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죽지못한 파랑
오츠이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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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츠 이치는 17살이란 어린 나이에 데뷔한 작가라서 그런지 책 속의 등장 인물들의 연령대가 낮은 편이지만, 미처 죽지 못한 파랑은 훨씬 더 낮은 초등학생이다. 물론 그의 데뷔작인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역시 초등학생이 화자로 나오기는 한다.

초등학교 5학년.
눈을 감고 그때를 떠올려 보면 썩좋은 기억도 그렇다고 나쁜 기어만이 존재하는 것도 아닌 무난한 나날을 보낸 듯하다. 하지만 이 소설에 등장하는 등장 인물이자 화자인 마사오는 참기 힘들 정도로 힘든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하네다 선생이란 사람을 만난 후부터는..

마사오는 평범한 아이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소극적이다. 다른 사람과 눈도 잘 못마주치고, 자신의 이야기도 잘 못하는 수줍음많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어른에게는 감히 저항도 할 수 없고, 어른의 말이라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할 나이의 소년, 그가 바로 마사오이다.

하네다 선생님은 서글서글한 외모에 성격도 좋아보이지만, 어느 날인가 부터 마사오만을 야단치기 시작한다. 누가 잘못을 했든지간에 마사오 핑계를 대면서 마사오만을 괴롭힌다. 학급 친구들 마저 그런 분위기에 동조해 자신들에게 작은 피해라도 돌아올라치면 마사오탓만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른다. 크건 작건 실수를 하지 않는 인간도 없다. 하지만 정말 잘못을 저질렀을 때 야단을 맞는다면 수긍이 가지만, 잘못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일방적으로 자신만을 탓하는 사람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항을 하게 된다. 마사오 역시 그렇게 저항을 하지만 원래 성격이 소극적인 탓에 적극적인 저항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하네다 선생에게 있지도 않은 자신의 잘못을 복창하게 하는 그러한 체벌까지 받게 된다.

작은 저항의 씨가 싹을 틔우긴 했지만 그것은 다시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짓밟혔다. 스스로 자신을 쓰레기라 복창하면서 정말 자신이 쓰레기가 된것 같아 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불쾌했다. 학교 선생이란 작자가 제자를 두고 그런 짓을 하다니, 도저히 어른으로서 용납되지 못할 행위이다. 아마도 저런 선생은 한 학교마다 한 둘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잘못된 선생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에게 늘 야단맞고,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하던 마사오의 눈에 온몸이 새파란 아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몸에는 구속복, 입은 꿰매져 있다. 아오는 마사오가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몸부림을 치고 입을 열고자 하지만 그의 몸은 아무런 말도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다.
하지만 마사오가 자신이 받는 부당에 대우에 대해 이건 아니다 싶다는 마음이 들때마다 아오는 조금씩 자유로워진다.
이정도만 해도 아오의 정체가 무엇인지 잘 알 수 있다. 물론 책에서도 아오의 정체를 숨기지 않는다. 마사오는 아오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나약함과 강인함이 함께 존재한다. 그게 어느 정도의 비율로 나타나는지 그것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뿐이다. 강인함이란 다른 사람을 괴롭힘으로써 우위에 서고 자신의 자리를 확보하는 것도 얄팍한 자존심도 아니다. 강인함이란 자존감에서 비롯되는 것. 마사오는 자신의 자존감을 되찾음으로써 강인해진다. 아오는 마사오의 마음속 어둠이자 강인함이다. 늘 남들 눈치를 살피며 제대로 자신의 말조차 하지 못했던 그런 모습이 투영된 것이 바로 아오이다.

마사오는 하네다 선생에게 최종적인 복수를 할수도 있었지만, 그게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된다. 바로 그런 것이 강인함이란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 아무것도 모를 것 같고, 천진난만하기만 할 것 같은 나이의 소년은 이 사건을 겪음으로써 부쩍 성장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 전체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사회는 언제나 사회적 약자를 배출하는 곳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밟고 올가가야만 하는 시스템속에서 언제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입장의 사람이 늘 패배자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늘 약자인 것도 아니다. 모든 사람이 공평해질 수 없는 사회는 만들 수 없지만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 자신의 위치를 고수하려는 것은 명백히 타도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그 상황을 타개하려는 노력과 자신에 대한 긍지를 잃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부당한 대접을 인정하고 자신에 대한 긍지를 잃는 순간 걷잡을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비열하게 살 필요도 없지만 비겁하게 살 필요도 없다. 사람이 살면서 잃지 말아야 할 것, 그건 바로 자기 자신이다. 이 소설은 그런 이야기를 우리에게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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