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마법과 쿠페 빵
모리 에토 지음, 박미옥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모리 에토의 소설은 나오키상 수상작인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로 시작했다. 처음엔 제목이 뭐가 이래 촌스러~~라고 생각했지만, 그 책에 실린 단편들을 읽으면서 마음이 따스해져 오는 것을 느꼈고, 결국 눈물이 글썽글썽한 채로 책을 덮었던 기억이 난다.

모리 에토란 작가에 관심을 갖게 된 후, 그녀의 첫 어른 소설인 <검은 마법과 쿠페빵>을 집어 들게 되었다. 원래부터 어린이 책 작가라서 그런지 어린 아이들의 심리 묘사가 무척이나 섬세했고, 또한 사춘기 소녀의 심리 묘사 등 한 여자 아이가 소녀가 되고, 또한 한 사람의 여성이 되는 과정을 그린 이 소설은 무척이나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노리코가 초등학교 3학년 그러니까 10살 무렵부터 18살까지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고, 에필로그에는 현재 노리코의 생활에 대해 짧게 언급되어 있다. 하지만 앞의 이야기들이 노리코의 회상이라고 생각하면 딱 맞을 것이다.
제 1장에서 3장까지는 초등학교 시절의 노리코, 제 4장에서 6장은 중학시절, 제 7장에서 9장까지는 고교 시절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 해 한 해 한가지 사건에 집중해서 그 당시 노리코의 심리와 주변 상황, 노리코가 겪었던 일에 대해 묘사가 되고 있다.

영원의 출구는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 친구의 생일과 더불어 알게 된 깨달음과 언니가 늘 강조하는 "영원"이란 것에 대한 생각의 전환 등을 보여 준다. 더불어 아이들의 순진함이나 순수함에서 나온 잔인함이 어른의 그것보다 더욱 가혹했다는 것 또한...

검은 마법과 쿠페빵은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이야기로 엄격한 교사와 그에 짓눌렸던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부분을 보면서 나도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렸는데, 정말 이런 교사는 한 학교에 꼭 하나씩 있었지.. 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성적 지향주의와 더불어 학생간 상호 경쟁을 부추기는 그런 선생. 물론 학교측이나 학부모에겐 유능하단 소리를 듣겠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런 압박은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어른에 대한 특히 교사에 대한 믿음보다는 공포가 더 컸던 그 시절. 하지만 결국 그런 것도 아무것도 아니란 걸 깨닫게 되곤 한다.

그외에도 초등학교 졸업과 중학교 입학 사이에 찾아 오는 쓸쓸한 감정이나 친구들과의 헤어짐에서 비롯되는 아픔 등을 담은 봄날의 고백, 자신의 부모는 완전무결한 존재였다는 믿음이 깨어지게 되는 동시에 사춘기의 방황을 시작하게 되는 부분을 담은 DREAD RED WINE과 먼 눈동자 등은 나의 사춘기 시절을 뒤돌아 보게 만들었다.
물론 난 노리코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화려한(?) 사춘기 시절을 보낸 경험이 있는지라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얼굴이 붉어진다. 그때는 얼마나 어렸던가.. 그리고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하는 생각에.

그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노리코의 모습은 첫 사회 생활에 대한 경험을 보여주는 것이었고, 첫사랑의 이야기는 서투른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사실 우리 나라 고교생들은 입시다 뭐다 해서 아르바이트는 커녕 친구와 놀러 다닐 시간조차도 없지만, 일본의 고교생들은 우리나라 학생들보다 훨씬 빠르게 사회 경험을 쌓는 듯 하다. 내가 고교에 다닐 때만 해도 - 물론 난 인문계였지만 - 수능시험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기억이 난다. 그후 대학에 갔기에 사회 경험이란 대학시절 처음 해 본 아르바이트가 처음이었다. 

첫사랑은 이상하게 잘 안이루어진다. 첫사랑을 시작하는 나이는 보통 이리저리 휘둘리기 쉬운 나이이고,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나이라 그런지도 모른다. 학교안에서는 대단해 보였던 존재가 졸업하고 나면 그다지 대단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순수했던 만큼 더 열정적이고, 그러하기에 더 아플수도 있다는 건 나도 경험상으로 잘 안다. 하지만 이별이란 건 늘 아프다는 것도 기정 사실이다.

노리코가 보냈던 시간을 자신에게 투영해 보자면 무척이나 많은 일들이 떠오른다. 물론 똑같은 경험은 하나도 없을지 몰라도, 비슷한 나이에는 비슷한 고민을 하게 마련이고, 또 그런 아픈 과정을 통해서 인간은 성숙해 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이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더이상 성장하지 않는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늘 새로운 일이 기다리고 있고, 좀더 앞의 미래에는 무엇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이기에. 영원이란 말도 없지만 절대란 것도 없다. 때로는 과거를 돌아보면 추억하고, 반성하며 현재를 열심히 살고, 미래를 기다리는 인간은 죽을 때까지 성장해가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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