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1 세미콜론 코믹스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김희정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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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라시 다이스케는 요즘 들어 내가 무척 관심을 가지게 된 작가 중의 하나이다. 마녀나 영혼을 통해 만났을 때는 환상적이고 기묘한 아름다움을 가진 이야기에 매료되었지만, 리틀 포레스트를 읽고 깜짝 놀랐다. 자연그대로의 삶을 보여 주는, 앞의 두 작품과는 성향이 완전히 다른 만화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처음 이 책을 펼치고 목차를 살펴 봤을 때는 슬로 푸드에 관한 이야기만 있는 줄 알았다. 소제목들이 대부분 요리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얻어지는 수확물을 비롯해 자연에서 채취할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만드는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요리에 관한 내용도 있지만 우리는 그 과정에 대해서도 주목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재료를 얻기 위한 땀과 노력, 그리고 시간. 물론 요즘의 식재료는 계절에 상관없이 재배되고 시장에 나오지만, 리틀 포레스트에 등장하는 식재료는 제철에 구할 수 있는 것이며, 또한 그 요리 방법은 각각의 요리 재료가 가진 순수한 맛을 살리는 것을 중요시 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저자 이가라시 다이스케가 토호쿠 지방의 코모리란 곳에 살던 때의 경험을 그대로 살린 책이라 한다. 직접 재배하고 채취하고 요리한 것들이라 그런지 투박하지만 자연 그대로란 느낌이다. 또한 직접 경험한 것이 바탕이 되어 책을 읽는 내내 코모리에서의 삶을 간접 경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각 연작 단편 사이사이에 들어가 있는 작은 메모같은 것은 코모리에서 볼 수 있는 야생 동물이나 자생 식물에 관한 것이다. 또한 코모리의 풍경을 담은 사진도 볼 수 있다. 일본에서도 토후쿠 지방은 4월까지 눈이 녹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즉 겨울이 긴 지방이라 봄에서 가을까지 재배한 것을 긴긴 겨울 잘 보관해야 겨울을 잘 보낼 수 있다. 물론 도시의 마트에 가면 원하는 식재료는 언제든 구할 수 있겠지만, 자연에 가장 가까운 삶을 살려면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웰빙이니 뭐니 해서 유기농 채소나 슬로 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양보다는 질을 우선하는 시대가 되다 보니 유기농 채소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도 있다. 도시 사람들은 시골 자체를 동경한다기 보다는 그곳에서는 느긋한 삶과 삶의 양식을 동경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살아 보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비록 직장 문제나 사회적 지위등 여러 가지 문제로 도시를 떠나 살 수 없지만 자연속의 삶과 그 속에서 나는 다양한 음식 재료들, 그리고 그러한 재료를 사용한 음식을 눈으로 맛보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릴 책이다. 또한 소개된 요리 중에는 직접 만드는 방법과 재료 분량까지 꼼꼼하게 나와 있는 레시피가 있으니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요리 재료라면 집에서 한 번 만들어 봐도 좋을 것이다. 물론 일본과 우리나라의 사정이 다르니 다른 요리 재료도 있겠지만 우리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라면 도전해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난 서른이 넘어 가면서 인스턴스 음식에 질려 버렸다. 물론 바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식사를 건너 뛰거나 조미료가 가득 들어간 식당 음식에 의존해야 할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자연 재료로 꾸미지 않은 음식을 보면 이젠 군침이 먼저 돈다. 자연은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 많다. 우리는 생활의 편의를 추구하는 삶에 익숙해져서 그것을 잠시 잊고 산 것 뿐이란 생각이 든다. 리틀 포레스트를 읽으며 코모리의 사계절을 통해 자연스러운 삶과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축복의 향기를 만끽해 보는 것, 그 자체로도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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