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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정원 - 버몬트 숲속에서 만난 비밀의 화원 ㅣ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정원이란 것을 무척이나 동경한다.
아주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랐을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아파트에서 살아온 내게 정원은 꿈같은 이야기이다. 그래서 지금은 정원은 커녕 마당있는 집에서 살고 싶어라는 것이 내 꿈이 되어 버렸을 정도이다. 아파트는 편리하지만 흙을 밟으려면 밖으로 나가야 한다. 물론 타샤가 사는 집도 집밖으로 나가야 하지만, 내가 밖으로 나가야 흙을 밟을 수 있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물론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도 화단이 조성되어 있긴 하지만 그건 나의 정원도 아니요, 내가 가꿀 수 있는 곳도 아니다.
정원을 가꾸기 좋아하는 걸로는 일본인들을 빼놓을 수 없다. 무척이나 아기자기하고 정성들였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일본 정원이나 유럽의 성이나 대저택에서 볼 수 있는 나무 미로 정원, 분수 정원은 보기엔 정말 화려하고 근사하지만 왠지 발을 들여 놓을 수 없는 분위기가 물씬 난다. 아름답지만 부자연스럽다.
그러나 타샤의 정원은 달랐다.
버몬트의 시골. 부지 30만평에 이르는 넓은 땅.
그곳에 타샤 투더는 자신만의 정원을 꾸몄다. 솔직히 30만평이라면 난 상상조차 되지 않을 넓이이다. 뭐, 한국인이라면 다들 그럴 것이겠지만.
그 넓은 땅에 나무를 심고 화초를 심는다는 것 그건 정말 보통일이 아닐 듯하다. 하지만 그 땅들이 아름다운 꽃과 나무로 가득하다면.... 상상만해도 너무나도 부러울 지경이다.

타샤가 살았던 집은 나무에 둘러 싸이고 집 앞은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증손녀와 함께 서있는 타샤의 모습은 한폭의 그림과도 같아 보인다. 흐드러지게 핀 작약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마치 작약의 향기가 그대로 내게 전해질 듯한 저 풍성한 아름다움. 식물은 잘 가꿀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말이 정답인 듯 하다.

작은 화단에 팬지를 심고 있는 타샤의 모습. 소중하게 한포기씩 옮겨 심는 모습에서 꽃을 얼마나 정성스럽게 다루는지가 손에 잡힐 듯 보인다. 작은 키의 팬지, 종류가 무척이나 다양한 것으로 아는데, 난 팬지를 보면 초등학교때가 기억난다. 학교 화단 꾸미기에 팬지는 필수였기 때문이다.

자신이 기르는 코기와의 즐거운 한 때. 언뜻 보기엔 정리가 되지 않아 보이는 정원의 모습이지만 타샤는 계획적으로 꽃을 심는다고 한다. 각각의 개화 시기에 맞추고 꽃들이 함께 폈을때의 색상을 맞춰 심는다. 정성은 가득 들어가 있지만 인위적이지 않고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가을에는 내년을 위한 구근을 심는다고 한다. 그것도 한개씩 심는 것이 아니라 여러개씩 함께 심어서 꽃이 무리지어 피도록 만든다. 무리지어 피어난 수선화나 튤립.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황홀할 지경이다.

타샤가 살고 있는 버몬트는 겨울이 길고 다른 계절이 짧은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정원이 휴식기에 들어가는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는 화분에 꽃을 심어 집안을 장식한다고 한다. 또한 작은 온실이 있어 겨우내 그곳에서 꽃을 가꾼다. 화분에 꽃을 옮겨 심는 타샤의 손길은 어린 아기를 만지듯 조심스러워 보인다. 거칠고 투박한 손에서 따스함이 묻어 난다.
타샤 튜더는 어린이 동화 작가이자 삽화가이며, 원예가이기도 하다. 그녀의 정원에서는 계절마다 수많은 꽃들이 피어난다.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쓰는 정성이 보통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것 보다는 쉬운 일이기에...
꽃을 사랑하고 동물을 사랑하며, 자연과 가장 가까운 삶, 자연을 사랑하는 삶을 몸소 실천하며 살아간 타샤 튜더. 그러하기에 타샤의 정원은 그 마음에 보답해 이렇게 아름다운 꽃들을 피워낸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20~21P, 86~87P, 146~147P, 214~215P, 62~6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