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곁에서
노나카 히이라기 지음, 김은진 옮김 / 프라임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노나카 히이라기는 작년 프랭크자파 스트리트로 처음 만난 작가이다. 아기자기 앙증맞고 동화같은 단편집을 읽으면서 나도 프랭크자파 스트리트로 이사를 하고 싶단 그런 바람도 살짝 가졌었다.

당신곁에서도 노나카 히이라기의 그러한 특성들이 잘 녹아있는 단편집이다. 총 6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은 앞에 나온 등장 인물이 뒤에도 등장하는 듯 마치 연작같은 느낌을 주었다. 사랑.. 그 두 단어는 사람들을 행복하게도 만들고 불행하게도 하고 기쁘게도 하고 슬프게도 만든다. 그 단어 자체로는 반짝반짝 빛나지만 속성은 너무나도 다양하고, 그 모습 없는 형태도 사람 수 만큼이나 다양하다.

<질투는 수프의 농도만큼만>은 16살 여고생 신부와 30대 중반의 '롤리타 콤플렉스가 약간 있는 귀여운 변태 아저씨' 신랑의 이야기. 스무살이나 차이 나는 커플. 그 나이만큼이나 세상을 보는 눈도 사고 방식도 모두 다를테지만, 이 단편에서는 딱 하나만으로 이야기를 꾸몄다. 그건 '질투'라는 감정.

결혼 1주년에 친정 엄마와 아빠와 함께 식사를 하던 나나는 불현듯 자신의 남편 하루오와 비슷한 나이의 엄마를 보면서 엄마에게 살짝 질투를 느낀다. 다른 사람은 모두 30대, 그리고 자신은 혼자 10대란 것이 거리감을 느끼게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질투는 살짝만 하는 것이 사랑을 더욱더 짜릿하게 만든다는 걸 알고 있는 나나를 보면서 어리지만 사랑에 대해선 나보다 고수가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살짝 들었다. 

<한밤중의 실내 피크닉>은 남자 고교생과 그 학교 생물 선생 커플. 여덟살이란 나이도 그렇지만 사제 관계이기 때문에 있을 수 밖에 없는 '불안'에 관한 이야기. 연상연하 커플은 늘 그렇듯 남자 쪽에서 여자쪽에 대해 위기감이란 감정을 가질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하기에 억지로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이 먼저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혹은 얼른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만, 태어난 시간은 정해져 있는 거라 어떻게 해도 따라 잡을 수는 없으므로 다른 쪽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린 핑거>는 무척 마음에 든 단편의 하나.
여동생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토코. 그녀는 자그마한 바를 열고 영업을 하면서 여러 남자를 만나지만 아직 확실한 상대는 없다. 동생 에이코는 치유력의 힘을 가졌던 소녀. 그래서 토코는 에이코가 죽었을 때 자신이 죽지 않고 동생이 죽은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달콤하지만 쌉싸름한 칵테일 같은 소설.

<키스하고 사흘 뒤>는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애절함이랄까. 유스케가 좋아하는 여자는 바로 형수. 그녀 또한 유스케에게 미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한편 유스케는 사오리란 여자 친구가 있지만... 사랑한다와 좋아한다, 갖고 싶다와 함께 있으면 편안하다란 유스케의 감정이 엇갈리는 단편.

<당신곁에서>는 겉으로 보기에 다정하고 금슬 좋아 보이는 부부이지만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다. 즉, 부부가 서로 불륜 상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게 추해 보이지는 않는다. 카카오가 많이 함유된 초콜렛처럼 쓴맛과 약간의 단맛이 함께 나는 단편. 사랑의 요소중 '배신'이란 성분 함유.

<달콤한 클라이맥스>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죽은 엄마의 약혼자인 아키노부 아저씨와 함께 사는 사토시. 혈연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부자같은 그들의 이야기와 아키노부 아저씨를 좋아하는 치도리 누나의 이야기. 그리고 사토시와 그의 여자 친구 마야의 상큼한 사랑이야기가 어울려 따스하면서도 발랄한 이야기가 되었다.

사랑이란 한 가지로 정의내려질 수 없이 복잡한 것.
그러한 사랑의 속성을 귀엽고 유쾌하며 때로는 쌉싸름하고 때로는 애절하게 풀어낸 당신곁에서.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무겁지는 않다. 오히려 무거운 점도 가볍게 읽을 수 있게 만든 건 작가의 능력이 아닌가 한다. 가볍지만 경박하지도 않은 그런 점이 또한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읽고 나면 무척 행복해지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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