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기대어 - 뉴 루비코믹스 784
키노시타 케이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만약 누군가의 대역으로 취급되었다면? 그래서 내 진심이 짓밟혔다고 생각된다면... 그땐 어떤 기분이 들까. 막말로 하면 기분 아주 드럽다. 하지만 그만큼 아프다.

표제작인 너에게 기대어를 보면 얼핏 그런 느낌이 든다. 대학생 야마토는 아버지의 장례식날 밤 한 남자와 만나게 된다. 그는 아버지의 조수였던 오노데라. 오노데라는 야마토에게 선생님(야마토의 아버지)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아버지의 저서 문제로 매주 만나게 된 두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지지만, 야마토는 오노데라가 자신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는다.

서로 친밀한 관계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에게서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본다라.... 만약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 버리면 그것만큼 참기 힘든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오노데라가 야마토에게서 야마토의 아버지의 모습만을 봤을까....

본인이 가진 감정은, 상대에게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상대는 오해를 할 수 밖에 없다. 인간이란 원래 자신을 기준으로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상대를 진심으로 이해하기란 힘들다. 오히려 이해가 아니라 적당한 오해일지도 모르겠지만... 야마토와 오노데라 사이가 그렇지 않았나 싶다.

슬로우 발라드 역시 마찬가지. 고교 동창인 유우야와 아라타는 한 번 헤어진 관계이다. 그런 두 사람이 10년 만에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재회했다. 제대로 끝내지 못했던 관계, 그러나 그 관계에 미련이 남는다면?

물론 10년이란 세월동안 한 사람을 바라볼 수는 없다. 각자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면서 가끔 서로를 생각했겠지. 늘 한 사람만을 가슴에 담아두고 산다는 건 거짓말같으니까. 어쨌거나 유우야와 아라타 사이엔 남은 숙제가 있다. 10년전의 일에 대한 매듭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상대의 감정을 확인하는 것이 무서워서 도망친다면, 결코 상대방의 감정을 알게 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상처를 받든 상처를 주든, 반드시 확인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런 것이 싫으면 평범한 관계를 가장하면서 살거나, 서로를 피하는 방법 밖에는 남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리라.

두 개의 단편에 등장하는 등장 인물들 모두 사랑이란 것에 서투른 남자들이란 느낌을 준다. 물론 사랑이란 것에 익숙하고, 사랑을 할때 여유를 부린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지만....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이 서투르다고 해야 할까. 어찌보면 순수하지만 어찌보면 무척이나 답답한 캐릭터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마음을 감싸고 있는 알껍질을 깨부수고 속내를 보여야 할 때가 있다. 바로 그건 상대를 진심으로 원할 때이다.

가느다랗고 흐릿한 윤곽의 캐릭터 작화. 고집있어 보이는 옆얼굴.
키노시타 케이코의 그림을 보면 이런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스토리는 흐릿하지도 어정쩡하지도 않다. 사람들의 감정을 특히 어른들의 감정을 잘 잡아낸다고 할까. 사랑을 함에 있어 두려워하고 상처받기를 두려워해 움츠러드는 그러한 어른들의 감정을....
너에게 기대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어른이기에 주저하고 망설일 수 밖에 없는 그런 모습들을 잘 포착해냈다. 그러면서 따스함을 남긴다. 이런 따스함이 정말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