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유령 - 밤의 여신 닉스의 초대 2 : 신비와 환상편 밤의 여신 닉스의 초대 2
리처드 댈비 엮음, 이경희 박주연 옮김 / 책세상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보통 유령 이야기라고 하면 으스스한 기분이 먼저 들게 마련이다. 사실 인간들은 미지의 것이나 초자연적 존재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혼이란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실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주는 두려움이랄까. 물론 난 직접 영혼이나 귀신을 접해본 적은 없지만, 나 역시 실제로 그들과 마주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나도 역시 모른다.

밤의 여신 닉스의 초대 제 2편인 7월의 유령은 1편인 달팽이와 장갑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1편같은 경우 살해당하거나 의도하지 않았던 죽음을 맞았던 사람들의 영혼이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거나 위해를 가하는 이야기가 많았다면 2편인 7월의 유령은 사람에게 위해를 가한다기 보다는 미련이 남아 떠나지 못하고 그곳에 머무르는 영혼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첫 단편인 씨씨에게 말하지마는 유령을 소재로 하고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웃음이 터져나왔다. 씨씨같은 사람은 정말이지 꼭 한 사람씩 있기 때문이다. 뭘 해도 안되고, 뭘 해도 방해가 되는 그런 사람이랄까. 물론 본인에게는 그럴 의지도 없지만,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게 오히려 꼬이고 꼬여 타인들에게 폐를 끼치는 타입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은 죽어서도 사람의 천성은 변하지 않는 것일까. 끝까지 유쾌했던 씨씨의 유령, 지금은 하늘에 잘 도착했으려나?

그외의 단편들은 대부분 지박령들같은 느낌을 주었다. 나머지 인생은 왠지 좀 서글픈 느낌이 들었는데, 죽어서도 결국 그렇고 그런 나날을 보낼 수 밖에 없던 한 남자를 보면서 무척이나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여주인은 유령이라기 보다는 생령에 가까운 느낌이다. 자신이 좋아하던 집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한 여인. 그 마음은 깊고 깊어 생령이라는 형태로 자신이 살던 집을 찾아온다. 육체가 쇠약해져감에 따라 생령역시 희미하게 되어 가는 걸 보면서, 사람이란 어찌보면 참으로 끊임없이 집착하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자가용 운전사는 죽어서도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남자의 이야기이고, 7월의 유령은 죽은 후에도 엄마곁을 떠나지 못하는 한 아이의 유령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집에 하숙하는 남자 앞에 끊임없이 그 아이가 나타났던 이유를 알았을때, 무척이나 짠한 느낌이 들었다.

검은 개같은 경우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어떤 식으로 사람을 좀먹는지를 보여 준다. 하지만, 그 존재들을 무시하고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그 존재를 받아 들일때 그 힘들었던 순간이 다른 시점으로 바뀔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있달까.

루시, 사실을 말해는 유령의 존재를 느끼고, 그들을 받아 들이면서 즐겁게 생활한 한 부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나도 한때는 이곳에 살았다는 무척 짧았지만 인상이 강한 단편이었다. 스스로 죽었다는 걸 깨닫지 못한 한 여인의 이야기로 압축될 수 있을 것 같다.

연못은 이 책에 실린 단편들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연못이나 호수, 우물같은 것은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입구란 이야기는 흔히들 들어 왔을 것이다. 바로 그러한 맥락의 이야기인데,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한 한 여자 아이의 이야기와 맞물려 신비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고 볼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유령들이 모두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존재는 아니다. 그들은 가끔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기도 하며, 죽어서도 자신의 일이나 자신이 좋아했던 것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버리지 못한채 떠돌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인간에게 해만 끼치지 않으면 유령들과의 동거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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