어, 그런 자신을 속이지 마라고 말을 걸어 오는 듯하다. 에셔의 판화를 보면 어디가 위고 어디가 아래인지 어디서부터가 땅이고 어디서부터가 하늘인지 구분이 안갈 때가 있다. 그런 것을 보면 세상은 수많은 착시가 존재하는 공간이란 생각도 든다. 그리고 세상은 보는 사람 눈에 따라 달라보이기도 한다고 이야기를 하는 듯 하다.

그림이란 건 보는 사람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느낌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제목을 알고 봤을 때와 모르고 봤을 때의 느낌이 다르고,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알고 볼 때와 모르고 볼 때, 화가가 살아온 생애를 알고 볼 때와 모르고 볼 때의 느낌 또한 다르다. 그래서 설명이 잘 덧붙여진 책을 볼 때는 왠지 내가 그림을 이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작가나 그림의 제목을 모르고 봤을 때는 내가 이 그림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나 싶은 감정을 느낄 때도 있다.

명작과 졸작.
이 두 가지 사이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가격? 평론가들의 가치 부여? 물론 그렇다고 생각한다. 당시 유행하는 그림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서 시대적 감수성이 어떤 것을 더 잘 받아 들이느냐에 따라서 그림의 가치 평가는 절하되기도 하고 절상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처럼 그림에 거의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떨까.
프롤로그 부분을 보면 저자가 한 미술관장에게 어떤 그림이 좋은 그림이냐고 질문을 했던 이야기가 나온다. "본인 마음에 드는 그림이 좋은 그림" 난 이 설명에 동의한다. 평론가가 뭐라고 했든지 간에 얼마나 유명한 화가이든 간에 보는 사람 스스로가 이 그림이 참 좋다라고 느끼지 않는다면 그 그림은 본인에게 있어 가치가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다. 지나치게 주관적인 접근일 수도 있겠지만, 예술이란 건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니 역시 주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저자가 그림을 보고 받은 느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은 책이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덧붙여 이야기한다. 물론 개인적 경험과 개인적 감상이 곁들여져 있는 것이라, 난 공감을 하기도 하고, 난 이 부분에서는 생각이 좀 다른데.. 하고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을 볼 때 먼저 그림을 충분히 보고, 혼자만의 느낌을 먼저 느꼈다. 그리고 저자의 글을 읽어 내려 갔다. 아무런 설명이 없는 그림을 보면서 상상하기. 너무나도 근사한 느낌이었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 난 이 그림을 보고 나의 이러한 경험을 떠올렸고, 이런 감상을 받았어.. 라고 이야기할 뿐이다. 그리고 넌 어떻게 생각해?라고 묻는 것 같았다. 물론 저자와 직접 대화를 할 수는 없었지만 저자가 받은 느낌과 내가 받은 느낌을 비교해 보면서 읽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었다.

여전히 난 그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그림을 좋아한다. 비록 그리는 재주는 없지만, 그래서 보는 것을 더욱더 좋아한다. 저자처럼 그림을 보기위해 유럽행을 택할만큼의 여유도 없고, 진품 그림을 감상할 기회도 거의 없는 나이지만, 책에 실린 그림을 통해서나마 간접적으로 그림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좋았다. 

여기에 실린 그림들은 실제 인물이나 풍경을 묘사한 것도 있지만 신화나 가상의 이야기, 혹은 작가의 꿈을 담아 그린 그림도 있다. 어찌 되었든간에 모든 그림은 작가의 마음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마음이 아직 내게 다 전해지지는 않지만, 또한 모두 이해할 수 없지만 그림 한 점을 보면서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여유로워진다면 더이상의 사치는 바랄 일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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